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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의 이야기

소통하거나, 흔적 밟거나… 책 밖에서 작가와 마주하다

소통하거나, 흔적 밟거나… 책 밖에서 작가와 마주하다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꾸민 종로구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작은 정원에 해당하는 ‘열린 우물’〈사진〉은 윤동주의 대표 시 ‘자화상’ 속 ‘우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작가와 감성 나누는 도심 공간

책을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한 권의 책이 주는 감동만큼이나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얻는 감동도 크지요. 이런 때,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거나 작가의 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성을 채우기에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이번 가을에 강연 등을 통해 독자와 활발히 만나는 소설가 박범신(왼쪽)과 김영하. / 조선일보 DB·마이크임펙트 제공

의외로 쉬운 베스트셀러 작가 만나기

해외 유명 작가와 인기 작가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 10월 9일 오후 3~5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F 정보도서관에선 '영국문화원과 함께하는 북콘서트 by 헬렌 오이예미(Helen Oyeyemi)와 김영하'가 마련된다. 헬렌 오이예미는 '이카루스 소녀' '반대편 집'의 저자이자 2013년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들'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가. 10월 3~12일 파주출판도시 '파주북소리'(031-955-0079) 행사 중 하나인 이번 북콘서트에서 헬렌 오이예미와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영하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홈페이지(pajubooksori.org) 사전 신청 후 무료 참가. 매달 넷째 주 수요일에 중견·신진 작가를 초청해 '수요문학광장'을 여는 문학의집서울(02-778-1026~7)에선 이달 24일 오후 3시에 '원더보이'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을 펴내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김연수와의 만남이 기다린다. 문학평론가 송종원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수요문학광장에선 김연수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연과 함께 대화 시간을 갖는다. 10월 22일 오후 3시엔 나희덕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참가비는 없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킨텍스점(031-822-4560)에선 이달 23일 오전 11시 우리나라 대표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신달자 시인이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는 주제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8인의 생각나눔 아카데미'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강연에서 신달자 시인은 편안한 목소리로 우리 시대의 여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3000원.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김포공항점(02-6116-2610)에선 10월 25일 오후 7시부터 '은교' '촐라체' 등을 펴낸 박범신 작가가 강연을 펼친다. 작가의 문학 인생론과 작품 이야기뿐 아니라 삶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는 자리다. 방문 접수 후 참가 가능(참가비 1000원)하다. 인문학 작가와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24일 오후 3시 국립중앙도서관(02-3483-8808)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선 '생각의 인프라에 투자하라' '책탐' '인문학은 밥이다'의 저자이자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경집 작가가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펼친다. 참가비는 없으나 23일 오후 6시까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nl.go.kr)를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강연 후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저자의 책 한권씩을 증정한다.

윤동주, 이상 만나는 문학 기념관도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집’. 이상의 작품을 읽으며 쉬었다 갈 수 있다.

작가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가을에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종로구 청운동 윤동주문학관(02-2148-4175)에선 윤동주의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윤동주문학관은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꾸몄다. "윤동주문학관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는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정병욱과 하숙하며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곤 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곳 윤성기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1층은 '시인채'로 시인의 시심(詩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9개의 전시대에는 시인의 일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 사진 자료들과 친필 원고 영인본이 전시돼 있다. 아담한 전시실을 지나면 윤동주의 시 '자화상' 속 '우물'을 모티브로 한 작은 정원 '열린 우물'과 만난다.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만든 이곳에는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열린 우물을 지나면 윤동주의 일생과 시 세계에 대해 짤막한 영상물로 감상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 '닫힌 우물'이 나온다. 이곳 역시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든 곳. 관람 후 휴식 공간 '별뜨락'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시인의 언덕'까지 올라가보자.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며 무료 관람.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집(070-8837-8374)은 '천재 예술가'로 불리던 시인 이상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3월에 재개관한 이곳은 겨우 스물일곱 해 남짓 생을 살았던 이상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 실제 이상의 집은 사라지고 그 터에 남아 있던 가옥을 개조해 이상의 집으로 재건한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카페 같은 작은 공간에서 이상의 작품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집 내·외부를 오가며 작가가 생전에 바라봤을 풍경들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9월 23일은 이상의 탄생일로 이를 기념해 23일 오후 7~9시에 이상의 '생일 잔치'가 열린다. 안무가 안은미씨의 춤 강습 등 문화 행사가 마련된다. 누구나 무료 관람 가능하다. '서촌'에 있어 간 김에 골목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이밖에 소설가 한무숙이 40년 동안 살면서 가꾼 종로구 명륜동의 전통 한옥 한무숙문학관(02-762-3093)이나 현대 시인 김수영의 시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봉구 방학동 김수영문학관(02-2091-5673)도 가볼 만하다.

[글=행복플러스 박근희 기자]

[사진=행복플러스 이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