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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B 제외 국·영·수 모두 1등급 컷 내려갈 듯 // ]‘쉽게’ 강조하더니…고난도 문제 끼워넣어 ‘물수능’ 면피

국어B 제외 국·영·수 모두 1등급 컷 내려갈 듯

[한겨레] 입시업체 수능 가채점 결과 보니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교실 뒤 벽거울을 보며 눈화장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국어 B형을 제외한 국·영·수 전 영역이 모두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 등급 커트라인(등급컷)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과 올해 6·9월 모의평가를 통해 ‘쉬운 수능’을 준비해왔던 수험생들이 갑작스런 ‘어려운 수능’에 큰 당혹감을 느꼈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입시전문업체들은 13일 국어 B형 이외의 국어·영어·수학 영역 등급컷이 지난해보다 하락해 국·영·수의 입시 변별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온라인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영역별 예상 등급컷을 추정한 분석 결과다.

이번 수능에서는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화’ 확정 이후 쉽게 출제되다가 올해 갑자기 어려워진 영어가 입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탐구영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입시전문업체 대부분은 영어 1등급컷을 원점수 기준 94점으로 추정했다. 역대 가장 쉬운 수준이던 지난해의 경우 영어 1등급컷은 98점이었다. 메가스터디는 “영어 영역이 애초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상당히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 영역의 체감적 난이도가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려워진 영어 최대 변수 될 듯
탐구 과목 변별력 줄어들 전망
널뛰기 난이도에 수험생 당혹
“쉬운 수능 예고한 잘못 책임져야”


 

2016학년도 수능 영역별 등급 커트라인(원점수 기준, 13일 기준)



대성, 메가스터디, 비상교육, 이투스청솔, 종로학원 하늘교육, 중앙유웨이, 진학사 등 입시업체 7곳의 등급컷을 종합해보면 다른 과목들도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출제 경향이 나타난다. 국어 A형은 지난해 97점에서 올해 96점으로, 수학 A형은 96점에서 94~96점으로, 수학 B형은 100점에서 96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지나치게 어려웠던 국어 B형만 91점에서 올해 94점으로 1등급컷이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신호를 잘못 보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변별력 면에서 볼 때 이번 수능의 난이도 조절 자체는 잘했다고 보지만, 이렇게 어렵게 낼 거면 미리 예고를 했어야 한다”며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쉽게 낸다는 시그널을 줘놓고 갑자기 뒤집어버리면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 수험생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목별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진학지도는 지난해 ‘물수능’ 때보다 한결 쉬워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현행 입시가 상대평가다 보니까 난이도가 높아지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도 확보된다”며 “냉정하게 보자면 학생들을 줄세우기가 쉬워지고 교사들이 진학지도를 하기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만기 이사는 “점수대가 몰려 있지 않고 분산돼 있으니 동점자가 적어 대학들 입장에서도 학생을 뽑기가 쉽다”고 말했다.

쉬운 국·영·수로 인해 지난 입시들에서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았던 탐구 과목의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성룡 소장은 “국·영·수 반영 비율이 높은데다가 변별력도 있으니, 이제 반영 비율이 낮은 사탐·과탐의 변별력은 잊는 게 좋다”며 “인문계는 국어·영어, 자연계는 수학·영어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탐구의 출제 경향은 전반적으로 쉬웠지만 동아시아사, 경제, 사회문화의 1등급컷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탐구는 과목 간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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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강조하더니…고난도 문제 끼워넣어 ‘물수능’ 면피

ㆍ예상보다 체감 난도 높아져 ‘혼란’…최상위권은 되레 영향 적어
ㆍ인문계 국·영, 자연계 영·과탐 ‘변수’…학생들 “영어에 배신감”
ㆍ전문가들 긍정·부정론 엇갈려 “일단 수시 전형에 최선을” 조언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영어·국어A 영역의 체감 난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영·수 중에서는 지난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국어B만 유일하게 1등급컷이 3점 오른 94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난도는 높았다. 수능이 6·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워지고 등급컷도 대개 내려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험생들은 당장 수시모집 논술·면접고사 응시 여부를 놓고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들을 제외하면 논술 등 대학별 고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합격 가능 대학 어디? 수능 다음날인 13일 한 입시업체가 입시설명회를 연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당을 가득 메운 채 입시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서성일 기자

■영어·국어·과탐 변별력 커져

학생들은 체감 난도가 가장 높았던 과목으로 영어와 국어를 꼽았다. 특히 영어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영어는 지난해 ‘물수능’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데다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돼 이번에도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영어는 지난 6·9월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 1등급컷이 100점 만점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가채점 결과 이번 수능에선 영어 1등급컷이 93~94점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영어 난도가 높아진 것은 수능당국이 예고했던 대로 EBS 교재 지문 출제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생들이 EBS 교재 지문을 암기해 시험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와 달리 소재는 비슷하지만 문장표현을 달리한 지문을 출제했다. 국어도 물리학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지문과 철학 관련 제시문 등 낯선 유형이 등장해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탐구에선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생명과학I 1등급컷이 41점까지 떨어질 정도로 어렵게 출제돼 자연계 수험생들의 당락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된 고난도 문제들이 체감 난도를 높였다”며 “상위권은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겠지만 중위권 성적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 일단 응시

13일 학원가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논술학원 등록을 취소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시모집 전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애매하면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채점 결과 점수가 아주 잘 나왔다고 판단되면 굳이 수시전형을 안 봐도 되지만 도저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시전형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4등급 예상 등급컷은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원점수만으로 속단하지 말고 수시전형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도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4개 영역 중 2개 영역 등급이 한 등급씩 올라간 경우가 아니라면 수시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채점 결과만으로 정시 전략을 서둘러 짤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정시 전략을 짜려면 표준점수를 알아야 하는데, 12월2일 성적 통보 이전까지는 표준점수를 알 수 없는 데다 표준점수에 따라 가채점 결과 성적이 나쁜 과목으로 평가한 과목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최저학력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정시에 반영되는 2학기 기말고사에 집중하는 게 좋다. 성적이 나빠 재수를 결심할 경우에도 재수생은 다음해 수시전형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반영하기 때문에 기말고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변별력 확보했지만 ‘갈지자 행보’ 지적

이번 수능은 ‘물수능’ 논란을 낳은 지난해 수능과 달리 변별력 확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교협 상담교사단 소속 윤기영 충암고 교사는 “점수대가 고루 분포돼 정시 지원 전략을 짜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당국이 잘못된 신호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영수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6월과 9월 모의평가 수준이면 대학들이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수능이 6·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출제될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 유성룡 소장은 “문제는 수능이 쉬운가 어려운가보다는 난이도가 널뛰기를 한다는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던 부분에 대해 교육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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