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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서울대 교지 '관악', 마지막 책 놓여져

서울대 교지 '관악', 마지막 책 놓여져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인원 못 구해 25년만에 종간…'전직 멤버' 3명 모여 종간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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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회관에 놓여진 교지 <관악> 종간호. /사진=서진욱 기자.
'<관악>의 종간은 서울대 학생사회의 몰락을 상징하지도, 청년실업과 보수정치의 결과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지난 21일 서울대학교 곳곳에는 1990년 창간 이후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교지 <관악>의 종간호 1500부가 놓여졌다. 한때 각계 유명 인사들의 기고가 실렸던 <관악>이 종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지를 만들 사람이 없어서다.

종간호 편집부는 <관악>의 마지막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유재명(99학번) "사람이 안 와서 생기는 위기는 돌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서원주(05학번) "학교 공간 안에 사회적 공간이 더 이상 없다. 학교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더 이상 없게 되면 교지는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다시 정리하자면 학생사회의 고유한 담론 영역이 사라졌다."

함규원(09학번) "조직 없이 사람이 헌신해야 하는 시대인데 그런 사람들조차 없다."

지난해 6월 <관악>은 새로운 구성원 모집에 실패, 교지 활동을 포기했다. 종간호는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전직 멤버' 3명이 만든 마지막 작품이다. 주로 <관악>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담은 전직 편집위원들의 글이 실렸다. 종간호는 1988년 창간준비호 이후 49번째로 출판된 책이다. 편집위원 198명이 총 1514개 기사를 작성했다.

종간호 편집부는 종간사에서 "우스갯소리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6개월만 일찍 나왔다면 <관악>은 종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며 "<관악>의 종간은 서울대 학생사회의 몰락을 상징하지도, 청년실업과 보수정치의 결과를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많은 학생기자들이 자신의 손과 발로 진실을 옮겨내고 있고, 늦은 밤 학생회관에는 지금도 불빛이 반짝인다"며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쓰이지 않을 주어 <관악>은 그 모든 말과 행동을 지지한다"고 마무리했다.

<관악>의 25년 역사를 담은 잡기장, 수습지원·편집활동·재무 관련 문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친필 원고 등 기록물은 서울대 기록관으로 이관돼 보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