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입시

입학사정관(학생부 종합) 전형 합격자 살펴보니

입학사정관(학생부 종합) 전형 합격자 살펴보니

 

올해부터 대학입시 입학사정관 전형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이름이 바뀐다. 전국 대학에서 5만9284명을 선발하는데, 논술·특기자 전형 인원 수가 줄면서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인원 수는 지난해보다 1만2352명 늘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 입학사정관 전형과 동일하다.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등 제출서류 종합평가와 면접으로 선발한다(※성균관대·한양대 등은 서류평가만으로 선발).

교육부가 이름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바꾼 것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고액 컨설팅을 유발한다는 논란을 의식해서다.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보니 이력관리나 포트폴리오 준비, 면접 대비 등을 할 때 고액 컨설팅 도움을 받은 학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부’라는 이름을 붙여 교내 활동 위주로 선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입학사정관으로 합격한 학생 중 이력관리·포트폴리오·면접 대비 등에 고액 컨설팅 도움을 받은 학생은 얼마나 될까.

경희대·중앙대·한양대가 2011~2013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 기관의 컨설팅에 참여했던 학생 비율은 대학별로 3.3~10.3%에 그쳤다. 중앙대(2012년 조사)가 10.3%(185명 중 19명)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고 한양대(2013년 조사)는 6.8%(192명 중 13명), 경희대(2012년 조사)는 3.3%(92명 중 3명)였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컨설팅 받았다는 학생도 대부분 원서 접수를 앞둔 시점에 한 차례 정도 받았을 뿐이고 이력 관리를 위해 장기간 관리를 받은 학생은 4명(2.2%)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하려면 정기적으로 관리받아야 한다는 일부 사교육 기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많은 학부모는 ‘안 하는 것보다는 받는게 낫지 않을까’ ‘내가 안 한다고 다른 사람도 안 할까’라고 의심한다.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3~5월 전국 고3·학부모·교사 1만847명을 대상으로 대입 전형별 사교육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봐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비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학생은 10.9%(1453명 중 159명)에 불과했다. 이중에서도 이력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는 학생은 12%(20명)에 그쳤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당초 우려와 달리 입학사정관 전형은 논술 등 다른 전형에 비해 오히려 사교육 도움으로 붙기 힘들거나 필요가 없는 전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고액 컨설팅뿐 아니다. 전반적으로 입학사정관 합격생이 논술 등 다른 전형 합격생에 비해 사교육도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입학사정관) 전형이 교내 활동 위주로 안착된 게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본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2007학년도에 도입됐다. 초창기엔 경시대회·공인어학성적·해외 봉사활동 등 교외 스펙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스펙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2011학년도부터 교외 스펙 기록 금지 방침이 만들어졌고, 올해는 자기소개서에 교외 스펙을 기록하면 아예 관련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는 방침까지 나왔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올해는 그동안 학생이 원하면 제출할 수 있었던 활동 증빙 서류(포트폴리오)도 대부분 대학에서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활동 증빙 서류는 학생부·자기소개서에 기록하지 못한 외부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 막힌 셈이다. 심지어 한양대는 올해부터 자기소개서도 안 받는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학생 제출서류를 최소화하기로 했다”며 “이제 교외 스펙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고액 컨설팅을 받는 게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임진택 사정관은 “자기소개서에서 해당 직업 전문가나 알 법한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쓴다거나 자기소개서 구성과 답변이 비슷한 게 발견되면 진실성을 의심한다”며 “컨설팅이 의심되는 서류는 2·3차 추가검토를 거치고 면접을 통해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뽑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중대 팀장도 “사정관도 고교생이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무리하게 교외 비교과 이력을 만들려 하지 말고 동아리·체험활동·진로활동 등 교내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