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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학, 쉬워진다는데 우리 애는 왜 어려워할까?

수학, 쉬워진다는데 우리 애는 왜 어려워할까?

ㆍ‘수포자’를 만드는 엄마의 오해

공부 잘하는 아이의 다른 말은 바로 수학 잘하는 아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도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혹시 엄마인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은 깊어만 간다.

 


1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수학은 선행이 관건이다?
수학은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아이와 할 수 없는 아이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선행을 하면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대개 판단은 지능검사로 한다. 단순하다. 예를 들어 지능지수가 130 정도면 상위 2%에 속한다. 이 정도면 3년 정도 앞서 선행할 수 있다. 6학년이라면 중학교 3학년 반에 들어가도 이해를 한다. 이런 아이는 선행을 필히 해야 한다. 자신의 연령에 맞는 학년 수업은 그 아이에게 너무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하위 2%에 속한다면 6학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3학년 과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지능지수가 140 정도라면 고2 과정도 가능하다. 이게 바로 지능이다. 하지만 지능이라고 해서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우리 애는 머리가 안 좋으니까’ 하고 무엇인가 결론이 난 것처럼 여기고 애초에 포기하란 것이 아니다. 지능이란 부모의 의지에 의해 개발되기 때문이다.

90%의 아이들이 지능지수 100~120 영역에 해당한다. 1, 2년 정도 선행은 가능하다. 3년 이상 선행이 가능한 아이들은 100명 중 2명꼴인데, 이걸 부러워해서 다른 아이들이 따라 하면 속된 말로 망하는 거다. 수학을 제 식대로 잘할 수 있는 아이가 섣부른 선행으로 인해 졸지에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될 수 있다. 엄마가 만든 수포자일 수 있으니 유의하자. 그리고 ‘우리 애는 상위 2%와는 다르다’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럼에도 6학년 다른 동급생이 중3 수학을 한다고 따라서 선행을 하는 게 현실이다. 지능이 높지 않아도 중3이 되면 중3 수학을 다 풀 줄 안다. 지능이 높다라는 건 6학년 때 중3 수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제 학년의 수학은 너무 쉬워서 선행을 시키지 않으면 학습 틀이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역으로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공부 태도 측면에서도 선행을 해야 한다. 수학 선행은 누구나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되는 아이와 해서는 안 되는 아이로 나뉜다는 것부터 알아두고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자.

2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수학 공부는 질보다 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학은 질이다. 질이 중요하다. 문제집 한 권을 빨리만 푼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학원가에는 “문제집 한 권만 풀고도 수능 만점을 맞았다”라는 말이 있다. 문제집을 정말 한 권 풀었을 것이다. 단, 한 권의 문제집을 적어도 일곱 번은 반복해서 풀었을 것이다. 문제의 질도 중요하지만 공부의 질도 중요하다. 쉽고 단순한 문제를 풀더라도 그것을 확장시키는 방식의 공부는 어려운 문제를 푼 이상의 효과를 거둔다.

3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초등은 무조건 연산이란 건 옛말이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무조건 연산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연산할 수 있다면 초등 수학은 성공한 거다. 일본과 미국도 연산을 쉽게 가는 정책을 쓰다가 모두 실패했다. 연산은 단순 계산처럼 보이지만 초등 연령에 필요한 지능을 높이는 훈련이기도 하다. 단순 계산은 계산기로 하면 되지만 지능까지 높여주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연산은 반복적 훈련이다. 축구로 치면 패스다.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관건은 이 반복을 얼마나 덜 지겹게 시키는가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필요하다. 무작위로 5, 6페이지씩 무의미하게 푸는 것은 의미가 없다. 1페이지를 풀더라도 얼마나 정확하게 푸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초등 연산은 엄마의 관리 능력이 관건이다.

우스갯소리로 “초등 아이 연산은 옆집 엄마에게 맡겨라”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아이의 실수 앞에서 냉철한 엄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야 틀려도 ‘기특’하지만 ‘25-8=?’ 같은 문제를 틀리면 엄마 마음은 좋지 않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 눈치를 본다. 수학 때문에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아지면 결국엔 수학까지 미워하게 된다. 엄마와 사이가 나빠지는 방식의 공부법과 분위기는 수학의 가장 큰 적이다.


