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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요!

저녁 7시, 집밥 풍경2014 <행복> 캠페인_ 집밥, 함께 먹기

저녁 7시, 집밥 풍경2014 <행복> 캠페인_ 집밥, 함께 먹기

집밥에는 다양한 풍경이 담긴다. 어떤 삶을 사는지 어느 집이고 밥상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이 모두 모이고 손님을 초대하는 저녁 식사 자리는 하루의 정점이나 다름없다. 일명 ‘집밥 마니아’의 저녁 밥상을 리얼하게 공개한다. 그들의 밥상에도 거창한 음식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집밥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며, 둘이서 연애하는 순간이고, 여럿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장이다. 당신의 집밥 풍경은 어떠한가?

혼자만의 휴식 같은 시간
혼자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는 통계다. ‘싱글 슈머’ ‘1인 가구’ ‘싱글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싱글을 겨냥한 간편 가정식이 시중에 넘쳐나고 식당은 포화 상태다. 끼니를 해결할 편리한 대체 방안이 있으니 혼자 사는 이들일수록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현실이 그렇다.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차유진 씨는 집밥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들을 보면 서글프다고 한다. “사람들은 집밥 하면 거창한 것을 생각하는데, 반찬 한 가지라도 소박하게나마 차려 먹는 것이 집밥의 시작이에요. 저도 바쁠 때는 밥에 찻물을 부어서 무장아찌 얹어 오차즈케처럼 먹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 저녁 밥상만큼은 제대로 챙겨 먹으려고 노력해요. 제겐 휴식 같은 시간이라 식사도 굉장히 천천히 하는 편이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고독할 기회마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그에게 집밥은 자신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며, 저녁 밥상은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음식은 밥반찬과 안주를 겸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된장은 일부러 챙겨 먹으려고 국이나 반찬에 슴슴하게 넣는다. 그에겐 음식이 약인 셈이다. 그의 말마따나 건강은 병원이 아니라 부엌에서 챙기는 것일진대, 영양제는 매일 챙겨 먹으면서 정작 끼니는 대충 때우는 이가 늘고 있는 요즘의 식생활은 어딘지 모순된 것이 사실. “집밥은 곧 자신이 먹는 음식을 스스로 차리고 조절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현미밥에 된장국, 달걀말이, 제철 식재료로 만든 나물이나 장아찌 같은 밑반찬을 곁들이면 아주 훌륭하죠. 대신 나트륨이 과하지 않도록 간을 싱겁게 하고요. 음식을 좋고 나쁜 것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식사에는 질이 있어요. 자기 자신을 위한 집밥이 바로 최상의 식사이지 않을까요.” _ 네타스키친 차유진 대표

 


올해 무가 풍년이라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폭락해 농부들이 울상이라고. 워낙 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리사의 밥상인 만큼 무의 소비를 독려하도록 자신의 밥상부터 실천한다. 유부와 간장을 넣은 무말랭이조림과 고추장으로 무친 무말랭이, 오복채(무장아찌) 가쓰오부시 무침이 그것. 여기에 영국 유학 시절부터 즐기던 고기감자간장조림인 니쿠쟈가, 채식 요리인 가지불고기, 단백질 공급원인 시금치달걀부침과 냉이된장국, 현미밥으로 차렸다.

화병은 스칸, 니쿠쟈가를 담은 파스타 볼은 로즈베리, 냅킨은 짐블랑, 나머지 그릇은 모두 무겐인터내셔널 제품.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둘만의 단출한 연애
전택수ㆍ이인선 부부에게 ‘집밥은 생존’이다.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정의다. 흔히 말하듯 세상만사가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밥상을 보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살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잡지와 광고를 두루 섭렵하는 사진가와 편집 디자이너로 누구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단순하되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생활 태도는 밥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어느 집이나 그럴 테지만 저희 집밥도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에요. 레시피로 풀면 다섯 줄을 넘지 않죠.” 미식은 비싼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손수 만든 집밥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전택수 씨는 고추ㆍ토마토ㆍ바질 등도 집 앞 텃밭에서 키워 요리할 때 사용한다. 제 손으로 키워 농장에서 식탁으로 바로 올리는 음식이니 이 집밥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이요, 건강한 밥상이 아닐는지.

