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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서울대 합격자 수가 명문고 기준?

서울대 합격자 수가 명문고 기준?중앙일보 | 입력2016.04.05. 10:18

기사 내용

by 권호정권이정(19) 양의 학교는 서울대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교실 야간자율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청을 묵살하고 단체 자습실을 만들었다.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학생과 학부모의 여론을 무시할 정도로 고등학교 평가의 중요한 요소일까?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조사해 보고 서울대 진학이 반영하지 못하는 각 학교만의 장점을 알아보았다.

명문고의 기준은 무엇일까이지연(17) 양은 좋은 면학 분위기가 명문고를 만든다고 했다. 이 양의 학교는 올해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 수가 1명이었지만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 양은 이런 '공부하는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 발생 빈도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압구정고 박인규(17) 군은 “성적보다 학생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잦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 많으면 마음놓고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했다.
학교의 급식과 시설의 질이 학교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바쁘더라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과 저녁은 꼭 챙겨 먹는 황인휘(19) 양은 장시간 “공부하는 데 영양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학교가 명문고라고 했다. 정성민(19) 양은 “시설이 좋아야 공부가 잘된다”며 "좋은 학교는 학생들이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라고 했다.
학교의 커리큘럼과 수업의 질도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김선엽(18) 군은 “학생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학교가 명문 학교"라며 "학교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들의 개인별 성적 향상률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겨야 한다"고도 했다. 한영외고 독일어과 박재용 선생님은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므로 학생들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고 김 군과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한영외고 진학지도부 이혜진 선생님은 학생들의 '대외활동 참여도'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외활동은 학생들이 공부 외에 다른 것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 밖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은 "대외 활동보다는 교내활동과 성적에 중점을 두는 서울대 합격자 수가 보여주는 학업 성취도만으로 학교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불완전하다"고 했다.대진여고의 '통섭 독서 캠프'는 1년에 8번 학생들이 4명씩 팀을 이루어 진행된다. 작년 캠프에 참가한 김채영(18) 양은 "저자 초청 강연에서 책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직접 질문하고 같은 팀 친구들과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 더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청심국제고 유학반 이서현(17) 양은 청심국제고는 한 학년이 100명 내외로 인원이 적고 해외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학교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 양은 "인원이 적으니 선생님이 학생과 자세한 진로심화상담을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진지한 인생 상담도 할 수 있어 힘든 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서울대 합격자 수가 명문고 여부를 반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현정(19) 양은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서울대 합격자 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우수한 커리큘럼과 수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했다.
허서인(19) 양 역시 "서울대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학교 프로그램이 좋고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신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고등학교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권규혁(19) 군은 “고등학교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을 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등학교가 본래 목적을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영외고 진학지도부 이슬희 선생님은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 수만으로 학교를 평가하면 학교 프로그램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외고에서는 특기자 전형이 있는 연세대나 고려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많아 특기자 전형이 없는 서울대의 합격자 수로만 학교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선생님은 “특정대학 합격자 수로 학교 순위를 매기는 일이 없애 모든 학교 학생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권호정(한영외고 3)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한영외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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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문에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이런 현수막은 졸업·입학시즌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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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외고 3학년 교실의 칠판 지우개. 서울대 교표가 가장 위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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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문에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이런 현수막은 졸업·입학시즌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중앙포토]
한 고등학교 교문에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이런 현수막은 졸업·입학시즌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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