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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학생부 보며 고교 2년 활동 차곡차곡 곱씹어봐요

학생부 보며 고교 2년 활동 차곡차곡 곱씹어봐요
한겨레
대입에서 자기소개서를 받는 전형을 준비한다면 2학년 겨울방학 때 미리 자기소개서에 적을 것들을 생각해보고 글쓰기 훈련을 해두는 게 좋다. 한 학생이 직업카드를 놓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써보고 있다. 한겨레교육 제공

[함께하는 교육] 대입 수시 자기소개서 준비법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데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죠?” 2015학년도 대입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면서 각종 입시 카페에는 이런 질문들이 속속 올라온다. 2016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가 약 67%에 달한다. 그중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비교과활동 등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두루 보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 각종 서류들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발표한 ‘201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작년보다 8000여명 늘어난 6만7631명이다. 따라서 예비수험생들은 자소서 등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2016년 대입 수시 약 67% 선발
지난해보다 2.7%포인트 늘어나
학생부·자소서 등 서류 중요
8월 들어 벼락치기 준비하지 말고
지금부터 고교생활 차분히 돌아보며
투박해도 진정성 담긴 글쓰기 좋아

학생부 밀착형 진솔한 자소서로 합격문 열어

“제가 다니는 학교는 저희 지역의 유일한 인문계 고등학교입니다. 게다가 적은 인원만 뽑다 보니 저희 학교를 가고자 하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였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더 심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 과목에 대한 심화탐구를 하는 교내 대회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친구들과 협동하고 주도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강원 화천고 3년 정하나양이 입시 때 쓴 자소서 1번 항목의 일부다. 문산고 최승후 교사는 정양의 글을 ‘좋은 자소서’의 예로 손꼽았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군의 고3 학생들에게 자소서 상담을 해줬는데 정양의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아 조금은 투박했지만 학생부에 충실했고 진정성이 있었다.”

정양은 이 자소서로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학생부와 자소서 등을 평가하는 서류 100% 전형이었다.

정양의 내신은 평균 2등급대였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 수능에 크게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교내 활동을 비롯해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했다. ‘내게 맞는 전형’을 찾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자기소개에 담을 만한 소재를 선별해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써봤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자소서 내용이 학생부에 기초했느냐를 따져보는 일이었다. 정양은 “사정관들이 학생부와 자소서를 나란히 놓고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소서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학생부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4번 항목인 ‘성장환경과 경험이 가치관 형성이 미친 영향’에는 문학에 관심이 많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백일장에서 기대했던 입상에 실패했던 경험 등을 적었다. 학생부에 고교 생활 동안 책 80여권을 읽었다는 기록이 있었고, 교사도 ‘학생이 평소 늘 책을 끼고 다닌다’고 적었기 때문에,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류와 함께 면접을 보는 경우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이 제출한 서류를 기초로 질문을 한다. 사진은 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이 진행하는 면접에 참여한 학생의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예비수험생 지금부터 고교 활동기록 정독해야

자소서는 학생부와 더불어 마치 하나의 서류처럼 여겨지는 정성평가 자료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자소서는 학생부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줄 뿐 아니라 학생부의 많은 내용 중 학생의 강점·목표·열정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면접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사정관들은 학생부에 기초해 자소서를 꼼꼼히 살펴본다.

자소서를 본다고 하면 자소서에 점수를 부여하는 줄 아는 학생들이 많지만 이는 오해다. 서강대 입학사정관 유신재 신부는 “학생부와 함께 보는 보충자료이지 그것을 따로 점수 매기진 않는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자소서를 준비하는 예비수험생의 경우, 지금 시점에서 할 일은 학생부를 정독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내 학생부의 부족한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에 합격한 상암고 3년 정현정양은 “고2 겨울방학에 학생부를 꼼꼼히 읽어봐야 3학년 1학기 때 어떤 활동을 더 보충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자소서를 잘 쓴 학생들은 “자소서를 잘 쓰려면 최소 수시 접수 6개월 전부터 글쓰기 훈련을 해두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막판에 급하게 준비했다가는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 시장을 찾기 쉽다.