여느 맞벌이 부부가 그러하듯 주중엔 서로 바빠서 얼굴 볼 겨를도 없기에 주말 밥상은 이들에게 연애하는 자리나 다름없다. 아침과 점심을 겸해 느지막하게 먹는 식사는 아내 이인선 씨가 한식으로 차리고, 저녁 밥상은 남편 전택수 씨가 맡는다. 주로 요리하기가 간편한 이탤리언 가정식을 별미로 즐기는데, 단골 메뉴는 다름 아닌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개운한 맛을 더하기 위해 청양고추를 넣는 것이 비법이다. 초대 음식으로도 좋고 조금씩 남아 처리하기 애매한 재료도 근사하게 살려주니 이 집에서는 파스타가 상비약 같은 식재료다. “둘 다 요리를 배운 적은 없어요.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는 거죠. 특히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데이비드 로코 셰프가 진행하는 음식 스타일을 좋아해요. 여기에 입맛대로 재료를 추가하는데, 주말 저녁을 준비하다 보면 마치 장기 자랑하는 기분이에요. 요리하는 참재미를 맛볼 수 있지요.” _ 사진가 전택수&편집 디자이너 이인선 부부


문어는 이인선 씨가 특히 좋아하는 식재료. 얼마 전 스페인으로 다녀온 결혼 기념 여행에서 즐겨 먹은 문어 요리를, 단골 메뉴인 청양고추토마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함께 주말 저녁 밥상에 올렸다. 문어 요리는 샐러드로도 즐기지만 스튜로 만들어 바게트 빵을 찍어 먹으면 별미라고. 올리브유에 마늘, 고추를 채 썰어 넣고 볶다가 토마토 퓌레와 문어를 넣고 푹 끓인 후 마지막에 파슬리를 넣으면 완성이다. 이때 토마토 퓌레는 시판 제품을 사용해도 좋지만 완숙 토마토를 준비해 반은 믹서에 갈아 넣고, 반은 통째로 넣고 끓이면 맛이 더욱 깊고 진하다.

블랙 캔들 홀더와 플레이트는 a.T 디자인, 커틀러리는 쉬즈리빙 제품.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식구食口’라서 행복한 순간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아무래도 밥상에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게다가 어른 입맛과 아이 입맛을 두루 아우르는 음식을 올려야 하니 찬거리가 적잖다. 열 살 찬규, 여섯 살 은규, 네 살 희규가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연휘ㆍ강은영 가족의 밥상 또한 늘 담백한 음식과 얼큰한 음식으로 푸짐하다. 매 끼니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은 아니지만, 밥상을 책임진 엄마에게는 식사 준비가 매일 주어지는 미션일 터. 매번 새로운 음식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메인 메뉴 하나는 끼니마다 다른 것을 올린다는 강은영 씨에게는 식사 준비가 자기 계발의 일면이자 가족에게 바치는 헌사다. “밥상은 제가 가족에게 해주는 사랑의 표현이에요. 전라도 분답게 손맛 좋은 시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웠을 뿐 요리를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만약 일로 여겼다면 과중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거예요.

엄마와 아내의 품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집밥이니 일로 여길 수가 없죠.” ‘식구食口’라는 말은 ‘한집에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이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식구 아닐는지. 온 가족이 매일 한두 끼를 꼭 함께하니 밥상머리 대화도 활발하다.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만발이다. “집밥은 제게 위로예요. 힘든 일이 있어도 집밥을 먹으면 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에요. 제게 집밥이 그러하듯 아이들에게도 하루 일과를 대화로 나누며 식구끼리 밥을 먹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식사 시간에 절대 TV를 켜지 않아요. 기도하고, 대화하죠.” 김연휘 씨는 정성으로 차린 밥상이니 음식 타박이나 투정도 절대 않는단다. 함께 나누는 자체가 행복인 집밥은 이 가족에게 그야말로 거룩한 끼니다. _ 왼쪽부터 둘째 김은규, 첫째 김찬규, 엄마 강은영 씨, 셋째 김희규, 아빠 김연휘 씨.

고등어묵은지조림은 김연휘 씨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 닭볶음탕, 제육볶음, 꽁치김치찌개 등도 아빠용으로 얼큰하게 만들어 자주 밥상에 올린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반찬은 오이쇠고기무침으로 담백하면서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당긴다. 여기에 무파래무침과 콩나물피망무침, 연근조림, 시금치무침 등은 밑반찬으로 싱겁게 간하고, 명란달걀찜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해 저녁 밥상이나 주말 아침에 주로 즐긴다.현미밥에 된장국은 기본으로 오늘 저녁 밥상엔 바지락과 콩나물을 넣어 끓였다.

나무 캔들 홀더는 짐블랑, 전골냄비와 리넨 테이블클로스는 로즈메리. 식기는 무겐인터내셔널과 쉬즈리빙 제품.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마음을 전하는 소통의 수단
“한동안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촌스럽고 불편한 일인 양 취급받았지만, 머지않아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겁니다. 저는 벌써 그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어요. 최신 트렌드로 치장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이 멋져 보이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어요. 앞으로는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이 있을 때 집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행복> 2008년 7월호 ‘라이프&스타일’ 칼럼에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조은숙 대표가 한 말이다.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교양인의 덕목인 양 모두가 외식 문화에 열광할 때도 그는 ‘집으로의 식사 초대’를 가장 따뜻하고 융숭한 대접으로 여겼다. 그가 ‘사람 부자’로 꼽히는 까닭일 터. “밥상은 작은 커뮤니티예요. 밥상을 둘러싸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니까요. 음식에는 인간관계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우리가 일상에 ‘밥 한번 먹자’고 늘 얘기하는 이유죠.”

