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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

남들보다 +1을 갖추기 위한 처절한 몸무림

[인물] 대학교 4학년 편입생 홍지혜(25세)씨
»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홍지혜(25)씨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전문대 졸업 후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편입해 올해 4학년이 된 홍지혜(25세)씨는 졸업을 1년 앞두고 직업선택에 두려움이 앞선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기에 현실은 쉽지 않아

지혜씨는 3년전 전문대를 졸업하고 편입을 계획했다. 대학에서 인터넷비지니스를 공부했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엔 스스로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또한 평소 방송이나 영상분야에 관심이 많아 신문방송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공부 욕심도 생겼다. 이처럼 취업의 두려움과 새로운 학업에 대한 욕심으로 편입을 꿈꿨다.

그러나 부모님의 만류에 계획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빨리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편입을 미룬 후 졸업과 동시에 지혜씨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한 과정을 보냈다.










“젊었을 때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기도 했고요. 편입을 대비해 입학금도 미리 모아놓고요”

그렇게 시작한 ‘직업찾기’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매니저를 해보고 싶어 아웃백 서빙알바를 했고, 전공을 따라 컴퓨터 학원 강사로 일하며 입학금을 모았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4천원이 채 안되는 적은 시급으로 입학금은 모아지지 않았고, 적성에 맞는 직업도 찾지 못했다. 지혜씨는 이 과정에서 직업선택의 기준이 바꿔기도 했다.

“졸업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할 수 있는것’, ‘하고 싶은일’을 찾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었어요. 연봉이나 근무조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 좋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요.”

이런 변화는 지혜씨가 2년간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통해 깨달은 ‘현실’의 반영이다. 아웃백에서 20kg의 접시를 들고 뛰어다니며 서빙일을 했던 지혜씨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빨라야 저녁 8시가 되어야 끝나는 고된 생활을, 한달에 두 번 쉬어가며 1년간 했다. 이렇게 일해 7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같이 졸업해 직장에 다니는 동기들보다 더 오랜시간, 더 고된일을 했음에도 결과는 달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과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더 힘들게 일했던 나는 70만원,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못해도 150만원.. 허무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는 일한만큼의 마땅한 보수를 받는 직업을 선택할거에요. 비교적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기도 해요.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럼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취업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남들과 다른 한가지, ‘+1’을 만들기 위해 멈출 수 없는 달리기

»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학생 신분으로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은 지혜씨는 방학을 이용해 토익 학원을 수강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결정되진 않았지만 ‘괜찮은 직장’을 갖기 위한 기초 자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 재학 당시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했던 지혜씨는 편입을 하면서 한 가지 스스로 결심한 것이 있었다. ‘공부만 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남다른 목표를 가지고 편입한 만큼 헛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활발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많이 어려웠지만 잘 참아냈다. 그 결과 편입 한 학기만에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지혜씨는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생각에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같은 학년인 여자 동생들이 4학년 진학을 앞두고 10명 중 7명이 휴학을 했어요. 모두가 토익공부나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죠. 이런걸 보면 저는 취업준비가 많이 늦은 것 같아요. 앞으로 1년밖에 안남았는데 이제야 토익을 시작했어요. 학교 다닐 땐 학교 공부에 바빴거든요. ‘나는 왜 진작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을까?’하는 자괴감도 들어요”

남들보다 ‘+1’이 될 만한 것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어학연수에 토익, 각종 자격증을 겸비해도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는 현실에서 지혜씨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로 부모님께 용돈받기 죄송한 마음에 오후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지만 3일만에 그만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녁 늦게 끝나는 아르바이트 시간 때문에 토익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시간 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격’으로 평가받는 사회
낙오되지 않기 위해 따라갈 수 밖에 없어

지혜씨는 PD가 되고 싶다. PD에 관심이 있어 편입을 했고,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적성과 맞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PD가 되기 위해선 방송국 조연출부터 시작해야 돼요. 돈은 많이 벌지는 모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인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어려울 것 같아요. 아웃백의 경험처럼 더 많이, 힘들게 일해서 적은 대가를 받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대기업을 자꾸 생각하게 돼요”

PD의 꿈은 마음으로만 간직 한 채 대기업 입사조건에 맞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토익, 자격증 공부 등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혜씨는 ‘자격으로 평가받는 사회’에 수긍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나라는 ‘자격으로 평가받는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굳이 필요도 없는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격’을 갖추고, 남들보다 더 많은 자격을 갖추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지금 대학생들의 모습이에요.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싫지만 어쩔수 없이 나도 준비해야하는 것, 이런 현실을 직시하게 된 느낌이에요. 이명박이 경제는 살려도 토익은 있어야 하잖아요?”

신청이 기자 tlscjdd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