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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학습

디자인의 핵심은 '소통'… 풍부한 경험 바탕돼야

디자인의 핵심은 '소통'… 풍부한 경험 바탕돼야


 

(왼쪽부터)멘토링에 참여한 멘토 한지수·이은정씨, 이근 교수, 박해주양. / 이경민 기자

[스타교수 멘토링] 이근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2009년부터 미술대학 입시에서 실기 전형을 점진적으로 폐지해온 홍익대학교가 2013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미술대학 입학 전형에서 실기 전형을 모두 배제했다. 이근 홍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미술계에도 미술만 열심히 한 학생보다는 리더십, 봉사, 기본 소양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패션, 자동차, 생활용품 등 현대인의 삶 곳곳에 녹아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아이 시리즈의 성공 비결로 '둥근 모서리 사각형'의 디자인을 꼽는 이들이 많다. 디자인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진출 분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능, 편의성, 심미성을 아우르는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꽃으로 불린다. 홍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영국 왕립예술대(RCA) 대학원에서 수학한 이 교수는 10여년간의 실무 경험을 갖춘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는 2011년 열린 페라리 월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1위 팀을 배출했다. 이번 스타 교수 멘토링에는 이 교수와 제자 한지수(27), 이은정(22)씨, 이화미디어고 2년 박희주(17)양이 참여했다.

◇좋은 디자인은 '소통'에서 시작… 이과적 사고력, 문과적 감성 두루 갖춰야

이 교수는 좋은 디자이너의 요건으로 '소통'을 꼽았다.

"디자인과 예술은 완전히 다른 길입니다. 예술가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해도 후세에 인정받을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동시대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 핵심은 '소통과 타협'에 있어요. 디자인의 목표는 상품화에 있기 때문에 기술, 예산, 쓰는 사람의 만족도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자기 고집만 부려서는 안 되죠. 특히 이과적 사고력과 문과적 감성을 두루 갖추어야 합니다."

소통의 출발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홍대 미대가 '기술' 대신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고에서 이과를 전공한 이은정씨는 무실기 전형으로 입학했다. 내신도 상위권을 유지했던 그는 "이과 공부를 하면서 키운 논리력과 과학에 대한 이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과 과목에 흥미를 느꼈죠. 실제로 산업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공학 등 이과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해요. 입시 미술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대학에서 기본기부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디자이너는 자유롭다? 철저한 자기관리 필수

"디자이너는 타인의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작업을 하지 않나?"는 박희주양의 질문에 이 교수는 "대표적인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디자인의 목표는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생활 역시 규칙적이어야 하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겉보기에는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내면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에요. 협업이 필수인 디자인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한지수씨는 "아이디어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 책, 인터뷰, 조사 등을 바탕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이런 자료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나만의 아이디어 소스 파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북이 대표적인 소스 파일이에요. 유명 디자이너는 모두 본인만의 소스 파일을 갖고 있죠. 저 역시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를 스크랩한다든지, 휴대전화 카메라, 스케치, 메모로 영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교수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아라"고 조언했다. "군침이 돈다는 얘기를 하죠? 처음 보는 음식은 봐도 군침이 돌지 않아요. 반대로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눈으로 보고도 설익었는지, 된 지 알 수 있죠.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