4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지금은 어리니까 못해도 나중에는 다 잘할 것이다?
아직은 어리니까, 저학년이니까 ‘학년이 올라가면 나아지겠지’라며 자연스럽게 교육될 거라 기대라면 안 된다. 수학에서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어떠한 계기로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올랐다는 아이가 있다면, 갑자기 수학을 잘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는 잘했으나 잠깐 수학 공부에 손을 놓고 방황했을 것이다. 즉, 기초가 어느 정도 있는 아이다. 이때도 초등학교 때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공부해야 잘할 수 있다. 초등학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수를 공부하는 시기로 수를 모르는데 수학을 잘할 순 없다. 막연하게 나중에는 잘하겠지 하는 생각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일 뿐이다.

5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수학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를 목표로 공부시키자?

학습 컨설팅 전문가인 민성원 민성원연구소 소장은 엄마들에게 이것만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것으로 초등학생의 경시대회 응시와 중학생의 올림피아드 응시를 꼽았다. 왜냐하면 수학이나 과학은 나이가 들면 쉬워진다. 어릴 때는 어렵다. 수학을 좋아하는 중2 아이가 고1을 대상으로 한 「수학의 정석-실력 편」을 하루에 서너 시간씩 푼다고 치자. 일종의 영재다. 그런데 지금 이 아이가 50분씩 고민하는 문제를 정작 고1이 되면 3분이면 풀게 된다. 어려운 한 문제에 50분씩 매달리며 천재라고 자위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영어와 국어를 공부해 놓는다면? 영어 단어는 중학교 때 외우나 고등학교 때 외우나 소요되는 시간은 똑같다. 잘하는 아이 기준으로도 무분별한 경시대회 준비는 오버 페이스다. 의대나 공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라도 경시대회는 필요 없다. 하물며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수학을 포기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6 수학에 관한 엄마들의 생각
개편된 ‘스토리텔링 수학’을 따로 대비해야 한다?

스토리텔링 수학이 수학 교과서에 대두된 경위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데 있었다. 그래서 수학을 ‘쉽게 가르치고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시중에는 스토리텔링이 앞으로 수학 교육의 대세가 될 것으로 광고하는 사교육 업체가 많다. 하지만 수학 교과서를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변화는 별로 없다. 이번에 바뀐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도 교과서 전체 중 두 단원만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해 구성했을 뿐이다. 스토리텔링은 따로 대비할 것이 없다.

Expert Interview
“우리 애는 잘한다는 막연한 낙관을 버리고 객관적 데이터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성원(학습컨설팅 전문 민성원연구소 소장)


Q 고등학생 중 6명이, 초등학생 중 3명이 수포자란 뉴스가 얼마 전 나왔어요. 우리나라 수학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가 상대평가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쉽게 말해 좋은 대학은 적고, 가고 싶은 사람은 많은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해야 하는데, 영어는 이제 거의 변별력이 없어졌고 국어는 다들 고등학교 때 시작해요. 그래서 수학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는데 우리나라에 수학 잘하는 애들이 무척 많은 거예요. 수학 문제가 쉬우면 변별력이 없어져서 쉽게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수학을 잘해도 수학 성적이 안 나오는 걸 경험하게 돼요. 그렇다 보니 수포자가 나오는 거죠.

Q 수학을 잘하는 수포자가 있다는 말인가요? 수학 1등급이 4% 정도인데, 12% 정도부터는 수포자인 셈이에요. 엄청난 비율인 거죠. 2등급 11%까지만 수학으로 상위권 대학을 가요. 그럼 89%는 수학으로 좋은 대학을 못 간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수포자가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 많은 애들이 수학을 아예 못하고 못 푸는 게 아니라, 수학으로 좋은 대학을 못 가니까 아예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상대평가니까 막판에 가면 등급별 수포자가 나온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Q 우리나라 수학,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우리나라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구조적으로 다른 거라고 봐요. 역설적으로 저는 빨리 수포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수학 강국인 스위스를 보면, 거기는 중학교부터 특목중이 있어요. 잘하는 애들은 우리보다 더 어렵게, 못하는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쉽게 학교에 맞춰 가르쳐요.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수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느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골 학교든 국제중이든 다 똑같이 가르치거든요. 그래서 수학이 어렵다고 느끼죠.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초등학교는 하위권에, 중학교는 중상권에, 고등학교는 상위권에 맞춰져 있어요. 아이들이 제일 불행할 때가 최선을 다했다가 마지막에 포기하는 거예요. 수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수학을 빼고 대학을 갈 방법을 찾자고요. 수없이 많이 존재해요. 냉정하게 보면 고3 때 우리 아이가 25% 안에 못 들 것 같거나 중2 때까지 안 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전략적인 수포자를 만들자는 거죠.

