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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흥미 갖고 접근… 수다 떨 듯 토론해보세요

흥미 갖고 접근… 수다 떨 듯 토론해보세요


서예진(포항제철고 3년, 성균관대 의예과 입학 예정·사진 맨 오른쪽) 신지아(세종과학고 3년, 서울대 의예과 입학 예정) 전유연(한국과학영재학교 3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입학 예정·사진 맨 왼쪽)

알파걸에게 듣는수학·과학 공부법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과학 과목을 더 잘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 버린 여학생 셋이 있다. 이들은 각자가 다니는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이과반의 내신 톱(top)이다. “잘하고 싶은 과목을 진정으로 좋아하라”고 말하는 세 여학생의 수학·과학 공부법을 들어봤다.

참가자 소개(가나다 순)

서예진(포항제철고 3년, 성균관대 의예과 입학 예정·사진 맨 오른쪽)

신지아(세종과학고 3년, 서울대 의예과 입학 예정)

전유연(한국과학영재학교 3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입학 예정·사진 맨 왼쪽)

Case 1|"수학 공부는 깊게 해야 실력 늘어"

서예진양은 자타공인 수학 영재다. 5번 열린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4번 대상을 받았을 정도다. 그는 1학년 때 대학과 연계한 심화 교육 프로그램인 HSP(Honors Students Program)에 참가해 러시아 대학교수에게 영어로 수학을 배웠다. 고교 교과과정 밖의 내용인 '벡터의 외적'을 공부했다.

위 내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도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서양은 "이때 배운 게 수학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저는 수학 문제를 풀 때 다양한 개념을 적용합니다. 단순한 개념만 이용하지 않고 마치 수리논술 답안을 적듯 복잡한 풀이를 응용해요. 그러면서 점점 통찰력이 느는 걸 느꼈어요. 여자 친구들은 대개 공부를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거나 내신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이유로 심화 공부를 포기하는 것처럼요. 모든 공부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 공부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서양은 '내신 1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때 힘든 시기를 겪었다. 비교적 약점인 과학 내신 시험을 치르면서 오른손이 덜덜 떨린 적도 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으며 문제를 풀 정도였다. 수능을 앞두고 마음을 다스릴 필요를 느꼈다. 서양은 수시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수능도 잘 보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 덕분에 내신 2등급이던 생명과학Ⅱ과목을 수능에선 만점을 받았다. 서양은 "준비를 많이 한 친구들이 오히려 더 긴장한다"며 "자신을 믿고 좋은 결과를 상상하는 게 나만의 마인드컨트롤법"이라고 말했다.

Case 2|"친구와 서로 모르는 점 물으며 심화학습"

신지아양이 세종과학고에 입학하던 2012년 여학생은 160여명 중 33명에 불과했다. 신양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적어 잘 뭉쳤다"며 "서로 모르는 점을 묻거나 함께 공부하며 심화학습했다"고 말했다.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은 그 과목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친구에게 묻기도 하고 바로 옆 자리 친구와 토론했어요. 1학년 2학기 때 생명과학을 공부하다 생긴 일입니다. 오전 2시까지 기숙사 자습실에서 공부하다 한 친구에게 질문했는데 이게 토론으로 번졌어요. 4~5명이 '면역계 세포의 분화와 활성화 과정'에 대해 열띤 의견 교환을 했죠. 오전 6시가 돼서야 해산했어요. 수다 떠는 것처럼 재밌었죠. 서로 이해하는 내용을 친구에게 알려주면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이 분야를 정복하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겨요."

신양은 필기도 여학생의 강점으로 꼽았다. 필기는 내신 준비에 중요하다. 책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수업한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시험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양은 여백이 충분한 메모지에 필기하기를 추천했다. "빈 종이에 필기하고 복습할 때 중요한 내용을 교과서 등에 옮겨 적으면 두 번 공부하는 효과가 있죠. 수업 내용이 반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반 친구들 필기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려운 과목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돼요."

Case 3|"잘하고 싶은 과목에 흥미 가져라"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무(無)학년 졸업학점제로 운영된다. 대학처럼 각자의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다방면에 관심 많은 전유연양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전양은 영재학교에 입학하면서 물리에 관심을 가졌다. 실생활에 도움 주는 일을 하고 싶어 공학에도 흥미가 생겼다. 전양은 일반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3학년 1학기까지 4.04(4.3점 만점)의 평점을 기록했다.

전양이 밝힌 뛰어난 성적의 요인은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한 데 있다. "수학·과학을 남학생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과목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여학생은 수학·과학을 좋아하는 수가 적기 때문에 잘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논리적이고 명확한 것을 좋아했어요. 수학·과학이 적성에 맞았던 셈이죠. 특정 과목을 잘하려면 이 과목에 흥미를 가져 보세요. 좋아하거나 익숙한 주제와 연관시켜도 좋습니다."

전양은 자신의 강점으로 계획을 세우며 공부하는 점을 꼽았다. 문제를 풀 때는 난도에 따라서 순서를 정했다. 전양은 "남학생들은 새롭고 흥미를 끄는 것에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며 "계획을 세우면 오랜 시간 동안 성실하게 공부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박기석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