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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의 만남

문자의 틀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문학

문자의 틀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문학


 


ㆍ오디오북, 낭독 콘서트 이어

ㆍ소설 이미지로 음반 내기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22일 오후 서울 상수동 카페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들은 연기 대신 책을 펴들었다. 배우 최귀웅(30), 정상혁(26)은 작가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를 1시간여에 걸쳐 낭독했다. 감정에 따라 일어나 걷거나 손짓을 하기도 했다.

‘날개’ 등 소설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한 <나의 첫 필사노트>를 펴낸 새봄출판사가 낭독 콘서트 ‘소설가 이상 제비다방에서 날다’를 열었다(사진). 낭독 콘서트가 열린 ‘제비다방’은 이상이 서울 종로에 열었던 다방 이름에서 따왔다.

콘서트를 찾은 관객 15명은 눈을 지그시 감거나, 책을 뒤적이며 배우들의 낭독에 집중했다. 주부 박선경씨(42)는 “배우가 연기하듯 작품을 낭독하고, 거기에 무대 장치가 어우러져 연극을 관람한 느낌”이라며 “소설을 들으면서 감상하니 이미지가 바로 연상돼 이야기의 의미가 더 다양하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김병일씨(32)는 “이상 소설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소설을 입말로 읽어주니 화자의 감정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웠다”고 밝혔다.

최근 출판사들은 문학을 오감으로 즐기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소설에 음악을 입힌 ‘북사운드트랙’을 내놓고 있는 은행나무는 2013년 정유정의 장편소설 <28>에 이어 최근에는 경장편 소설을 모은 노벨라 시리즈의 음악 앨범 <노벨라 사운드>를 만들었다. 소설을 낭독한 게 아니라 작품과 등장인물을 각각 음악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는 150쪽 이내 짧은 분량으로 이뤄진 소설들로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 김혜나의 <그랑 주떼> 등 지금까지 6편이 출간됐다.

프랑스에서는 작가 하일지(60)의 프랑스어·영어 시집이 오디오북으로 출간됐다. 작가가 음악가와 협연해 만든 음악이 실렸다. 하씨의 육성 낭송 파일도 포함됐다. <시계들의 푸른 명상>은 1994년 하씨가 영어로 써 미국에서 출간한 시집인데 오디오북으로 재출간됐다.

<글·사진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