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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10분도 걱정했던 발표... 1시간 훌쩍 '대성공'

10분도 걱정했던 발표... 1시간 훌쩍 '대성공'

[이런 교육 어때요④] 조별 협동학습, 어렵지만 가치있는 수업

[오마이뉴스 김용만 기자]

경남꿈키움학교는 소위 말하는 '우수' 학생들이 오는 곳은 아닙니다.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공부에 관심이 없고,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라 보는 게 더 맞을 겁니다. 그만큼 수업도 힘들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상합니다.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차라리 학급당 인원수 30여 명 쯤 되는 일반 학교에서의 강의식 수업 진행이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저는 조별 협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를 나누어 단원별로 정리하여 PPT(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발표하는 형식입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이 수업을 힘들어 했습니다. 사실 세 반 중 두 반은 아직 한 시간도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준비가 덜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해 오면 좋겠다고, 선생님과 함께 하자고 제안도 했습니다. 그 세 반 중 한 반에서 준비가 되어, 드디어 어제(18일) 발표수업을 했습니다.

발표 전날 갑자기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들

 

 

발표를 준비하는 아이들
ⓒ 김용만

사실 이 조도 발표하기 하루 전, 17일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PPT 자료를 아무리 준비해 봐도 10분이 채 안된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제가 조별 30분 진행을 요구했었거든요.

"선생님. 우리 조 애들이 함께 만들었는데요. 아무리 연습해도 10분도 안 돼요. 어떻게 해요?"
"그래? 수고했어. 그것으로 진행해보자. 샘이 함께 하면 괜찮을 거야."
"정말이죠? 그럼 이걸로 발표해요?"
"당연하지. 함께 준비했다니 고생했다. 내일 수업시간에 보자."

다음 날, 발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조원은 총 3명입니다. 이 조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여학생 1명과 학습에 큰 관심이 없는 남학생 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 조의 발표를 비관적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나름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입니다. 뭐든 처음이 힘듭니다. 이 조는 처음 발표했지만 자료 준비도 열심히 했고 발표 대본도 준비해 온 열정이 있었습니다.
PPT 한 페이지의 설명이 끝나면 설명을 듣던 아이들이 자유로이 질문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질문했습니다. 발표조가 대답을 힘들어 하면 제가 옆에서 도와주었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심층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어려운 단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발표를 잘 했습니다. 준비해온 자료의 양이 10분밖에 안 된다고 걱정을 했지만, 막상 수업을 해 보니 한 시간에 준비한 것을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아이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저도 함께 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조 아이들은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한계, 누가 정하는가?

발표를 하고 있는 아이들
ⓒ 김용만

"아이들이 뭘 해."
"아이들이 뭘 알아."
"아이들에게 맡기면 안 돼."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이런 사고 속에는 오래 살아야, 많은 경험을 해야 사람의 구실(?)을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기에 경험의 기회까지 빼앗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어른들은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다 경험할 수 있다고 아이들을 다독거립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많은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교사의 말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부딪혀 가며, 실패해 가며, 다시 일어서며 체득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발표를 못한다? 이미 그런 시각으로 대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어른들의 시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또래친구들의 시각입니다. 어른들이 대하는 시각을 또래친구들은 그대로 흉내 냅니다.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라고 무시 받는 친구가 있다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일까요? 철없는 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어른들이 더 철이 없는 면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이 아니라 성장 중인 하나의 인간으로 봐야 합니다. 한 번 두 번으로 못하면 세 번 네 번 기회를 줘야 합니다. 믿음, 신뢰만큼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제가 행한 것은 그저 사회 수업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회 수업을 통해 단지 지식만을 득하진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친구와의 소통, 일을 준비하는 순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손을 들어 질문하는 용기, 성취감 등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배우는지 모르고 배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자존감을 키우며 건강하게 자라는 '꿈키움'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용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