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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고3 때 ‘타짜’ 찾기는 금물, 입시에도 ‘성실한 공부’ 필요

고3 때 ‘타짜’ 찾기는 금물, 입시에도 ‘성실한 공부’ 필요

등록 :2016-02-15 19:18수정 :2016-02-16 09:36

 

 
지난 3일 서울 신촌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진로진학 담당 교사가 모여 2017학년도 입시에 대해 좌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정경영 교사, 김종우 교사, 김진석 교사.
현장교사 3인이 말하는 2017학년도 대입
2016학년도 대입이 마무리됐다. 사실상 수능이 끝나자마자 예비 고3들은 ‘수험생 체제’로 접어든다. 새 학기를 앞둔 지금,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교육 현장에서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나만의 대입전략을 세우는 방법과 진학상담을 받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등을 들어봤다.

지난 3일 서울 신촌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진행한 좌담회에는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이자 한국진로진학교육학회운영위원장인 김종우 교사, 정경영 고려대사범대부속고 진로진학상담교사, 김진석 부천 소명여고 교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수능은 변별력 확보한 편
올해 ‘한국사 필수’ 입시 큰 영향 없어

3학년 전 세부지원 결정해야
“사교육서 합격 된다던데?” 묻기도 해
예외적인 컨설팅 자료에 휘둘려선 안돼
올해 대교협서 입시정보 누리집 열 계획

-먼저 2016학년도 입시 결과를 간략히 분석해 달라.

김종우 수능이 2014학년도에는 문제 오류, 2015학년도에는 물수능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 그에 반해 2016학년도 수능은 대체로 잡음이 없었다. 그 전해에는 ‘질러보자’는 게 강했지만 올해는 정시에서도 변별력 확보가 돼 큰 혼란을 피했다.

김진석 맞다. 2015학년도에는 대학들이 창피해서 수능 최하 점수컷을 발표하지 못할 정도였다. 2016학년도에는 인문계는 수학, 문·이과 공통인 영어 등 전체적으로, 특히 상위권 학생 변별력 확보에 의미가 있었다.

전형 결정 시기, 학교·학생 따라 달라야

-올해 바뀌는 입시의 주요 특징과 그 의미를 짚는다면?

정경영 수능 보는 시점이 2년마다 1주씩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셋째주 목요일로 바뀌었다. 그만큼 학교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생겼다는 걸로 이해했다.

김종우 한 주 늦춘 건 3학년 2학기를 학교로 돌려달라는 뜻이다. 문제는 대학의 전형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정시에서 가·나·다군을 폐지하거나 정시 자체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수능일을 늦춰도 2학기 자습시간이나 이비에스(EBS) 수능교재로 수업하는 기간만 늘린다는 비판도 있다. 이건 좀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정경영 ‘한국사 필수’는 서울대에서 반길 만한 변화다. 서울대만 한국사를 필수로 했을 때는 상위권 학생들이 한국사까지 따로 준비하게 되어 불리했다. 한국사 성적이 안 나와 서울대를 포기한 학생들 때문에 연세대 커트라인이 더 높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서울대가 오히려 파워가 생길 것이다.

김종우 한국사 도입은 사실 사교육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학원에선 이미 붐도 일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변별력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만큼 걱정 말고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면 된다.(한국사는 40점 이상은 1등급, 35점 이상은 2등급, 30점 이상은 3등급이다.)

김진석 한국사는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수시는 최저학력기준으로 두고, 대부분의 서울 소재 대학은 3등급 이상이면 만점, 자연계는 4등급도 만점이다. 정시 역시 가산점 기준으로 인문계 3등급 이상, 자연계 4등급 이상이면 만점이다. 한국사에 관심을 갖자는 정도이지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담 크지 않다.

-학생들에게 물으니 고3 때 어떤 전형을 준비할 것인지 정한다고 한다. 실제 세부 전형 결정은 언제 하는 게 좋은가?

정경영 기본적으로 1학년 때 크게는 수시와 정시, 좁게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교과와 논술, 정시까지 모두 대비하는 게 맞다. 1년 열심히 하면 겨울방학 때쯤 스스로 나한테 뭐가 유리한지 판단이 선다. 2학년 때는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한 뒤 3학년 가기 전 최종 결정하는 게 낫다. 이런 식으로 범위를 좁혀가는 게 좋다.

김종우 전형을 결정하는 시기는 학교나 학생마다 달라야 한다. 시골에 있는 학생의 경우 수능 점수가 안 나오면 학종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보통은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끝나고 5월에 정시 가능성을 따지면서 수시도 준비한다. 학생부로 갈 건지 논술로 갈 건지, 학종 준비하면서 논술을 같이 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김진석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6월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삼는다. 성적 분포가 6월 모의고사 이후 떨어졌다가 수능에서 6월과 비슷한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관건은 학종인데 이 전형은 1, 2학년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3년 준비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교과전형도 사실상 3년 내내 준비하는 셈이다. 동일 집단 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내신이 크게 요동치는 경우는 드물다.