밥상 위에 오르는 우리 도자기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대표인 그에게 식탁은 무대나 다름없다. 직접 만든 음식을 그릇에 담으며 쓰임새를 알리니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이답다. “내게 음식은 하나의 소통 수단이기도 해요. 보통 손님을 초대할 때 메뉴 짜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집밥 자체가 이미 훌륭한 메뉴예요. 된장국에 밑반찬이더라도 이만큼 편안한 음식이 없거든요.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도 자신의 역사와 사연이 있는 음식을 메인으로 올리면 이보다 멋진 밥상이 어디 있겠어요.” 그 흔한 센터피스 하나 없이 집밥으로 차린 초대상인데도 기품이 느껴지는 것은 음식을 담은 그릇과 차림새 덕분이다. 그날그날 손님상에 올리는 음식의 색을 보고 그릇을 골라 담는데, 굽이 있는 볼과 사각 접시로 식탁에 리듬감을 준 것. “손님상뿐 아니라 가족끼리 식사할 때도 1인 상차림을 즐겨요. 집밥이야말로 나와 가족, 지인을 위한 최상의 대접이니까요.” _ 왼쪽부터 조은숙 대표, 금속 작가 민덕영&박미경 부부, 이정미 도예 작가, 김정옥 도예 작가, 조선숙 실장.


식재료 본연의 맛이 훌륭하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 때문에 장보기가 특히 중요하다고. 식탁은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백자로 모던하게 차렸는데, 봄맛을 내기 위한 봄동전은 높은 사각 백자 접시에 담았다. 메인은 연잎에 1인분씩 담아 싼 갈비찜으로, 굽 있는 커다란 볼에 담아 식탁 중앙에 센터피스처럼 두었다. 여기에 매생이조랭이떡국, 무나물, 김치, 굴 등을 합에 담아 1인 상차림으로 냈다. 한 상에 차렸지만 코스로 즐겨도 좋다.


함께하는 밥 한 끼의 인연
시대가 변하니 밥상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집밥이라고 반드시 집에서 먹는 밥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선 ‘함께 나누는 밥상’도 집밥이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집밥이 유독 맛있고, 늘 그리운 대상인 데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인 이유도 있지만 여럿이 함께 둘러앉아 나누기 때문일 터. 지난해부터 20~30대 싱글족을 중심으로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셜 다이닝을 간단히 설명하면 SNS를 통해 만난 낯선 이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거나 음식을 나누는 것. 누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밥 한 끼를 제안할 수 있으며, 마음이 동하면 일원으로 참석할 수 있다.

대표적 소셜 다이닝 업체 ‘집밥(www.zipbob.net)’의 팀원이자 ‘리얼 집밥, 따뜻한 집밥 먹어요’ 포틀럭 모임을 주최한 강덕형 씨에게도 집밥은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즐거운 밥 모임이다. “요즘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손꼽을 정도이고, 회사나 사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비즈니스 미팅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집밥’ 모임은 이른바 싱글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주최자이자 소비자입니다. 함께하는 식사가 주는 행복이 그리운 이들이죠.” 포틀럭 모임에는 총 네 명이 모였는데, 모두 생면부지의 이들이다. 만남의 첫 관례인 통성명도 굳이 하지 않는다. 한데 관계에 대한 부담 없이 음식으로 뭉친 이들이어서인지 만남은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다.


소셜 다이닝 ‘집밥’의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2천1백40여 개의 밥 모임이 올라와 있고 현재 95개가 진행 중이다. 물론 이 숫자는 금세 올라가고, 모임에 따라서는 앙코르 모임을 하기도 한다. 지난 1월 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카페오공에서 있었던 ‘리얼 집밥, 따뜻한 집밥 먹어요’ 포틀럭 집밥 모임은 마치 학창 시절 삼삼오오 모여 나눠 먹던 점심 도시락을 떠올리게 했다. 불고기, 메추리알장조림, 쇠고기감자조림, 어묵조림, 김치 등과 함께 콘 샐러드, 김, 참치 통조림 등 시판 식품으로 소박하고 맛있는 식사였다. 촬영 협조 카페오공(02-584-0543)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니 준비해온 음식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리얼 집밥’답다. 평소 먹는 밑반찬을 만들어 오거나 시판 양념으로 솜씨를 발휘한 이가 있는가 하면 요리할 짬이 없는 이는 김이나 참치 통조림 등 시판 식품을 가져오기도 하고, 과일을 디저트로 준비해오기도 한다. 이들은 “집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음식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솔직 담백하게 나누는 자리니 음식과 이야기가 있는 공동의 식탁이다. 이것이 소셜 다이닝 ‘집밥’의 힘이다. _ 소셜 다이닝 ‘집밥’의 ‘리얼 집밥, 따뜻한 집밥 먹어요’ 모임 참가자. 왼쪽부터 김성희 씨, 주최자 강덕형 씨, 변근아 씨, 이지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