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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친구와 서로 장단점 말하기, 자소서·면접에 도움됐죠

"친구와 서로 장단점 말하기, 자소서·면접에 도움됐죠"

김재혁(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15학번)군
나의 대학 합격기 | 김재혁(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15학번)군

동아리·인턴십·봉사 등적극적으로 비교과활동

고 3, 수능 준비에 집중 "장래희망 구체화하세요"


지금 고교생 혹은 고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수능' '내신' '대입'이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셋 중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셋 모두를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김재혁(19·강원 홍천고 졸)군의 이야기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그는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강원도 홍천의 일반고에서 '서울대 합격'이라는 꿈을 이뤘다.

"선생님 농담까지 교과서에 적었어요"

고교 입학 후 김군의 첫째 목표는 '내신 관리'였다. 대입 수시모집에서 내신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교 시험은 3주 전부터 계획표를 짜서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시험 3주 전에는 시험 범위까지 진도를 안 나간 과목이 많아요. 3주 전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 범위 전체를 훑어보며 제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 등을 체크했어요. 2주 전부터는 그 이해 못 한 부분을 채우는 데 집중했죠. 시험 1주 전에는 새로운 것을 보기보다는 이미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며 완전히 소화하려고 노력했고요."

학교 시험을 잘 보는 비결은 두말할 필요 없이 '수업에 집중하기'다. 김군은 교과서에 선생님 설명을 빠짐없이 적어 넣었다. 개념노트를 따로 만들기보다 교과서를 이용하는 게 시간 낭비가 적었다. 그는 "1·2등급을 가른 문제가 선생님이 수업 중에 던진 농담에서 나오기도 했다"며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고교 내신 1.2등급(서울대 산정 기준)을 받았다. 3년을 통틀어 3개 과목만 2등급, 나머지는 전부 1등급을 받았다.

2학년 때까지 내신 관리와 비교과활동에 비중을 뒀다면, 3학년 때부터는 수능 준비에 더 집중했다. 영역별로 EBS 연계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며, 다소 부족한 수학은 인터넷강의(메가스터디)·교재를 활용해 보강했다. 김군은 "과학탐구를 고 3 6월부터 공부하는 학생이 많은데 그때 시작하면 늦다"며 "개념 정리가 잘 된 'EBS 수능 특강' 등 교재로 고 2 말부터 공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입 수시가 본격화되는 고 3 6~10월 사이에는 시간 관리가 생명이다. 자소서 등 수시 준비만 신경 쓰다 정작 수능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군은 "이 시기에 친구와 짝을 지어 수능 공부,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준비 등을 함께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서로 잡아줬다"고 비결을 전했다.

"비교과활동, 직접 움직이면 길 보여요"

일반계고, 그것도 지방 학교에서 눈에 띄는 비교과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김군은 후배들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라"고 당부했다. "자기가 원하는 동아리·활동이 교내에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지 마세요. 자기가 직접 움직이면 길이 보이거든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직접 동아리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김군은 대부분 학생이 비교과활동을 접는 고 3 때 교내 토론동아리를 만들었다. '말을 잘 못하는' 자신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서다. 그는 비슷한 단점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 동아리를 구성했다.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고 3 11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토론했다. "주로 주제를 정해 토론하거나 최신 과학 이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죠. 그 경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인터뷰할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수시 전형을 앞두고서는 모의면접까지 함께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군은 서울대 자기소개서에서 이 경험을 '단점 극복 사례'로 중요하게 기술했다.

고 2 때는 홍천군청과 지역 기업이 함께한 '청소년 바이오 인턴십' 프로그램에 1년간 참가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연구소를 찾아 '홍천 지역 산나물의 약용성과 항산화 능력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기업체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 계획부터 수행, 보고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화했다. 김군은 "인턴십을 통해 고교생이 접하기 어려운 실험 과정 등을 경험하며, 과학자의 기본자세를 배웠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했다. '과학심화반' 'RCY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교내 봉사동아리인 '사랑나눔'에 가입해 홍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도 펼쳤다.

김군은 마지막으로 예비 고 3 후배에게 두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첫째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저는 친구와 서로 장단점을 말해주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자주 가졌어요. 저에 대해 몰랐던 점을 친구 덕분에 많이 알게 됐죠. 이런 경험이 훗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볼 때 큰 도움이 됐어요." 둘째 조언은 '구체적 꿈'을 가지라는 것이다. 고교 입학 당시 김군의 꿈은 '생명공학자'였다. 고교 3학년 때는 그 꿈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만드는 생명공학자'가 됐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를 읽으며 꿈을 구체화한 것이다. "막연하게 ○○○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구체적 꿈이 있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시골 학생이 이런 거창한 꿈을 가진 게 어쩌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구체적 꿈을 가졌던 게 서울대 입시 관문을 뚫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