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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놀면서 블로그 하냐고요? 블로그로 공부하죠!

놀면서 블로그 하냐고요? 블로그로 공부하죠!

등록 :2015-06-01 20:59

 

매일의 공부기록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공부블로그를 운영하는 청소년 ‘공블러’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학습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할 힘을 얻는다.
[함께하는 교육] ‘공부블로그’ 운영하는 학생들
“수능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조언을 구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많은 블로그 이웃들이 무슨 사이트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지, 교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죠.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 터라 다양한 정보를 얻기 힘든데, 공부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인중 3학년 강민지양은 포털사이트에서 ‘련홍’이라는 별명으로 ‘련홍블로그’라는 공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공부블로그’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학습법이나 공부기록을 담고, 다양한 교육 정보를 나누는 개인 블로그를 말한다. 강양처럼 공부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을 청소년들은 ‘공블러’라고 부른다.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들도 공부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무래도 공블러들 가운데에는 내신과 수능 등 학습량이 많은 중·고교 청소년들이 많은 편이다.

강양은 2013년 여름방학 때 효율적인 수학공부법을 검색하던 중 ‘공부블로그’라는 걸 알게 됐다.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 블로그에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자극도 받고, 자신이 한 공부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다. 강양의 블로그에는 현재 매일 1000여명의 방문자가 오가며 공부에 대한 응원도 하고, 공부법에 대한 질문도 한다.

자신만의 공부계획·학습법 올리고
매일 공부 ‘인증’ 하는 블로그
단순한 ‘공부기록’ 넘는 소통의 장
노트 필기·암기법·교재 정보 공유하고
인터넷 통해 스터디그룹도 결성
서로 목표의식 다지며 공부 힘 받아

윤예원(초령)양이 일일 공부기록에 총 공부시간이 찍혀 있는 스톱워치를 올려두고 찍은 ‘데일리 스터디’ 사진. 대부분의 공부블로그에서 이런 식의 사진 포스팅을 발견할 수 있다.
윤예원(초령)양이 일일 공부기록에 총 공부시간이 찍혀 있는 스톱워치를 올려두고 찍은 ‘데일리 스터디’ 사진. 대부분의 공부블로그에서 이런 식의 사진 포스팅을 발견할 수 있다.
생생한 교재 평가 등 눈높이 학습정보 많아

“문제집을 사면, 맨 첫 장에 책을 활용하는 법이 잘 적혀 있잖아요. 근데 잘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한번쯤 읽어 보고 ‘아, 이렇게 활용할 수 있구나’ 정도로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경남 창원 경일여고 2학년 정현진(날아라개불)양이 자신의 공부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의 일부다. 정양은 새로운 학습교재로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교재의 표지부터 구성, 내용을 꼼꼼히 평가한 글을 올린다. 직접 교재를 활용하는 청소년들의 눈에서 작성하다 보니, 어른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평가해 장단점을 파악한다.

“지문은 앞 페이지에, 문제는 뒤 페이지에 있으면 풀 때마다 계속 장을 넘겨야 해서 불편한데, 이번 책은 지문과 문제가 모두 한 페이지에 나와 있어 좋아요!”

공부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라 공부블로그에는 교재뿐 아니라 필기하기 좋은 펜, 스터디플래너 등 다양한 관련 상품들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목표량을 세웠던 책 위에 공부소요시간이 표시된 스톱워치를 올리고 찍은 ‘데일리 스터디’ 사진은 공부블로그의 대표적인 ‘공부흔적 포스팅’이다. 청소년 공블러들은 이런 포스팅을 통해 하루 자신의 공부시간을 공유한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노트필기법이나 공부계획표 등도 공개된다.

