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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중·하위권에서 1등으로… 비결은 '개념' 이해

중·하위권에서 1등으로… 비결은 '개념' 이해
[조선일보] 2010년 04월 19일(월) 오전 03:22   가| 이메일| 프린트



2003년 울산과학고등학교 개교 준비를 위해 미국 과 호주 의 영재학교를 탐방하러 간 도임자(50·現 울산광역시교육청 교육국장)씨는 그들의 수업방식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일방적인 교수법이 아닌 쌍방향, 수평적인 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하면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이 인상에 남았다. 또한 과목마다 기본과 개념을 강조하는 것도 신기했다. 1 년간의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울산과학고 초대 교장을 맡은 그는 그때의 깨달음을 학생들에게 적용하기로 결심했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불행해 보였어요.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뭐가 문제인지를 곰곰이 연구했지요. 그러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을 돕자고 결심하며 200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방을 열게 됐어요."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열다

도씨는 교장실에 딸린 창고와 학교운영위원회실을 개조해 공부방을 만들었다. 책상과 걸상을 놓고 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나서, 학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우선 울산과학고 주변에 사는 동네 아이들부터 모았다.

도씨는 몇달간 공부방에 모인 열 명 남짓 학생들의 공부법을 일일이 지켜봤다. 그러자 한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문제집부터 푼 것.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는 아이들에게 단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물었지만,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어요. 공부에 서투른 아이들을 보면 개념은 소홀히 한 채 무조건 문제집에만 기대죠. 문제집은 반드시 개념을 정확히 익히고 나서 확인을 위해 풀어야 하는데 말이죠. 본문은 대충 한번 보고 문제풀이에만 매달리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이들에게 국어사전을 하나씩 나눠줬다. 그리고 하루에 다섯번씩 교과서 단원에 나온 용어를 국어사전을 참고해 익히라고 권유했다. 틈날 때마다 본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해줬다. 정기적으로 학생 한명씩 만나 배운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을 설명해보라고 시키기도 했다.

또한 울산과학고 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멘토 제도도 운영했다. 1·2학년 재학생 중 신청을 받아서 공부방 학생 한명과 연결해 공부를 돕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공부방에 모여 함께 공부했다. 공부 잘하는 형, 누나를 보면서 아이들은 크게 자극을 받았다. 도씨는 "멘티는 공부의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멘토는 봉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기를 1년,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성적은 날로 좋아졌다. 그 중에는 중하위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이 급변한 아이도 있었다. 도씨는 "3년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특히 중하위권인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공부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프로그램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공부하는 법의 중요성

그는 스스로 자신의 교육법을 천천히 공부하기라고 부른다. 무조건 빨리 읽고,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완벽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천천히 교과서를 읽다 보면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된단다.

"우연히 접한 조선시대 학자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는 '뜻도 모르고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독서라고 부를 수 없다'고 단언해요. 대충 개념을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확실히 독서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도씨는 늘 기본을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공부하는 태도를 으뜸으로 꼽는다. 의자에 앉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고, 연필 잡는 방법이 잘못되는 등 태도가 불량하면 공부도 그만큼 불량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도임자씨가 추천하는 본문 공부 전체 매뉴얼

①공부할 단원이 정해지면 사전을 활용해 모르는 낱말을 찾아 참고서 여백에 쓴다.

②찾아 놓은 낱말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한번 읽는다. 걸린 시간을 여백에 적는다.

③두 번째 천천히 읽고, 읽은 시간 적는다.

④세 번, 네 번, 다섯번을 읽고 읽은 시간을 적는다.

⑤A4 용지에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적고 적은 것을 모아 제본한다.

⑥목표로 정한 한 권을 완전학습하고 나면 다시 첫 단원으로 돌아와 처음부터 복습한다.

⑦간단한 문제를 풀며 점검한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