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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사관학교 수석 합격생들의 공부법



[중앙일보 박정식.정치호]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상위권 대학 합격생 못지않게 관심을 받는 수험생들이 있다. 이른바 특수목적대학으로 불리는 육·해·공·간호 사관학교의 수석 합격생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필고사를 비롯해 신체·체력·적성검사, 논술시험, 면접, 학교생활기록부 성적과 수능시험 등 무려 8개에 이르는 다단계 전형을 치러야 한다. 통과자는 지력·체력·인성 3박자를 겸비한 학생으로 평가받는다. 2008학년도 사관학교 선발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들의 공부법을 들어봤다.

 ◆“체험캠프 참가 후 진로 결정”=학생들은 수석 합격을 차지할 수 있는 공부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하나 같이 목표를 먼저 정하라고 입을 모았다. 목표가 정해져야 그에 맞는 공부 계획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1학년 때 진로를 사관학교로 결정했으며 2학년 때부턴 학업에 몰두했다. 늦어도 고2 여름방학부터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해사 전체 수석을 차지한 설정훈(18·인천 세일고 3)군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느냐, 안 세우느냐에 따라 공부 할 때 동기 부여와 추진력이 확연히 차이 난다”고 말했다.

 설군은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진 않았다. 반 성적이 고1학년 때까지만 해도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해사로 진학을 결정한 뒤 2학년 때부터 성적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는 “상위권 대학을 가겠다는 막연한 상상만 할 땐 실천력이 부족해 공부가 지지부진했다”며 “마음이 흔들릴 땐 몸에 익은 볼펜과 의자까지 바꾸며 슬럼프를 극복하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사관학교 체험학습을 통해 진로를 조기에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 육사 전체 수석에 오른 김형기(19·충남 대건고 3)군이 그 사례다. 김군은 “고1 여름방학 때 육사 생도 체험 캠프에 참여한 뒤 마음의 갈등을 잠재우고 사관학교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리는 고난도 문제 풀이로 대비해야”=사관학교 시험 문제는 대학 수학능력시험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편이다. 수리는 더 까다로운데 특히 올해의 경우 수리 시험의 절반이 한 번에 풀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들이어서 응시생들이 많이 당황했다.

 그러나 수석 합격생들은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었다. 난도 높은 문제들만 따로 모아 반복해 푸는 연습을 미리 했던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문제 1개를 5~6번 반복해 풀면서 문제의 유형과 풀이과정을 통째로 암기해 버렸다.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

 해사 여자 수석 합격생 조주혜(20·경기 백석고 졸)양은 “수학이 어렵게 출제될 것에 대비해 5개년 기출문제 유형을 모두 암기해 버렸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험시간도 부족한 데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당황하게 돼 시험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양은 “자주 틀리는 문제는 과거에 푼 풀이과정과 최근에 다시 푼 풀이과정을 비교하며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 익혔다”고 덧붙였다.

 영어는 빠른 독해력이 합격의 관건이다. 공사에 수석 합격한 윤해림(19·대구 동문고 3)양은 핵심 주제만을 찾아 읽는 영어 읽기 기술을 따로 연마했다. 윤양은 “인터넷 강의에서 지문을 다 읽지 않고도 논제가 요구하는 답을 찾아내는 속독·속해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문의 모르는 단어들은 철자와 의미를 공책에 따로 옮겨 적고 다음날 반복해 썼는데, 지문 내용을 함께 연상하며 외우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조언했다.

 ◆“여학생은 강한 체력 길러야”=사관학교 수업은 여느 대학과 달리 군인이 되기 위한 학업 과정이므로 체력 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학생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여학생들에겐 지필시험과 함께 체력시험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가 만만치 않다.

 조양은 “체력이 약해 1차 시험을 치른 뒤 바로 방과 후 헬스클럽을 다니며 조언을 받았다”며 “아침에는 아빠와 함께 조깅하고 밤에는 운동장을 뛰며 오래달리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간호사관학교에 수석 합격한 한아름(19·울산 학성여고 3)양은 별도 운동기구를 구입해 팔굽혀펴기를 연습했고, 매일 야간 자율학습 후 학교 운동장을 뛰며 오래달리기를 훈련했다. 한양은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꼭 간호사관학교를 가겠다고 말하고 다니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험이 끝난 지금도 입학 후 생도교육에 대비해 매일 체력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글=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정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