-논술전형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 준비하면 되나? 수능이나 내신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김진석 논술전형은 최상위권에서 중요하다. 특히 인문계는 상경계열도 수리논술까지 보니까 문과든 이과든 수리 능력이 중요하다. 2학년 때 대학 기출문제 풀어보고 자신의 실질 역량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경영 논술전형은 논술 자체 역량이 중요하다. 수능은 최저기준만 맞추면 된다. 대학 기출문제 풀어봤을 때 ‘할 만하네’ 하는 학생은 (기초 실력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학원 가야 한다. 하지만 ‘어머, 이거 학원 보내야겠다’ 하면 (어차피 기초 실력이 없는 거라) 학원 가도 안 된다. 우리 학교는 3년짜리 논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년별로 각각 독서토론, 배경지식, 대학별 고사를 분석한 논구술을 배운다. 논술로 못 가도 배경 지식 쌓고, 면접 준비가 되니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대학 입학처 누리집 등 즐겨찾기 해두길

-세분 다 학부모나 학생 진학 상담을 많이 할 텐데, 가장 힘든 점은 뭔가?

김종우 학부모나 학생은 교사한테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냐’는 가능성을 묻는다. 교사는 내신이나 모의고사 성적 등 객관적 능력을 따져 답을 해줘야 한다. 최종 선택은 본인한테 달렸는데 그들은 정확한 컨설팅을 원한다.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교사를 최대한 믿어야 한다.

김진석 문제는 정보격차와 관점의 차이다. 면담할 때 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불러서 하면 효과적이다. 서로 간에 생기는 이견,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 보통 3학년 때 상담을 7번 정도 한다. 좀 웃길지 모르지만 정시는 수능 직후부터 졸업식날까지도 상담을 한다. 정시 2차가 있으니까 추가합격 가능성을 고려해 본인이 원하면 해보라고 한다.

정경영 일부 학부모는 이미 사교육 컨설팅을 받은 뒤 고정관념을 가지고 한번 ‘떠보려고’ 교사를 찾기도 한다. 사교육 자료는 편파적이거나 왜곡될 수 있다. 반면 교사들은 꾸준히, 하나하나 입력해서 수합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고 믿을 만하다.

김진석 가끔 학부모 면담 때 “사교육에서는 상위권 대학이 가능하다는데 선생님은 왜 안 된다고 하냐”며 따지는 경우가 있다. 사교육은 예외적이고 희박한 자료를 가져와 이야기하는데 그걸 무조건 들이대는 식이다. 하지만 아이 역량이나 해당 연도 입시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종우 입시에 관해 ‘절대 타짜’는 있을 수 없다.

모두 (고개 끄덕이며) 그 말이 맞다. 정확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진석 생활 형편에 따라 학부모 사이에서도 정보격차가 크다. 학교에서 학기초 나이스 정보를 알려주면서 1번부터 10번 항목이 대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하는 유인물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정보가 공개될수록 교사 입장에서는 요구사항이 많아 피곤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1학년 때부터 학생부에 나오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학부모도 아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밖에 학부모나 학생이 상담 전 입시관련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창구를 알려 달라.

김진석 대학 입학처 누리집을 활용하라. 서울 소재 거의 모든 대학이 교과 성적은 물론 학종 내신 분포 정보를 제공한다. ‘공교육 정상화촉진법’에 따라 대학에서 만든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도 참고할 만하다. 대학별 고사에 대한 상세정보가 나와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1, 2학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학과나 대학 입학처 누리집에 들어가 자주 들여다보면 입시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정경영 자기주도학습처럼 자기주도탐색력도 필요하다. ‘학원의존형’인 아이들이 많아 진로교사가 1, 2학년 때부터 입시 관련 자료 찾는 법을 알려주고 누리집도 직접 들어가보게 한다. 1, 2학년 때 반찬 다 해놓으면 3학년 때 밥상만 차리면 되는데, 반찬을 몰라 제대로 안 해놓고 3학년 때 밥상 차리려니 차릴 게 없어 힘들다. 스스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김종우 입학처 누리집을 말했는데 실제 들어가 보면 공개를 잘하는 ‘착한 대학’과 거짓 정보를 올리는 ‘나쁜 대학’으로 나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곧 입시정보포털 누리집을 연다. 대학별로 흩어진 자료를 한꺼번에 볼 수 있을 거고, 대학별 비교도 될 것이다.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도 전부 긍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대학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하지 말고 솔직해져야 한다.

김진석 선생님 말씀이 맞다. 비판적 부분은 동의한다. 내가 보고서를 잘 보라고 말한 건 집필에 참여한 교사나 외부인사 의견 말고 실제 대학이 출제한 논술문제와 의도, 대략적 평가 양식을 예전보다 발전한 형태로 내놓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다. 최근 살펴본 자료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게 ‘교대’다. 교대는 자료 공개를 굉장히 안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면접에 대한 내용도 제공하고 있다. 그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 달라.

김종우 학부모도 자식 키우는 데 비법이 없듯 교사도 마찬가지다. 입시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말고 학생·학부모·교사가 삼위일체가 돼서 같이 고민하면서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김진석 학종이 강조되기 때문만은 아니고 아이들에게 학교 자체가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 겉보기 번지르르하고 형식적 기록인 ‘껍데기 역량’이 아니라 아이가 진짜 제대로 노력하고 느껴서 성장시킨 역량이 진짜 역량이다.

정경영 자소서 3번과 추천서 2번 항목이 ‘인성’이다. 평소 아이들한테 ‘공부만 잘해서 의사·판사·검사 된 사람 중 인간성 더러운 이가 얼마나 많냐’고 얘기한다. 공부만 잘하는 ‘찌질이’보다 유능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학종 통해서 그런 학생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