상암고 3년 성은제양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광운대 행정학과에 합격했다. 평소 사람들로부터 “글솜씨는 조금 부족하지만 자소서에 쓸 소재가 참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제 이슈 관련 동아리 활동 등 교내 활동은 물론 서울역 노숙인 대상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성양은 “고2 때부터 그동안의 활동상들을 조금씩 생각해보고 메모해놓기 시작했다”며 “상장을 받지 못했던 활동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참여한 것이 있다면 그 활동이 무엇이었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등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원학과 이해도·진정성 묻어나는 독서경험 중요

자소서를 쓸 때는 지원 대학과 학과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 광주 고려고 이삼남 교사는 “사전 준비를 할 때 학생이 원서를 넣을 대학이나 학과의 비전, 인재상 등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 인문학부와 고려대 중어중문학과에 동시 합격한 강릉 주문진고 김환군은 “고려대의 경우, 학교 누리집에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적인 일을 우선시하고, 사사로운 일은 나중으로 미룬다’는 뜻) 정신’이라는 말이 있었다”며 “평소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지역사회나 학교를 위해 노력했던 것을 부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자소서에 적는 독서경험은 학생의 강점 및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준다. 서울대의 경우, 자율문항 4번에 3권의 책 이야기를 적어야 한다. 하지만 책을 대충 읽었다가는 오히려 감점 위험이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한 광주 고려고 3년 이재연군은 “어설프게 읽은 책이나 아무런 맥락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읽은 책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교육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 지원 학생들의 자소서에 많이 등장한 책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이 꼽혔다. 이렇게 유명세를 탄 책을 언급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또 줄거리만 나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환군은 “내가 정말 인상 깊게 본 책,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서 썼다”며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위화의 <인생>은 중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었고,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관심이 생겨서 본 책이었다. 또 최재천 교수의 <통찰>은 앞으로 학문을 어떻게 탐구해나갈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줬다. 이렇게 나만의 사연이 있는 책들을 선정했다.”

수시에서 3학년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자소서 준비를 하며 학생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교과 성적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산고 최승후 교사는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하려면 막연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하고 자소서나 추천서를 잘 쓰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교과 성적도 중요하다. 입시가 끝날 때까지 학업에 충실한 학생에게 합격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활동 나열만 하지 말고 ‘배우고 느낀점’ 쓰세요”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자기소개서

 

 

대입 자기소개서는 지난해부터 양식이 달라졌다. 2014학년도 자소서는 공통문항 4개와 자율문항 2개였지만 2015학년도 자소서는 공통문항 3개와 자율문항 1개로 축소됐다. 글자 수도 1000자 또는 1500자 이내에서 선택하도록 제한했다. 자소서에는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이 아니면 교외 활동 내용을 기록할 수 없다. 대교협에 따르면 이런 자소서 방식은 2016학년도 입시에도 유지될 예정이다.

“고교 교내 활동이라는 게 다 비슷할 텐데 대체 뭘 적어야 기억에 남는 자소서가 될까?” 지난해부터 바뀐 자소서 양식을 보며 학생들은 이런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자소서들 중에서도 입학사정관들 눈에 띄는 ‘좋은 자소서’가 분명히 있다.

자소서에 대해 학생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자소서 문항 수를 줄이고, 글자 수에 제한을 두었다는 건 활동 내용을 자랑하듯 나열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학생들은 이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서강대 입학사정관 유신재 신부는 “실적만 나열한 글은 그만큼 숙고하지 않고 썼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자소서를 잘 쓰려면 우선 문항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공통문항에는 모두 ‘배우고 느낀 점’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학교마다 교내 프로그램이 대개 비슷하지만 학생 개개인이 그것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유 신부는 “이 표현이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경험을 기초로 ‘나만의 진솔한 생각이나 이야기’를 적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정관들은 학생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며 살아왔고 어떤 목표와 가치관을 갖고 공부를 해나갈 것인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좋은 자소서는 학생의 가치관을 진솔하게 잘 보여주는 자소서다.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려면 고1 때부터 일기를 쓰듯 학교생활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글쓰기를 해보는 게 좋다. 이는 힘든 고교 생활을 학생 나름대로 정리할 기회도 준다.”

사정관들이 볼 때 ‘좋지 않은 자소서 유형’도 있다. 학습경험을 적는 1번 항목에 ‘자기주도학습 경험’을 적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건국대 김경숙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들이 이 항목에 자기주도학습을 해서 성적을 몇 등급 올렸다는 내용을 적는데 사실 이 문항에서 요구하는 건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사정관들이 보고 싶은 건 단순한 자기주도학습 경험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동기로 학습을 했고, 그걸 통해 얼마나 성장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어중문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중국 노래를 듣다가 중국 문화에 호기심이 생겨 중국어를 배웠다는 식의 맥락이 있는 학습 동기와 과정이 들어가면 좋다.”

너무 세련된 자소서는 오히려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충북대 유은선 입학사정관은 “미사여구들로 포장한 글보다는 조금은 거칠어도 나름대로 자기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내려고 애쓴 글을 보면 반갑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