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행복한 책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독서클럽은 인생클럽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독서클럽은 인생클럽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책 읽기가 낯선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어떤 책이 좋고 어떤 독서법이 바람직할까.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권장도서는 의미가 없고 간절하게 질문을 하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읽으면 독서가 훨씬 재미있고 효용도 높아진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책은 권장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자주 했다. 친구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없듯이 책도 부딪히고 부딪히면서 골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책을 훌훌 넘기다가 몇몇 구절을 봤을 때 상상력과 창조력의 벼락을 맞는 일을 즐긴다고 고백했다.

소설가 김영하씨도 여러 강연에서 남이 읽으라는 책을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자유롭게 책을 고르고 자기만의 리듬 속에서 책을 읽으며 기존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인생행로가 변경되는 체험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책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좋은 독서라고 했다. 그는 어떤 주제에 관심이 생기면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펼쳐놓고 목차와 머리말을 중심으로 대략 훑어본다고 한다. 그런 뒤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탐독하고, 그 책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주제를 따라 독서를 이어간다.

주연선 은행나무 출판사 대표는 독서가 재미있는 책부터 읽으라고 조언한다. 소설을 재미없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소설을 먼저 읽다가 책에 흥미가 붙고 읽기에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역사서와 인문서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책을 직접 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책 선물을 주고받다 보면 서서히 독서에 재미가 생긴다는 얘기다.

연합뉴스DB
독서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을 때는 독서회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럿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책을 훨씬 풍부하게 볼 수 있다. 독서모임은 목적과 수준, 회원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지만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강의형은 학습공동체를 지향한다. 독서와 강의가 함께 이뤄진다. 토론형은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는 형태다. 고백형은 감상 발표가 중심이다. 책을 읽다 떠올린 자신의 특별한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 반성, 후회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고백형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고급스러운 수다'라고 표현한다.

회원이 21명인 '모자이크 포럼'은 7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 독서클럽이다. 삼십대부터 육십 대까지 교수, 사업가, 가수, 종교인 등 경험이 각색인 사람들이 모여 지식과 지혜를 나눈다. 여기에는 회장, 부회장이 없고 모두가 의장이다. 누구나 의장으로서 모임을 소집할 수 있다.

보통은 평일 또는 토요일 아침에 카페에서 조찬을 하면서 토론을 한다. 챕터별로 토론을 진행하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토론하는 시간은 2∼3달 정도다. 최근에는 '아트인문학 여행', '그리스인 조르바', '로마인 이야기', '서양 미술사', '오뒷세이아' 등을 읽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정기모임에서는 독서 외에도 공연 감상 등 다양한 경험을 한다.

회원 김군태씨는 "카이사르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말했듯이 같은 책을 읽어도 개개인이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며 "모임에 나오면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독서모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몇 가지 룰을 지키면 좋다. 독서교육 전문가인 김창화 이루미스쿨 대표는 쉬운 책을 고르고, 토론을 이끌 리더를 세우라고 조언한다. 책의 난이도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지수가 있다.

 

연합뉴스DB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름을 딴 '호킹지수'는 완독률을 보여주는데, 초대박 베스트셀러였던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지수가 6.6%에 불과했다. 100장짜리 책이었다면 6.6장에서 읽기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호킹지수 2.4%를 기록해 '시간의 역사'를 제쳤다는 뉴스도 있었다.

김 대표는 "흥부와 놀부전을 읽어도 토론을 할 수 있다"며 "토론은 리더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 질이 결정되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있어 보이는 책'을 읽으려는 허세를 버려야 한다"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윈스턴 처칠은 "책과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서로 알고라도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책과 친해지지 못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책을 옆에 두라고 당부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시절이다. 역사적으로 효용이 증명된 독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