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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몸을 깨우며 감성 끌어낸 예술체험, 이게 산교육

몸을 깨우며 감성 끌어낸 예술체험, 이게 산교육”
한겨레
지난 13일 저녁,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서 열린 ‘가가호호’ 캠프 페어웰파티에서 정록기 한양대 성악과 교수와 성악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함께하는 교육] 가족예술캠프 ‘가가호호’ 현장

자동차디자이너를 꿈꾸는 장성호(서울 재현고 3)군은 8월12일 강원도 횡성에서 이두원 미술작가를 만났다. 미술 분야 진출을 꿈꿔오기만 했지 실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김군은 이 작가를 만나며 깨달은 게 많았다. 예술 분야로 진출하려면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장군이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건 8월12~14일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서 열린 ‘가족과 함께하는 온드림 예술캠프 ‘가가호호’’(문화체육관광부·현대차 정몽구재단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를 통해서다. 이 캠프는 예술을 전공하거나 전공을 고민하는 중고생들이 전문 예술가들과 2박3일을 함께하며 자신의 전공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청소년들은 기술을 훈련하는 식의 입시형 예술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체험하는 수업에 참여했다. 캠프에는 성악·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 음악 분야, 회화·애니메이션·자동차디자인 등 미술 분야를 전공하려는 청소년 46명과 그들의 가족까지 총 141명이 참여했다. 가족들도 ‘가족 로고송 만들기’, ‘본인의 본능 찾기’(심리+미술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예술을 전공하는 자녀를 이해하고 예술적 감성을 깨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두원 미술작가의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커다란 마 원단에 래커와 오일파스텔로 공동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캠프 첫날. 숲체원 대강당에서는 성악 수업이 한창이었다. 강당에는 정록기 한양대 성악과 교수와 다섯 명의 청소년이 마주 앉아 있었다.

“여러분, 보통 ‘아!’라는 감탄사는 언제 나오죠?” “뭔가를 깨달았을 때요.” “아~그렇구나! 이 느낌을 살려서 발성해보죠.”

청소년들은 ‘도미솔미도’ 음에 맞춰서 입으로 소리를 냈다. 보통 발성 연습을 할 때는 ‘아에이오우’ 음절을 이어 한음씩 높여가지만 정 교수는 ‘아, 에, 이, 오, 우’를 하나씩 끊어 각각의 음절이 어떤 상황에서 감탄사로 쓰일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에’는 ‘에이~무슨 소리야’, ‘오’는 ‘오~진짜?’, ‘이’는 ‘이야~대단한데’, ‘우’는 ‘우우~물러가라’라는 표현에 쓰일 수 있다는 예시가 나왔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이내 감탄사를 내뱉듯이 느낌을 실어 ‘아에이오우’를 하나씩 발성했다.

정 교수는 “성악에서는 목소리가 악기다. 소리는 내 몸 전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온몸으로 느끼는 감정을 목소리로 우러나오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몸을 깨우고 노래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도 정 교수와 아이들은 바닥에 쪼그려 앉거나 등을 대고 누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몸 상태를 느꼈다. 야구에서 타자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거나 복싱에서 선수가 어퍼컷을 날리는 등의 동작을 해보며 이런 동작에 맞춰 소리 강약을 조절하는 훈련도 했다.

예술가들과 2박3일 야외수업
감탄사 내뱉듯이 발성 연습 마 원단 직접 잘라 그림 그려
입시형 교육 탈피 다양한 접근
온가족 참여 무료 캠프에 만족

캠프에 참여한 청소년과 가족들은 여러 면에서 캠프 프로그램에 만족해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학부모 정유경씨는 “예술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경제적 문제다. 성악을 전공하는 딸아이는 한 시간에 15만원 정도 하는 개인 레슨을 일주일에 두세 번 받는다. 레슨 선생님이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2박3일 캠프도 70만~100만원 정도라 많이 부담스러운데 이 캠프는 무료인데다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해했다.

딸 박채은(계원예고 1)양은 “평소 레슨할 때는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노래를 할 때 내 감정을 얼마나 풍부하게 제대로 담았느냐에 집중하게 해 신선했다. 실수를 해도 이해해줘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음악, 미술 등 본인의 전공에만 관심을 갖던 청소년들은 다른 분야나 기법 등을 접목해보는 경험도 했다. 또 교수나 작가 등 현업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 현재 전공이 자신과 맞는지, 훗날 이 전공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청소년들은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막연히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만 꿨다. 선생님들 얘기를 들으니 전업으로 예술을 하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현실을 고려해 내 분야의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해봐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양도 “음악을 전공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길을 헤쳐나가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오페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연주자, 유학, 지도자 등 다양한 분야를 알게 돼 다시 고민 중(웃음)”이라고 얘기했다.

둘째 날, 체험방 앞 나무데크에서는 이두원 미술작가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시로 쓴 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작가는 광장시장에서 직접 사온 마 원단을 학생들이 원하는 크기로 잘라주며 래커와 오일파스텔을 이용해 원단에 그림을 그려보게 했다. “동·서양화 기법을 혼합해보는 등 자유롭게 표현해봐. 단, 모든 작품에 절제나 균형은 필요하다는 거 잊지 마라”는 당부도 했다.

장성호군은 “학원에서는 전년도 기출문제나 대학교수 기호에 맞춰 억지로 그림을 배울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 캠프의 소주제는 ‘쑥스럽지만’이었다. 강군 총괄디렉터는 “‘예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쑥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쁘게 살다 보니 가족과 2박3일 동안 꼭 붙어 생활하는 게 의외로 쑥스러운 사람도 있을 거란 뜻에서 붙여본 주제”라며 “다행히 학생과 예술가, 학생과 부모님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꾸려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