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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가장 듣고 싶은 말 ‘괜찮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세요” //미드 시청·곤충 키우기·추리소설 읽기… 나만의 취미로 활력 채우고, 공부와 연결하면 ‘일거양득’

“가장 듣고 싶은 말 ‘괜찮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세요”

중학생, 진짜 속내를 말하다

최근 '중 2가 가장 무섭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만큼 중학생 자녀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 "말 한 마디만 건네도 짜증 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중학생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중학생 아이들도 부모·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한창 하고픈 게 많은 나이에 학교·학원만 오가야 하는 중학생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엄마의 만족감은 미지수… 끝없는 '공부' 스트레스

중학생들의 고민 가운데 가장 큰 건 역시 '공부'다. '성적' '학원' 등 공부에 얽힌 불만이 가장 많다. 대다수 중학생이 밤 10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11시쯤 돼서야 귀가한다. 그러고 나서도 학교 숙제와 수행평가, 학원 과제를 마쳐야 겨우 잘 수 있다.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황규택(서울 남성중 3)군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고,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것은 쉴 곳이 학교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또래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 '십대가 진짜 속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펴낸 정윤경(평택 안일중 2)양 역시 "지금도 힘든데, 어른들은 '고등학교 가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때는 더 많이 공부했다'고 얘기한다"며 "그러면 '여기서 얼마나 더 힘들어진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고 했다. "사실 학원을 많이 다니는 건 이제 적응이 됐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이 복습보다는 선행이 많으니까, 공부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해도 못 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학원에 계속 앉아 있으려니 그게 더 힘든 거예요."

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시험 성적 때문에 야단이라도 맞으면 더 속상하다. 정서우(서울 광신중 2)양은 "주위 친구들을 보면 시험을 잘 보려고 학교·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다"며 "우리가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알아주지 않을 때 가장 서운하다"고 했다. 게다가 몇 점을 받아야, 혹은 몇 등을 해야 부모가 만족하는지도 미지수다. 정윤경양은 "제가 7개 틀린 시험에서 2개밖에 안 틀린 친구가 '엄마한테 혼나겠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봤다"며 "대체 얼마나 잘해야 부모님이 만족하실지 모르겠다는 게 우리 마음을 더 답답하게 한다"고 했다. "물론 저희가 잘못하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어른들이 저희에게 조금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어린 저희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거든요. 저희도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다만 어른들이 너무 몰아붙이니까 더 하기 싫어지는 거예요."

◇꿈 강요하는 사회… 꿈 없는 아이는 불안하다

고교·대학 입시가 변하면서 요즘은 '일찍 꿈을 찾아 준비해야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정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중학생 가운데 확고한 꿈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가현(서울 남성중 3)양은 "친구들에게 꿈을 물으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는 아이가 꽤 많다"며 "지금 중학생들은 눈에 보이는 직업 외에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알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계속 '꿈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희망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은 자기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뚜렷한 꿈이 없다고 해서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정서우양은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명확한 꿈을 말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한다"며 "학생들에게 여유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더 주어지면 꿈을 찾는 아이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꿈이 있으면서도 어른 앞에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기 꿈에 대한 확신도 없는 데다 자신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꿈을 말했을 때 누군가 자신을 비웃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다. 정윤경양은 "자신도 꿈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들이 '그걸로 먹고살 수 있겠냐'고 말하면 아이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마음속 꿈과 남 앞에서 얘기하는 꿈이 다른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규택군, 정윤경·정서우·최가현·남궁지원양. 이들은 “중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만한 시간과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한준호·염동우·이신영 기자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괜찮다'는 위로

중학생 아이들은 고민이 있어도 부모에게 얘기하기를 꺼린다. 그 이유의 하나는 얘기했을 때 부모 반응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그까짓 일로 뭘 고민하느냐"는 식의 대답이다. "사회생활을 하시는 어른들 눈에 저희 고민은 정말 사소해 보일 거예요. 저희에게는 정말 심각한 고민인데 '별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니까, 속상하고 서운할 때가 있어요."(최가현) "부모님과 얘기할 때 부모님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친구들도 꽤 많아요. 대화하자고 해놓고 정신은 온통 집안일 등 다른 데 집중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황규택)

이와 반대로 사소한 일로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 않기도 한다. 남궁지원(서울 남성중 3)양은 "중학생들은 사실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며 "그래서 어지간한 고민은 친구와 의논하고,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중학생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괜찮다'는 위로다. "시험 성적이 나빴을 때, 부모님께서 '다음에 잘하면 된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신 적이 있어요. 그게 오히려 저한테 위로가 되더라고요."(정서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 1위로 '괜찮아'를 꼽는 친구가 가장 많았어요. '사랑해' '수고했어' 등도 나왔고요. 부모님께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는 뜻이죠. 제 친구 중에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건지, 공부 잘하는 나를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는 부모님께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원합니다."(정윤경)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미드 시청·곤충 키우기·추리소설 읽기… 나만의 취미로 활력 채우고, 공부와 연결하면 ‘일거양득’

전교 1등은 어떻게 놀까?

