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컴퓨터에 빠져 사는 아이 습관 고치기

[동아일보] 2007년 12월 18일(화) 오전 03:01   가| 이메일| 프린트
[동아일보]
무작정 금지 반발심 키워… 사용시간 아이와 합의해 정하세요

경기 광주시에 사는 주부 한미영(36) 씨는 아이의 겨울방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생 아들 지훈(가명·9)이가 방학 내내 컴퓨터만 붙잡고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3, 4년 전 지훈이가 고사리 손으로 마우스를 쥐고 컴퓨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이를 대견하게 여겼다.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이 지능 개발에 좋다고 생각했죠. 어려서부터 정보통신 쪽에 소질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즘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전원부터 켜는 아들이 조금씩 걱정된다고 말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늘면서 친구도 줄어드는 것 같고 음식도 컴퓨터를 하면서 먹으려고 떼를 쓸 때도 있어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야외 활동 시간이 짧아지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에 방학까지 겹쳐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교육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컴퓨터 활용법을 알아본다.

○ 컴퓨터 활용 특성을 파악하라

먼저 부모가 걱정된다고 해서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하기 전에 아이들의 컴퓨터 활용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 아이들은 가상세계에서 총을 쏘거나 사냥을 하는 방식으로 인정이나 투쟁 욕구를 충족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상에서 상대와 맞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컴퓨터로 배려와 나눔의 욕구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주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메신저, 아바타 꾸미기 등을 좋아하는 이유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고영삼 미디어중독팀장은 “아이들이 현실세계에서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충족시킬 수 없는 욕구를 컴퓨터와 인터넷상에서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부모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아이의 감성에 대한 이해 없이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의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면 갈등이 깊어지기 쉽다.

○ 스트레스 다양하게 풀게 해야

어려서부터 학습부담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은 스트레스 해소책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유일한 스트레스 방법이 되면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취미나 성향을 고려한 스트레스 극복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운동과 산책, 음악이나 영화 감상 등 컴퓨터나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필요가 있다.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아이의 스트레스 발산 통로가 되면 좋지만, 최종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 컴퓨터는 거실에 두고 사용시간 줄여야

아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얻는 재미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면서도 대화를 통해 사용시간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컴퓨터 사용시간을 하루 30분이나 1시간으로 정한다.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의 특성을 감안해 약속시간을 알려 주는 자명종을 이용하면 좋다.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면 컴퓨터 이용시간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의 활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컴퓨터를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거실로 옮기는 것도 컴퓨터 사용시간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녀에게 컴퓨터는 자신만의 점유물이 아니라 ‘가족의 공유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도 적절한 컴퓨터 활용능력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 해결 안될땐 전문가 조언 받도록

컴퓨터로 생긴 갈등의 해결 방식도 중요하다.

아이가 부모 말을 무시하고 계속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전원을 빼버리는 등 금지 일변도의 규제는 아이들의 반발심만 키우게 된다.

무작정 아이와 컴퓨터를 떼어놓지 말고 컴퓨터를 통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컴퓨터를 통해 학습에 관련된 정보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명백하게 해야 한다.

청소년미디어중독예방센터 이선영 실장은 “감정이 섞여 컴퓨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면 아이들은 엄마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와의 대화 뒤에도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담센터 등을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단계적인 접근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자녀의 건전한 컴퓨터 사용을 위한 부모 10계명

1. 사용시간을 강제하기보다는 자녀와 의논해 정한다.

2. 부모도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활용 능력을 키운다.

3. 컴퓨터는 거실처럼 가족이 공유하는 장소에 둔다.

4. 학습을 돕는 긍정적인 컴퓨터 사용은 격려한다.

5. 여가시간에 컴퓨터가 아닌 다른 취미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6. 컴퓨터 앞에서 식사나 군것질을 하지 않게 한다.

7.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

8. 스스로 사용시간을 조절 못할 때는 시간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9. 자녀의 평소 고민에 관심을 보여 준다.

10. 생활 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되면 전문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자료 :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