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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배려'를 배운 아이들… 공부 더 열심히

'배려'를 배운 아이들… 공부 더 열심히

[맹렬 교사 열전] 명문 '봉사 동아리' 만든 분당 영덕여고 이난주 교사
"배울점 많다" 입소문… 동아리 가입경쟁 치열

경기도 성남시 분당 영덕여고에는 'JLS'라는 '명문 동아리'가 있다. 올해 교내 서울대 합격자 4명 중 2명이 이 동아리 출신이었다. "JLS 가면 진짜 많이 배운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경쟁률이 6~8대1로 높다. 까다로운 서류·인성 면접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회원들은 꼭 동아리 배지를 달고 다닐 정도로 '소속감'도 대단하다.

이런 '명성'만 들으면 공부하는 동아리로 생각하겠지만 JLS (Joy· Love·Service)는 국어 담당 이난주(49) 교사가 2001년 창단한 '봉사 동아리'다. 이 교사는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학생들과 함께 뛰며 청소년 봉사는 '시간 때우기', '점수 따기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JLS를 명문 동아리로 만들었다. 이 교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청소년 봉사의 대모(大母)'로 불린다.

교내 봉사 동아리를 진두지휘하며 학생들의 성적까지 끌어올린 분당 영덕여고 이난주 교사가 9일 동아리 학생들과 봉사 경험을 떠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이 교사가 '봉사'에 눈을 뜬 건 10년 전이다. 때마침 개교한 경희대 NGO대학원에서 자원봉사관리학 석사를 딴 다음 만든 것이 '봉사 동아리'였다.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아이들에게 주위를 돌아보게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당시에는 봉사 동아리가 있는 학교 자체가 드물었고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어렵게 JLS를 만든 이 교사는 먼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왜 봉사를 해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사전 조사하도록 했다. 또 아이들 등만 떠밀기보다 이 교사가 함께 참여해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했다. 교사와 함께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하자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이 교사는 한번 시작한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도록 했다. JLS 학생들은 9년째 매주 토요일 정신지체 학생들의 현장 학습 도우미로 활동하고, 5년째 장애인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이밖에도 이 교사는 지역사회 살리기 프로그램, 독거노인 반찬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변화는 곧 나타났다. 한 학부모는 이 교사를 찾아와 "자기밖에 모르던 애가 이제 남을 먼저 배려하는 아이로 바뀌어서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의사, 사회복지사가 돼 사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세웠다. 목표가 생긴 아이들은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

이 교사는 "봉사를 성적에까지 반영하는 시대인데, 그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너무 낮다"며 "교사들부터 청소년 봉사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