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잘하려면 ‘잘 듣기’부터 시작 | |
영화 '클래스'를 통해 본 우리 교실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공감·공유하는 법 배워야 국영수 중심에서 탈피…사유 돕는 책읽기 필요해 | |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선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 <클래스>의 특별 상영이 있었다. 이날은 영화 상영 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진행했다. 200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클래스>는 파리 외곽에 있는 중학교 교실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영화다. 실제 교사와 학생들, 학부모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프랑스 개봉 당시 극찬을 받으며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4년차 교사 마랭은 설렘과 긴장을 안고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반 학생들과 마랭의 신경전은 영화가 흘러갈수록 강도를 더해간다. 그는 자화상을 써오는 숙제를 내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라 미간의 주름이 펴질 날이 없다. 실제 상황과 시나리오 사이를 오가는 화면은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화면에 빈 교실이 보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관객석에선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조한혜정 교수가 무대에 올라 소감을 묻자 관객들 사이에선 공통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속 프랑스 교육현실이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진 교수는 “교사가 원하는 것과 학생이 원하는 것 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한 여성 관객은 “학원도 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며 자신에게도 “교사로서의 권위의식이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선린인터넷고 이사무엘군은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하던 학생의 대사를 들었을 때 주입식 교육으로 공부하는 우리나라 교실이 떠올랐다”며 “의자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장면을 보고 지금 우리 교실과 똑같단 생각을 했다”고 했다. 포천 일동고 정상원군은 “프랑스도 한국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선생님의 꾸중, 학생들의 불손한 태도 등은 우리의 교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했다. “정말 저게 소통일까요?” 관객들의 소감이 이어진 뒤 조 교수가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조 교수는 “영화 속 마랭과 학생들의 대화나 토론은 소통보다는 형식적인 태도에 가깝다”며 프랑스의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영화 속 학생들의 대화나 토론에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잖아요. 우리가 흔히 ‘주체적’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게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인식이 된 것 같아요. 꼭 주체적이 돼야 하고, 혼자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죠.” 영화 속 토론식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주체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소통이 부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조 교수는 이렇게 소통 없는 토론식 수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서로의 입장이 되어 그 시각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을 인문학적 사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를 위해선 현재 학교에서 필수과목이라고 하는 국·영·수 중심의 틀에 갇혀 있기보단 음악·미술·운동 등으로 과목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어요. 관계를 고민하게 하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해주는 인문학 책도 많이 읽혀야겠죠.” 현장에선 비슷한 대안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포천 일동고 정상원군은 “실제로 선생님들은 엇나가는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단 강압적인 통제만 하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며 “우리 교육이 제대로 서려면 지식을 주입하는 수업시간을 줄이고, 학생이나 교사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교육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민(양명여고)·이상윤(미양고) <아하!한겨레> 학생수습기자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