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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대학, 고교에 '전공 열정' 증명 요구…"그게 가능해요?"

대학, 고교에 '전공 열정' 증명 요구…"그게 가능해요?"

[머니투데이 김현정 기자]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인원 증가 추세지만 수험생 '자소서'는 획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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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동국대 신입학 수시 모집요강 내 자기소개서 문항/사진=동국대 입학안내 홈페이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A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 군(16·남)은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내신 성적을 비교적 받기 수월하다는 이유에서 집에서 40분 거리에 떨어진 고등학교를 선택,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학생부 관리를 위해서 반에서 반장을 맡고 있으며, 1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내에서 유명한 물리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는 학년이 올라가면 교내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학생회 임원선거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 전형) 정원이 확대되는 추세인 가운데, 대입 자기소개서를 고민하는 입시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생활을 통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공에 대한 열정과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어서다.

1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24만3748명으로, 전체 모집정원의 66.7%를 차지한다.

수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 중심전형은 교과 성적만을 반영하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비교과 영역까지 반영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나뉜다. 올해 학생부 교과전형 선발 인원은 14만여명,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 인원은 6만7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 인원이 8000명 넘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의 영향력이 약한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심이 끌릴 수밖에 없다. 서류와 면접이 중요하고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적용되지 않는 추세여서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닷컴'에는 동아리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해야 할 지, 혹은 어떤 교내 활동을 해야 진학에 유리한 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동국대 입학관리처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내신을 정량적으로 정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상승세를 보는 편"이라며 "내신보다는 지원하려는 학과에 대한 사전준비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교내활동 위주로 평가한다"고 소개했다. 점수보다는 잠재력과 전공에 대한 열정을 중요시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과, 비교과 모두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 고교 교육의 특성상 전공에 대한 열정을 자기소개서만으로 드러내기에는 수험생들이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된 상담을 진행하는 S대학 동아리 관계자는 "교내 활동이 별로 없어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난감해 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다른 친구와 차별화를 두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무언가 주도했던 활동이 없는지 물어보는 등 경험을 끌어내기 위해 유도한다"며 "1~2학년이면 교내활동을 하기에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3학년 같은 경우는 난감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항목은 △학업수행능력 △리더십과 팔로우십 △전공적합성 △인성·사회성 등으로 구성되며 대학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해당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생회활동, 동아리, 교내 수상 등의 한정된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공 탐색과정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송 모씨(21·여)는 "이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 수시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며 "진로에 맞는 동아리를 가야하는데 스펙이나 봉사시간을 많이 챙겨준다고 소문난 특정 동아리에 학생들이 몰려 경쟁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에 비교과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수업 과정에서 근본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교과 성적을 잘 챙기면서 진로 관련 활동과 독서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수험생들에게 생기고 있다"며 "7시30분에 등교해 11시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공에 대한 여러 활동을 하라고 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의 방향은 좋지만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과정"이라며 "수업 안에서 학생들의 참여도와 성취도를 바탕으로 본질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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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