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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요!

황사 먼지·중금속에 지친 몸… '보약 음식'으로 다스려볼까

황사 먼지·중금속에 지친 몸… '보약 음식'으로 다스려볼까


명태

이맘때면 삼겹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비곗살의 기름이 몸 속에 낀 먼지를 닦아내 밖으로 배출해 준다는 믿음 또는 기대 때문이다. 근거가 있는 믿음일까. 황사에 미세먼지에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겹쳐진 4월, 우리의 몸을 지켜줄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돼지고기의 불포화지방산은 몸 속의 중금속을 배출시킨다.

돼지고기

미끈한 기름이 세제 역할을 해서 고깃덩어리가 몸 속의 먼지를 박박 닦아 낸다는 건 취기가 충분히 오른 술자리에서나 통할 얘기. 물리적인 흡착포 역할을 할 수 있는 음식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돼지고기가 황사에 좋다는 얘기가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다. 돼지고기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탄산가스를 중화해 폐에 쌓인 유해 물질을 중화한다. 수은, 납, 비소 등의 중금속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돼지고기는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위장에서 이런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

 

뿌리 식물의 쓴맛을 내는 사포닌은 기관지를 보호한다.

도라지, 더덕, 칡

도라지는 예로부터 호흡기 질환의 주요 약재로 쓰였다. 쌉싸래한 맛을 내는 것이 사포닌 성분으로 호흡기 내 점막의 점액 분비량을 두드러지게 증가시킨다. 들이마신 먼지는 기관지를 타고 폐로 내려가는데 점액이 늘어나면 폐에 닿는 먼지가 줄어들게 된다. 천식 등 목이 아픈 질병에 도라지가 특효인 것이 이 때문. 더덕 또한 사포닌 함유량이 높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한다. 더덕에 많은 이눌린 성분도 폐를 보호한다. 칡에는 몸 속에서 유해 금속 이온과 착염(錯鹽)을 형성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 제거에 도움이 된다.

미역은 오염물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미역, 굴, 전복

미역의 끈적거리는 점액질은 알긴산이라는 식물섬유의 일종이다. 중금속이 몸 속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 효능이 있다. 알긴산은 소화되지 않고 모두 배설되는데 늘어난 변이 중금속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발암줄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그래서 황사를 '닦아 낸다'는 표현은 사실 돼지고기보다 미역에 더 어울린다. 굴과 전복엔 무기질이 풍부한데 특히 아연이 많다. 아연은 체내에 쌓인 납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전복은 눈이 침침할 때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먼지로 인해 생긴 시신경의 피로 증세를 풀어준다. 전복을 말리면 표면에 오징어처럼 흰 가루, 타우린이 생긴다. 타우린도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마늘은 미세먼지에 묻어 들어온 수은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명태

명태는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독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크다. 숙취 해소, 간장 해독, 노폐물 제거에 두루 약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 옛날 시골에선 농약, 지네 독, 연탄가스 따위에 중독됐을 때 명탯국을 끓여 먹는 것이 민간요법이었을 정도. 메치오닌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많기 때문에 오염물질에 지친 간을 보호해 준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해서 몸 속의 오염 물질 배출을 돕기도 한다. 피로 해소를 돕는 베타인, 타우린도 풍부하다.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고 알레르기에서 비롯된 질병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황사와 함께 꽃가루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봄철에 명태가 좋은 이유다.

한방에서 오미자는 폐를 튼튼히 하는 약재로 쓰인다.

마늘, 양파

대표적인 건강 식품으로 각광 받는 마늘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마늘에 많이 함유된 유황 성분은 체내로 들어온 수은과 결합해 배설된다. 미세먼지 속의 수은은 체내에서 만성 피로, 고혈압, 어지럼증 등을 유발한다. 유황은 중금속이 적혈구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양파에도 유황 성분이 비교적 풍부하다. 양파는 항균효과도 있어 박테리아균을 죽인다. 생양파를 몇 분 동안 씹는 것만으로 입 속의 해로운 균을 청소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유해한 부유물질이 많은 철에 양파가 좋은 이유다. 양파에 있는 알롬이라는 물질은 기관지 보호 효과가 탁월하다. 양파에서 뽑아낸 알롬으로 기침과 콧물 감기를 치료하는 약을 만들기도 한다.

찻잎의 탄닌 성분은 살균효과가 뛰어나다.

배, 매실, 오미자

호흡기 계통 질환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과일은 배다. 목과 폐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수분을 보충하는 작용이 있어 목이 아플 때, 기침과 가래가 있을 때 도움이 된다. 학교 선생님이나 성악가 등 성대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배를 먹으면 목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배의 사각사각한 식감은 식이섬유의 일종인 리그닌 때문인데 이것 또한 이물질 배출을 활발하게 한다. 매실은 각종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매실엔 구연산이 사과의 30배 이상 들어있다. 이것이 해독과 살균 작용을 한다. 오미자는 면역력을 높이고 폐를 튼튼하게 해 역시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

물, 녹차

위에 쓴 모든 음식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값싸게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것은 바로 물이다. 하루에 10잔 정도 물을 마시면 건조해지기 쉬운 기관지의 수분을 유지하고 체내 노폐물을 그때그때 배출할 수 있다. 따로 보습제를 바르지 않아도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 공기 중의 오염 물질과 접촉하는 피부 세포를 보호한다. 녹차는 아미노산과 무기질, 섬유소 등이 풍부해 다이옥신 같은 독성 물질의 흡수를 억제하고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 특히 녹차의 탄닌 성분은 살균 효과가 탁월하다. 모과, 오미자, 구기자, 옥수수 등으로 만든 차도 체내 중금속 배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