Q 수학 실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없는 건가요? 100명 중 3, 4명 되는데, 어떤 아이들인가 하면 머리는 좋은데 습관이 안 좋은 경우예요. 그래서 학습 컨설팅을 할 때 아이들의 지능검사를 꼭 합니다. 지능이 안 좋은데 성적이 좋은 경우는 관리가 잘된 거예요. 지능 이야기를 하면 선천적인 거라고 말하기 쉬운데, 초등학교 때 얼마든지 지능을 높일 수 있어요. 그 시기엔 타고난 지능이 50%밖에 발현이 안 돼요.

Q 어떤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나요? 지능 좋은 아이들이요. 머리가 좋은데 수학 못하는 건 나쁜 습관 탓이에요. 그런데 습관은 천재를 이겨요. 머리가 좋은 건 수학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지 결과는 아니에요. 또 수능이나 내신 수학이 천재성을 요구하지도 않고요. 아이가 어리다면 누구든, 무엇이든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마지노선을 중2까지 봐요. 중3만 돼도 안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기에도, 머리를 바꾸기에도 시간이 짧아요. 그런데 초4, 5학년 정도면 습관도, 머리도 바꾸기 좋아요. 엄마가 아이를 잘 바꾸고 싶으면(초등학생이라면) 습관과 지능을 좋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해요.

Q 초·중·고 과정마다 수학 공부의 포인트가 다를 것 같아요. 초등은 무조건 연산이죠. 연산 속도가 빠르면 초등 교육 다 한 거예요. 연산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건 학부모 비위를 맞추려는 정책이고요. 빨리, 정확하게 연산하는 건 지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해요. 중학교는 내신이에요. 아이가 경시대회를 준비했든, 고등학교 선행을 끝냈든 학기 중에는 학교 성적이 잘 나와야 해요. 시험 성적이 잘 나오면 아이가 느끼는 자부심이 강해져요. 학교 수학은 심화라서 선행을 해도 중2 수학은 어려워요. 예습, 복습 철저히 하고 심화 문제도 계속 풀어보면서 문제 해결력을 키워야 해요. 고등 수학은 전략이죠. 수학으로 가능성을 타진한 뒤 수학을 포기했다면 내신 따기 제일 좋은 학교로 가야 해요. 수학 포기했다고 안하는 게 아니에요. 내신 수학을 잘 따는 거예요. 그리고 논술이나 내신으로 좋은 대학을 노리는 거죠. 수학 안 하는 과에 가면 되니까요.

Q 이쯤에서 한국 엄마들의 문제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우리 애는 머리가 좋다’라고 믿고 있는 게 한국 엄마들의 문제죠(웃음). 현재에 무조건적인 낙관을 해요. 그래서 지능검사를 하라는 거예요. 저는 초등 성적은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중학교는 조금 신뢰하고 고등학교는 완전히 신뢰하죠.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하면 영어인증시험 점수를 요구합니다. 보통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어떤 영어 학원 무슨 반이에요”, “수학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요”라며 허상을 너무 많이 믿어요.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것을 믿다가 아이가 중2를 넘어가면 또 비관적으로 바뀝니다. 초등학교 때는 “우리 애가 95점 받아왔어!” 하고 잘한다고 여기다가, 중학교 때부터 반 평균도 안 나오고 고등학교 때는 처절해지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국·영·수 실력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엄마들이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Q “수학, 이렇게 하라” 하고 마무리 조언을 해주신다면? 수학은 대학 입시에도 필요하고 사는 데도 필요한 과목입니다. 정리하자면 초등학생이라면 아이가 연산을 싫어하지 않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중학생이라면 제 학년 분량을 심화해서 마무리하도록, 고등학생이라면 내신 수학과 수능 수학의 조화를 잘 맞추도록 해주세요. 중학교 겨울방학 때 반드시 상급 학년 1학기 분량은 공부하고 넘어가도록 하시고요. 무엇보다 수학은 선행보다 자기 학년 심화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선행 학습할 시간에 국어와 영어 공부를 많이 해서 제 학년에 맞는 수학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도록 하세요. 국어, 영어를 튼실하게 다져놓으면 입시 때 수학에 몰입하는 데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습니다. 효과 없는 무리한 수학 선행보다는 국어와 영어를 단단히 하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어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이소현, 송미성(프리랜서) ■도움말 / 민성원 연구소 ■참고 서적 / 「착한 수학」(최수일 저, 비아북), 「초등 수학만점 공부법」(조안호 저, 행복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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