우등생들은 공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놀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 서울 인창고 3학년 윤준호군은 밴드 공연 관람, 악기 연주, 곤충 키우기 등 취미생활로 즐거움을 찾는다. / 조혜원 객원기자

공부 스트레스 앞에는 장사가 없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들도 1년 365일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때때로 자기만의 놀이나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다면 이들은 놀이와 공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을까?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노는 전교 1등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음악·드라마,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의 하나는 '음악'이다. 서울 인창고 3학년 윤준호군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홍대 인디밴드 공연장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록(rock)· 메탈(metal) 등 음악을 좋아해 공연을 보러 가거나 음반을 구입해 듣는 일이 잦았다. 윤군은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소리치고 뛰며 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15분 정도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 윤군은 "전자바이올린은 이어폰을 꽂으면 밤에도 시끄럽지 않게 연주할 수 있다"며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신나게 연주한 뒤에 다시 독서실에 가서 새벽 1시 30분경까지 공부하고 돌아온다"고 전했다.

윤희수(서울 개포고 3)양은 시험이 끝나는 날엔 반드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다. 친구들과 3시간가량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뛰면서 노래를 부르고, 스트레스가 남지 않게 원 없이 논다. 이날만큼은 부모도 윤양이 마음껏 놀 수 있게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윤양은 "시험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는 시험 끝나고 무엇을 하며 놀지를 떠올린다"며 "지치지 않고 공부하려면 이런 단기 보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V는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서울 환일고 2학년 임형욱군은 TV 드라마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때그때 자신의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정해두고, 주 2회(2시간) 정도 시청한다. 임군은 "드라마 시청 시간은 비워두고 공부계획을 세운다"며 "보고 싶은 드라마 방영일에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미리 정한 공부계획을 빠짐없이 실천한 뒤에 집에 가서 편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강은비(서울 한영고 3)양은 미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문화인류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그는 특히 (법)인류학자가 주인공인 미국 드라마 '본즈(Bones)'를 즐겨본다. 보통 밤 11시에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드라마 한 편을 본 다음 12시에 잠든다. 강양은 "관심 분야 내용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흥미롭다"며 "재미로 보는 드라마이지만, 영어 공부에도 도움돼 일석이조"라고 전했다

◇놀이가 공부·독서·비교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

서울 휘문고 3학년 유병민군은 영화 마니아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 고 3인 지금도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꼭 본다. 시간이없을 때는 밥 먹는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본다. 유군은 "영화를 보고 공부하면 영화의 잔상이 남아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며 "미리 정한 하루 공부 계획을 다 소화한 뒤 영화를 보고 바로 잠잘 수 있게 스케줄을 짠다"고 전했다. 유군은 영화 내용에서 생각할 거리를 찾거나 이를 독서로 연결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화 '쇼생크탈출'을 본 뒤에는 죄수의 삶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죄와 벌(도스토옙스키)' 등을 읽었다.

독서로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도 많다. 전성민(공주 한일고 3)군은 여가시간에 책을 주로 읽는다. 최근엔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을 주로 봤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헤로도토스의 '역사', 한비자, 장자 등을 만화로 읽었다. 전군은 "만화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현대적 예시가 많아 이해하기가 쉽다"고 전했다. 전군은 하루 5시간씩 주어지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30분 정도 '딴생각'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생각의 주제는 주로 사회이슈다. 최근엔 '금수저·흙수저 논란'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전군은 "이런 생각으로 무슨 스트레스가 풀리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시험 기간만 되면 안 읽던 책마저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계속 공부만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윤희수양도 주말에 여가가 날 때는 책을 편다. 온전히 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교과·전공 관련 책보다 소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윤양은 "추리소설은 재미있는 데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며 "쉬면서 머리도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윤준호군은 애완동물을 돌보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거미·지네 등 곤충을 주로 키웠다. 많게는 400여 마리까지 키웠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공부에 방해되지 않도록 25마리 정도로 줄였다. 주말에는 곤충들에게 영양식을 주고, 집을 청소해주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윤군은 "중학교 때까지는 잘 본 과목도 50점 안팎일 정도로 공부에 소홀했지만, 곤충을 연구하기로 결심한 뒤로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즐거움은 순간… 절제할 수 있어야 후회 안 해

이들은 공부계획을 미리 짜고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 취미생활이나 놀이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윤준호군은 "학교에서는 아예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여가활동을 한다"며 "점심·저녁 시간에도 밥을 먹으며 인터넷강의를 시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은비양은 힙합가수 '도끼'의 열성팬이다. 콘서트에 가고 인터넷 등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는 게 삶의 즐거움 중 하나였지만, 고 3이 되면서 그런 활동을 대폭 줄였다. 강양은 "정말 보고 싶을 때는 예전에 찍어둔 콘서트 동영상 등을 본다"며 "그것도 한두 편가량만 골라 짧게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즐거움은 순간일 뿐, 놀고 나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후회만 남아요. 노는 동안에도 머리 한쪽에 공부 생각이 남아서 온전히 즐기기도 어렵고요. 계속 그런 후회가 남는다면, 한 번쯤은 참고 노력해 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절제'가 쉽지 않다. 우등생들은 "혼자 힘으로 절제를 못 할 땐 주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민군도 중학교 때까지는 컴퓨터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기숙학교인 한일고에 진학한 것도 게임을 끊어내기 위해서였다. 윤희수양 역시 "제 친구 중에도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그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걸게 한 뒤, 밤에 집에 갈 때가 돼서야 잠금을 푸는 방식을 썼다"고 전했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