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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과거 축구처럼 날 설레게 할 꿈 찾으려 대입 도전했죠"

"과거 축구처럼 날 설레게 할 꿈 찾으려 대입 도전했죠"

프로축구 생활 접고 서울대 입학한 임윤택 씨

유소년 땐 대표팀서 뛰며 주목… 벨기에 리그 데뷔 후 공허함 느껴

새길 찾기 위해 대입 준비 시작… 묻고 또 물으며 기초부터 닦았죠

프로축구 생활 접고 서울대 입학한 임윤택 씨./장은주 객원기자

올해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임윤택(22)씨는 지난해까지 프로축구선수였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프로축구선수로 데뷔하고 상승곡선을 그려가던 그는 돌연 선수생활을 접는다. 10년 만에 공부를 시작한 그는 놀랍게도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프로선수가 되면 성취감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고민 끝에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결정하고 과감히 프로생활을 청산한 뒤 공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대 운동장에서 만난 임씨가 축구 인생과 서울대 합격기를 전했다.

◇일진일퇴 전반전

임씨는 2002 월드컵 키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축구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감동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내가 보여주는 플레이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죠.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설렘과 떨림 등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것 하나 때문에 시작했어요."

학생 시절 그는 촉망받는 측면공격수였다. 유소년 때 연령별 대표팀을 오갔다. 축구 명문 용인 신갈고에서 전국대회 우승, 준우승 등 수상 경력도 쌓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는 쉽지 않았다. 임씨는 "고 3 때부터 대학 진학보다 프로 데뷔를 노렸다"고 했다.

"지난 2012년 8월쯤 다른 동료들보다 먼저 축구부를 나와서 혼자 운동했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프로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해 K리그에 입성하지 못했습니다. 외국 구단에 보여주기 위해 제가 축구하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에이전트를 통해 홍보했어요. 이듬해 여름에는 독일,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구단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어요. 연봉협상을 할 때 대우가 적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결국 거절했죠. 다른 구단에서 곧바로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이적시장이 금세 끝났습니다."

허무하게 기회를 놓친 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찾아온다. 2013년 11월 프랑스 몽펠리에 구단이 임씨에게 입단 테스트를 권한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제의 중 가장 매력적이었다.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했던 터라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이로부터 반 년 뒤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몽펠리에 입단 테스트를 도왔던 스포츠마케팅사 스포티즌이 벨기에 프로리그 AFC 투비즈 구단을 인수하면서 임씨에게 영입 의사를 밝혔다. "몽펠리에 구단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 저를 눈여겨 본 프랑스 에이전트가 추천했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야야 투레(32·맨체스터시티)를 발굴한 분이어서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어요. 입단 테스트 없이 계약을 마쳤습니다."

◇후반전 도약 위한 하프타임

임씨는 2014~15 시즌 후반기인 지난해 1월 프로리그 첫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4월에는 벨기에 진출 9경기 만에 데뷔골도 넣었다. 하지만 가슴 한 편에서는 왠지 모를 허무감이 자라고 있었다. "데뷔전을 치르고 나니 '이게 끝인가'란 말이 나오더라고요. 매번 경기를 뛰면서도 성취감이나 행복 등 뜨거운 감정을 많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고민했는데 결국 축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어요. 다시 가슴뛰게 하는 꿈을 찾기 위해 대학에 가기로 했죠."

지난해 5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7월부터 재수학원에서 대입 준비를 시작했다. 반수생 대상 강의가 시작할 때였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에 자신이 적합하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에서는 ▲서류평가(학생부, 자소서, 수상경력 등) ▲실기고사 ▲인·적성 면접 ▲수시 최저학력기준 등이 전형요소다. 임씨는 고교 수상실적이 우수했다. 임씨는 "무조건 서울대에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면서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고 강조했다.

"중 1 때부터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공부를 놓았어요.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야 했죠. 선생님을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면서 질문하고 밤 10시에 학원이 끝나도 전화하고 모르는 문제는 사진 찍어 보냈어요. 선생님들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저는 사랑받지 못했어요. 정말 심하게 괴롭혔기 때문이죠.(웃음)"

임씨는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그야말로 열공했다. 절대적으로 공부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력 보충을 위해 쉬는시간에 쪽잠을 잤다. 수업이나 자습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면 곧바로 일어섰다. 자습할 땐 주로 서서 공부했다. 책상 위에 박스를 올려두고 그 위에 책을 놓았다. 결국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영어 4등급을 받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했다.

고교 졸업 후의 경험도 자기소개서와 면접 답변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외국 구단과 협상이 결렬돼 혼자 운동했던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임씨는 자기소개서 내용을 오롯이 혼자 결정했다. 학원 선생님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첨삭을 받았지만 내용만은 바꾸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준비를 철저히 한 덕에 면접 대비도 어렵지 않았다. 임씨는 "실기고사를 볼 때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없어 고생했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나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며 웃었다.

임씨가 수험기간 중 위안을 받은 건 친구들이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미생'들이 자기 일인양 임씨를 격려해 줬다. "배우를 목표로 하는 한 친구는 제가 투비즈 데뷔전을 치를 때 직접 벨기에로 날아와 응원해 줬어요. 프로선수라는 같은 꿈을 꿨던 친구들 중 아직 대학, 실업팀에 있는 친구도 있어요. 서로 의지하며 목표를 다졌죠."

임씨는 다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줄 꿈을 찾고 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계획이다. 입학 전부터 교내 모임을 찾아다니고 연합동아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영어 공부, 악기 연주, 컴퓨터 자격증 취득 등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며 "아직 해보지 못한 일 중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대학생활의 목표"라고 웃었다.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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