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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영화 속 인공지능차 탈 날 머지 않아

영화 속 인공지능차 탈 날 머지 않아

80년대 중반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외화 ‘전격 Z작전’을 아십니까?

악당과 싸우다 위험에 빠진 주인공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에 이렇게 외칩니다. “도와줘! 키트!!”그러면 스스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쏜살같이 달려와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냈죠.

그러고 보니 그 손목시계가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워치’고 ‘키트’는 ‘자율주행차’인 셈인데, 30년 전에 나온 영화치고는 참 많이 앞서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 대학생들이 만든 자율주행차 ‘기술력 장난 아니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차는 흔히 ‘무인자동차’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무인차는 말 그대로 차량에 사람이 타지 않지만, 자율주행차는 사람을 태운 채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서로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대학(원)생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있다고 해서 연구팀을 만나봤습니다.

국내 자율주행차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양대 자동차 전자제어 연구소 팀입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 ITS 시험로에서 차량 시승을 해봤습니다.

 



곡선구간 주행, 안개구간 통과, 고속 주행, 자동 주차 등 총 10개 구간에서 시범 주행이 이뤄졌는데요. 오작동 없이 훌륭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이 주최한 자율주행차 시연회에서 여러 차례 오작동이 발생한 사례가 있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과 견주어도 큰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 시속 140km가 넘는 고속주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황에서 차가 알아서 저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절로 손과 발에 땀이 날 정도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와 GPS, 센서를 통해 수집된 외부 정보를 컴퓨터가 분석해 움직임을 결정하고 스스로 운전합니다.

그렇다보니 차량 속도가 빠를수록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급증해, 고속 주행은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독일 아우디사가 최근 기록한 시속 240k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기록됐습니다.

<독일에서 열린 아우디 RS7 콘셉트카 무인 주행 이벤트 영상(10월19일. 게시자:아우디).출처 유튜브>

하지만 이 모든 건 안전하게 진행된 시험 주행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 도로에 투입되기에는 아직 미미한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도로교통 상황에 적응하려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 학생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미래 자동차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만 1천조 원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2020년 자율주행차가 일부 상용화되고 203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75%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2035년에는 1천조 원에 달할 만큼 급속히 커질 전망입니다.

자율자동차의 성능을 결정짓는 건 차량 자체보다는 '레이저 레이더' 같은 핵심 센서 개발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IT기술력입니다.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이 개발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이유입니다. 구글은 2017년 첫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포드, 도요타,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대부분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는 격차가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맹주’라고 자처할만한 기업이나 국가는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도 일단 ‘먼저 깃발 꽂는 사람이 임자’인 상황입니다.


<2012년 구글카 소개 영상(게시자: 구글).출처 유튜브>

<2014년 구글카 소개 영상(게시자: 구글).출처 유튜브>

◆ ‘무주공산’ 자율주행차 시장, 개발 경쟁 가열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 4월 ‘스마트자동차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범부처 차원의 지원에 나섰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관련 예산은 빨라야 2016년에 집행될 예정인데, 우리 기술력은 해외 경쟁국들에 비해 2년 정도 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구글과는 5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로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이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일본 정부는 관련 인프라와 제도 구축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는 산·학·연이 따로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기술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모비스, 만도,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자동차 업체와 관련 연구소, 대학이 참여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학교나 연구기관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고 합니다. 때로는 기업보다 더 앞선 기술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해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기술력 결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선우명호 스마트자동차 추진단장은 “산?학·연의 연구역량 집중과 핵심 부품의 국산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우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기술력이 사람 마음 움직일까?

기술력이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해도 떨쳐버릴 수 없는 불안감은 존재할 것 같습니다.

일단 해킹에 대한 우려입니다.

자신의 차량은 물론 다른 차량과도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행해야 하는 자율주행차의 특성상, 네트워크가 해킹당할 경우 끔찍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오류 없이 안정적으로 구동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업계도 이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철통 보안을 장담하고는 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 겁니다.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도로교통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율주행차량의 경우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운전하는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율자동차 세상이 도래했을 때 자동차보험 회사들은 웃게 될까요?
울게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누비고 다니려면 관련 법규도 만들어야 하고 교통 표지판, 신호체계도 통일해야 하고, 도로도 최적화해야 하고... 사실 할 일이 대단히 많습니다. 기술개발이 다가 아니란 말이지요.

그야말로 완벽한 기술력과 안전이 보장돼야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를 찾게 될 텐데, 기술력이 사람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그렇다 해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만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겠죠?

30년 전 영화가 예견했던 ‘꿈의 자동차’가 언제쯤 우리 일상으로 파고들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해봅니다.

임주현기자 (le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