마음 맞는 공블러들끼리 모여 다양한 스터디그룹을 결성하기도 한다. ‘초령’이라는 별명으로 공부블로그를 운영하는 전북 익산의 중학교 3학년 윤예원양도 ‘백우’라는 이름의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스터디그룹 모집글은 새 학기, 혹은 시험이 끝난 직후에 많이 올라와요. 보통 공블러들이 그룹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모집을 시작하면 댓글로 지원하는 시스템이죠. 대부분의 스터디그룹은 리더가 미션을 내면, 회원들이 그 미션을 수행하고, 그 흔적을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보통 미션은 하루 공부의 양과 관련한 것들이 많은데, 방학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엔아이이(NIE, 신문활용교육)이나 자율탐구보고서,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기도 해요.”

공블러들 가운데에는 블로그 밖에서도 활발히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윤양도 100명 이상의 청소년 공블러들이 함께 소통하며 담소를 나누는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다.

“작년 5월쯤 ‘밤샘톡방’이라는 곳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공블러들끼리 서로 밤을 새우면서 ‘살아 있다’는 일명 ‘생존신고’를 했었죠. 현재에도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을 활용해서 서로 네트워크를 맺는 공블러들이 많아요. 서로의 블로그를 넘어 이런 대화창에서도 다양한 공부 방법들이 공유되곤 합니다.”

경남 창원 경일여고 2학년 정현진(날아라개불)양이 운영하는 공부블로그 대문 화면 갈무리.
경남 창원 경일여고 2학년 정현진(날아라개불)양이 운영하는 공부블로그 대문 화면 갈무리.

격려댓글·다양한 방법 보며 공부 힘 얻어

윤양은 “다른 친구들의 공부 방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공부블로그의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공블러들의 공부법 가운데 좋겠다 싶은 것들은 직접 내 방식대로 적용해보기도 해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발전시키는 거죠.”

“처음으로 고등학교 올라와서 내신을 준비할 때 범위가 배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난이도 자체도 어려워져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몰랐어요. 2학기에 접어드니 저만의 시험대비법이 완성되어 가더라고요. 제 블로그에 공부법을 올릴 때도 ‘꼭 정답이 아니니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데 참고하는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말을 덧붙여요.”

공블러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공부한 것을 올리면, ‘서이’(서로이웃)를 맺고 있거나 해당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강민지양이 지난 5월4일 인터넷 강의 화면 사진과 공부를 끝낸 교재 사진을 올리며 ‘강의를 완강했다’고 올린 포스팅에는 ‘수고했다’, ‘축하한다’ 등의 댓글이 10여개 달렸다. 강양은 “혼자 공부해 올린 공부흔적에 이웃들이 격려글을 달아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공부블로그의 큰 매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래상담·취미 공유로 스트레스 해소도

공블러로 활동하는 데도 어려움은 있다. 공블러들은 블로그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성실성’을 꼽는다. 매일 하는 공부지만, 매일 블로그에 그것을 기록하고 다양한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은 웬만한 성실성이 아니면 어렵다. 공블러들은 공부블로그를 통해 학교나 학원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친구들과 소통을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

윤예원양은 블로그에 ‘도란도란’이라는 상담게시판을 운영한다. 윤양은 여기에 자신의 상담용 카카오톡 아이디도 공개했다. 학업이나 관련 개인사 등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로 열어둔 것이다.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사례를 모집했으나, 너무 많은 상담 사례가 밀려 최근엔 작은 상담을 꾸준히 하고 있다. 윤양과 서로이웃을 맺고 있는 공블러 최아무개양도 도란도란 게시판을 통해 만난 사이다. 최양은 “생각하는 것만큼 공부하기가 너무 어려워 도움을 청했는데, 초령님 덕분에 힘내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나도 후배 블로거들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부블로그는 공블러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생활의 장이기도 하다. 정현진양의 블로그에는 서툰 솜씨지만 꾸준히 올라오는 정양의 캘리그래피 작품이 있다. 글쓰기가 취미인 윤양의 블로그에는 문학 습작을 위한 게시판도 많다. 같은 취미가 있는 공블러들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도 한다.

윤양은 “블로그라는 공개된 창구에 공부 기록을 올리며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얻고, 청소년 시기만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스트레스도 푼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