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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이야기

교과서·책으로 배경지식 쌓고 '나만의 단어'로 색다르게 표현

교과서·책으로 배경지식 쌓고 '나만의 단어'로 색다르게 표현


김종연 기자

고려대·연세대 논술 수석에게 듣는다

최상위권 대학의 논술 선호는 올해 입시에서도 여전하다. 고려대(이하 안암캠퍼스 기준)와 연세대(이하 서울캠퍼스 기준)는 2015학년도 수시에서 일반전형으로만 각각 1210명과 738명을 선발한다. 수시 일반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논술을 평가 요소로 삼는 전형으로, 두 대학 모두 단일 전형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다. 논술 반영 비율은 고려대가 45%(+학생부 교과 45%+학생부 비교과 10%), 연세대가 70%(+학생부 교과 20%+학생부 비교과 10%)다.

안성준(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년·사진 왼쪽)씨와 김효정(연세대 자유전공 1년)씨는 지난해 각 대학의 ‘논술 수석’이다. 2014학년도 고려대와 연세대의 수시 일반전형 논술 반영비율은 70%로 동일했다. “대학별로 논술 유형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하는 ‘수석’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안성준씨가 말하는 고려대 논술 특징

“인문논술·수리논술 별개 문제 아냐”


고려대는 인문계열에서도 인문논술 외에 수리논술을 출제하기로 유명하다. 안성준씨는 "900자를 작성해야 하는 인문논술은 크게 비교·분석·견해제시를 요구하고, 총 3문제가 출제되는 수리논술은 3번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리논술을 겁내는 친구가 많아요. 하지만 모든 개념이 고교 교과 과정 내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모의고사 수학 과목 1등급을 받는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죠. 3번 문제는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합격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난해 3번 문제를 못 풀었거든요."

안씨는 이어 "인문논술과 수리논술이 전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찾아보면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수리논술에서 '분배'라는 키워드를 뽑아내 '평등' 관련 주제를 다룬 인문논술 답안에 활용했다.

안씨는 자신이 논술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풍부한 배경지식'을 꼽았다. "고 1때부터 교내 토론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덕분에 지난해 인문논술에 나온 절대적·상대적·실질적 평등 세 가지 개념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평소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 제시문도 익숙했죠. '허생전'은 문학 시간에 배웠고, 광해군의 토지제도인 대동법은 국사 시간에 익혔고요. 롤스(1921~2002)의 이론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김영사)를 읽을 때 접했죠." 그는 "고려대 논술은 주로 사회학이나 정치철학 관련 주제를 다룬다"며 "특히 사회탐구 영역을 공부할 때 논술 제시문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문화·윤리와 사상·생활과 윤리 세 과목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올해 고려대 논술은 오는 11월 22일(토)부터 이틀간 치러진다. 안씨는 "지난 5년간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 보면 대학마다 요구하는 형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논술은 비교·분석·견해제시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아요. 900자를 어떻게 구성할 건지 대략 생각해 두어야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습니다. 특히 첫문장에 공을 들이세요. 내가 이 제시문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정갈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수리논술은 표 등을 활용해 역시 깔끔하게 답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연습하세요."

김효정씨가 말하는 연세대 논술 특징

“쉬워지는 추세… ‘공격형 논술’ 필요”


지난해 연세대 논술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약 7년간 고수해 온 양자비교·삼자비교 형식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쉬운 문제를 냈기 때문이다. 두세 장에 달했던 제시문은 1장으로 줄어들었고, 항상 출제됐던 도표나 그래프 분석 문제도 자취를 감췄다. 김효정씨는 "연세대 논술은 주제가 추상적이고 제시문도 길어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당연히 어려운 문제 위주로 연습했는데 문제나 제시문이 쉬워서 처음엔 함정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세대 논술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주제로 다뤘다. 김씨는 "문제도 쉽고 주제도 무난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합격하려면 '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편"이라 말하는 그는 대신 "제시문을 꼼꼼히 읽은 다음, 내용을 압축해 '나만의 단어'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원자보다 제시문을 더 잘 이해했음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지난해 문제가 쉬웠기 때문에 일부러 제시문에 나오지 않은 어려운 한자 어휘를 '나만의 단어'로 활용했죠. 예를 들어 '남에게 의지하는 데 익숙해진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시문이 있었어요. 저는 그걸 '계몽이 불가능한 자발적 속박 상태'라고 표현했죠. 또 문단 서두마다 유기적으로 연결한 '나만의 단어'를 쓰면 한번에 술술 읽히는 신선한 글이 완성돼요."

오는 10월 4일(토) 치러지는 연세대 논술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남짓. 김씨는 연세대를 지망하는 후배에게 "'나만의 단어'로 활용 가능한 어휘를 모은 책 한 권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저도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접한 신선하고 눈에 띄는 단어를 낙서하듯 공책에 적어나갔어요. 논술 시험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한번씩 훑어봤고요."

김씨는 "'우선선발 폐지'도 올해 대입의 큰 변수"라고 말했다. "저는 앞으로도 연세대 논술이 계속 쉽게 출제되리라 예상해요. 그 와중에 우선선발 폐지로 경쟁률까지 치솟게 됐죠. 지난해까지는 떨어지지만 않으면 되는 '방어형 논술'이 유리했다면 이제는 수많은 지원자 사이에서 튈 수 있는 '공격형 논술'이 필요해요. '나만의 단어'를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한 이유죠."

[이해나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