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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이야기

구글이 `무인기` 산 까닭

구글이 `무인기` 산 까닭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도 사고지만, 재난이 발생한 후에도 미숙한 대처로 꽃다운 생명을 눈앞에서 잃어버리는 황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고 현장의 빠른 조류와 탁한 시계는 구조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물살 빠른 30여 m 바닷속에서 잠수부들이 제대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4회, 그나마 30분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이럴 때 조류나 수압에 끄떡없는 구조 로봇이 있었다면…'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고 7일째인 지난 22일 다관절 해양로봇이 투입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은 어린 시절 만화로 접했던 '로보트 태권V' 정도 능력을 가진 로봇을 기대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로봇은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로봇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붕괴 현장에서 활약한 로봇처럼 재난 현장이나 폭발물 제거 등 테러 현장에서 로봇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드론'이라는 로봇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드론은 원격조종을 통해 무인 비행하는 로봇을 말합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전쟁을 벌일 때 중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요즘에는 물류ㆍ정보통신ㆍ치안 등은 물론 영화 촬영에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고객에게 신속한 제품 배달을 위해 이를 활용한 배달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구글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라는 드론 제작업체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도 인수하려고 했던 회사였습니다. 인터넷 검색ㆍ광고 회사인 구글이 왜 이렇게 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구글이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쏟아냅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인터넷상 온라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등과 같은 오프라인 데이터도 발생시킵니다. 구글이 이처럼 훌륭한 데이터 수집 장치를 가만히 둘 리 없지요.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구글뿐만 아니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많은 기업들이 로봇 기업 인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일본 혼다가 만든 인간형 로봇인 '아시모'처럼 하드웨어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로봇 하면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시스리피오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기계 장치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각종 센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입력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게 바로 로봇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과 인터넷 비즈니스 대부분이 데이터, 알고리즘 등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로봇 관련 기업 인수는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로봇은 궁극적으로 인공지능(AI)으로 발전합니다. 데이터 축적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로봇의 학습능력은 좋아질 것입니다. 이 단계에 가면 사람들이 별도 입력 작업을 하지 않아도 로봇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게 됩니다. 로봇 등장으로 사라질 직업들마저 소개되고 있습니다. AI를 갖춘 로봇이 만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