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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최상위 이과생, 반수 노릴 듯… 현역은 수시 주력해야

최상위 이과생, 반수 노릴 듯… 현역은 수시 주력해야


 

조선일보 DB

재수생 대거 줄었다는데… 올해 대입 대책은?

최근 사교육가에선 '재수학원 장사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돌고 있다. 정시 추가합격자가 대량 발생해 수강생이 급감했다는 것. 유명 컨설턴트 A씨는 "일명 '3대 재수학원'에서 추가합격자가 각각 100명 이상 나왔다. 이들이 한꺼번에 환불을 요청해 학원에서 애 먹었다더라"고 전했다. 오랫동안 대형 학원 강사로 일해 온 B씨는 "서초 C학원에서 250명, 강남 D학원에서 150명이 추가합격자로 빠져나갔다"고 귀띔했다.

대형 재수학원 수강생, 추가합격으로 줄줄이 환불

E학원은 강북본원에서만 100여명의 수강생이 줄었다. E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등록생은 1330명 선. 지난해 1430명보다 감소했다. 강남 본원은 작년 1370명에서 올해 1340명으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100명가량 빠져나간 문과생의 자리를 이과생이 채운 결과다.

올 2월 F학원 강남본원에서 빠져나간 정시 추가합격자는 240명에 달했다. 나머지 지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F학원 관계자는 "매년 지점당 환불자가 70명 선이었으니 올해는 그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격"이라고 했다.

G학원 역시 재수종합반 최초 등록생 중 추가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이 많았다. G학원 관계자는 "올해 추가합격자 중 90% 이상이 환불 신청을 했다. 예년보다 이탈율이 훨씬 높다"고 전했다.

수능 우수자가 수시로 이탈 → 정시컷 하락

재수생은 매년 줄고있다. 2011년학년도 수능(14만4060명)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 2014학년도엔 12만9520명까지 감소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도 재수생이 전년대비 10% 이상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형 학원에선 추가모집생이 들어온 덕에 정원 미달된 곳이 거의 없어요. 반면 수도권 소규모 재수학원이나 지방 재수학원은 부족 사태가 심각하겠죠."

하지만 올초만 해도 '재수생 증가설'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늘어난 의·한의예과와 치의예과 정원 등이 그 근거로 꼽혔다. 영어 B형에서 예상 외로 낮은 점수를 받았거나 자연·공과대학 진학자 중 의예과를 노리는 졸업생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실제로 정시모집 추가합격자 발표 전까진 많은 학생이 재수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월 말 개강 직전엔 수강생이 전년도 보다 10% 정도 많았다"고 했다.

2월 3주차에 각 대학 정시모집 추가합격 발표가 나며 예상은 빗나갔다. 이들이 재수학원을 대거 이탈한 원인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우수자가 다수 빠져나간 데 있다. 각종 사설기관에서 내놓은 정시 수능 커트라인보다 실제 입학생 성적이 낮아진 게 이를 방증한다.

컷이 떨어진 곳 중엔 서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덕 소장은 "분석 결과 서울대도 정시모집 커트라인이 예상치보다 하락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일부 학과는 컷이 최대 20점까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서 소장에 따르면 수능 백분위 0.2~0.8% 학생 다수가 수시모집으로 빠졌다. 해당 성적대가 커트라인인 곳이 고려대다. 반대로 1.4~2.5% 학생이 지원하는 일명 '한양대 라인'엔 정시 지원생이 몰렸다. 경쟁이 팽팽해 커트라인도 유지됐다.

최상위권 이과계열은 여전히 '재수' 선택

재수생이 줄면 나머지 수험생은 부담을 한시름 던다. 재수생은 수능에 강하다. 때문에 수능 반영비율이 높은 정시모집에 주력한다. 반면 현역 학생은 수능과 정시모집 지원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 3 수험생 역시 정시모집을 염두에 두고 수시에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수시모집에서는 정시 합격 가능 대학보다 커트라인이 더 높은 학교에 지원하는 게 정석입니다. 하지만 지난해엔 수능 체제가 바뀌는 등의 불안 요소 때문에 수시에서도 하향 지원하는 학생이 많았어요. 같은 지원 방침을 세운 학생이라면 방향을 트는 게 좋습니다."

수험생 수가 줄었다고 방심하는 건 금물이다. 이종서 소장은 "추가합격으로 빠져나간 재수생 중 최상위권은 드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과계열에선 최상위권 학생이 반수생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영덕 소장은 "연세대 의예과 입학생이 서울대 가겠다며 재수하는 경우도 봤다. 최상위권 현역 학생은 (최상위권 재수생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수시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