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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수능 2주 앞둔 수험생 ‘박탈감’… 학부모·교사, 다독이느라 고충//초등생도 나라 걱정 ‘한숨’… “최순실 닮았다” 다퉈

수능 2주 앞둔 수험생 ‘박탈감’… 학부모·교사, 다독이느라 고충

중·고교서도 시국선언 이어져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7일)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고등학교 3학년 교실마저 뒤숭숭한 분위기에 빠져 학부모와 교사들이 가슴을 졸이며 수험생을 다독이고 있다.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 씨의 딸 정유라(20)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출석 일수 인정 특혜 의혹과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관리 특혜 의혹 등을 받아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A(18) 군은 4일 “‘하면 된다’는 말은 해도 안 되는 줄 알면서 그냥 우리를 타이르려고 하는 얘기 아니냐”며 “부모가 권력 실세면 학교에 빠져도 출석으로 쳐 주고, 대학도 가고, 학점까지 챙겨주지 않나.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딸을 둔 학부모 이모(여·54) 씨는 “딸이 주말에 촛불집회라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해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인생의 향방을 가른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말리긴 했는데, 잘못된 행동도 아닌데 못하게 해서 마음은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오르비’에는 EBS 수능완성 ‘법과 정치’ 과목 실전모의고사 2회 4번 제시문을 인용해 현 정권을 꼬집는 ‘수험생 시국선언’이 올라왔다. 선언문은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국민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유래하지 않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전국 각지의 중·고교에서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중고생연대와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은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등학생들의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초등생도 나라 걱정 ‘한숨’… “최순실 닮았다” 다퉈


또 조사실로… :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반장이 연필 굴려 시험 찍은 꼴”

“최근 엄마·아빠 욕쟁이 돼”

쉬는시간 ‘연설문 완성 게임’


“하야가 뭔가요. 우리나라 망하는 건가요.”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여파로 초등학생들까지 ‘나라 걱정’을 하는 판이 됐다. 최순실 의혹사건에 대한 생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일기에 촛불집회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쓰고, 최순실 풍자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최순실 관련 질문을 하면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자아이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요즘 TV를 켜면 온통 최순실 얘기뿐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반장에 뽑힌 친구가 반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모범을 보여야 하는 반장이 연필을 굴려 시험을 찍고, 반을 이끌어나가는 것과 같아요. 초등학생인 제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저라도 제가 생각한 대로 결정하고 이끌어 나갈 텐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또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어린이’는 유튜브에 최순실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렸다. “최순실 아줌마 때문에 평소 욕을 안 하시던 저희 엄마·아빠가 욕을 하시고 집이 이상해졌어요. 아줌마가 우리 부모님을 욕쟁이로 만들었어요. 잘못이 있으면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용서를 구하세요”라는 내용이다.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안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아이들이 ‘대통령 하야가 무슨 뜻이냐, 우리나라 망하는 거냐’고 질문했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며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로 제한시간 내에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완성시키는 등의 풍자 게임을 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아이들 일기장에 촛불집회를 다녀왔다는 얘기도 있고, 수업시간에 관련 질문도 많이 한다”며 “친구들 사이에 ‘최순실 닮았다’ ‘최순실 같다’고 놀리다가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효목·윤명진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