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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안도현의 동화 '연어'

우리는 연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천(母川) 회귀성 물고기로 태어나자마자 모천을 떠난 치어들이 이국만리인 알래스카까지 헤엄쳐 가서 산란기가 되면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측은한 물고기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의 일생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 불쌍한 존재가 아닌 위대한 삶을 사는 존재는 아닐까. 우리 인간의 사춘기처럼 상처받고 번민하면서 희망을 좇아 성장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존재는 아닐까.

시인 안도현의 동화 연어는 모천 회귀라는 운명을 타고난 연어의 성장통과 아픈 사랑을 투명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수작. 출간 11년 만에 100쇄를 돌파하면서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작가는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는 문구로 글을 시작해 끝을 맺는다. 작가는 연어가 강에서 보내는 시간이 바다에서보다 10분의 1도 되지 않은데 왜 강물 냄새가 난다고 했는지 독자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강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수없이 흘린 땀, 꺾이지 않은 희망과 생명력이 진하게 녹아있기에 강에서의 추억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동화 연어는 은빛연어라는 풋내기 연어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다른 연어들과 달리 자신만이 은빛인 것이 부끄럽고 삶의 목적이 단순히 알을 낳기 위한 것에 불만을 품는, 우리 인간들로 치면 세상물정 모르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은빛연어는 짧지만 긴 여정을 통해 한껏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은빛연어는 모천으로 회귀하는 첫 여정에서 물수리의 공격으로 누나연어를 잃는다. 외톨이가 된 은빛연어는 불곰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코자 기껏이 몸을 던지는 눈맑은연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갖은 곤경을 헤치고 도착한 초록강. 은빛연어는 초록강으로부터 아버지의 행적과 삶의 의미를 듣게 되고 조금씩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는다.

하지만 연어떼 앞에 폭포라는 장애물이 나타난다. 폭포를 앞에 두고 연어떼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시끄러워진다. 폭포의 한쪽에 쉬운 길을 찾자 연어떼는 그 길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은빛연어는 쉬운 길을 과감히 버리고 험난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자고 주장한다.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한다면 우리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거고 거기에 익숙해질 거야. 하지만 우리가 험난한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폭포에서 보내는 한순간, 한순간이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될거야. 그렇게 도전을 통해 폭포를 뛰어넘은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초록강 상류에서 알을 낳으면서 우여곡절의 여정을 끝낸다.

연어의 삶의 목적은 알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연어들은 그 단순한 목적을 아름답고 훌륭하게 이루기 위해 쉬운 길이 있으면서도 험난한 길을 택하고 온 힘을 다한다. 이 책은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시험의 연속일 삶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쉬움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뒤 얻게 될 가치를 곱씹어보게끔 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생각해보기

1. 작가는 연어를 위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옆에서 보라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작가는 연어떼를 통해 각 인간군상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턱큰연어, 빼빼마른연어, 주둥이큰연어, 지느러미긴연어 등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3. 주인공 은빛연어에게 편지를 한 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