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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80%를 직원 급여와 복지로 쓰는 회사.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의 경영철학

매출 80%를 직원 급여와 복지로 쓰는 회사.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의 경영철학 Interview

2014/02/05 11:02

복사 http://blog.naver.com/platum/12020696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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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또는 ‘한국의 구글’ 로 떠오르는 회사,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의 온 가족을 호텔로 초대하는 ‘빵빵한’ 송년회는 물론 결혼 지원금 1,000만원, 출산 지원금 등 이 회사의 복지 정책은 대기업에서도 흔치않은 것들이다. 이 회사 직원이 아님에도 그렇게 직원들에게 베풀고 나눠주면 회사엔 뭐가 남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스튜디오의 복지 정책은 멈출 줄 모른다.

본지는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와 지난 2013년에 세 번의 만남을 통해 그의 창업 스토리철학을 공유하는 협약식, 직원 가족과 함께하는 송년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불어 핸드스튜디오는 플래텀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기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회사에는 다룰만한 기삿거리가 풍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2014년 1월 다시 안준희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이 정도의 복지가 가능한지와 그에 따른 업무 성과는 어떠한지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핸드스튜디오가 ‘신의직장’으로 널리 알려지면 알려 질수록 매출이 얼마나 늘었나가 궁금합니다(웃음). 지지난해 매출이 30억 규모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리고 최근 핸드스튜디오엔 어떤 이슈가 있었나요?

일단 매출은 40억으로 늘었고요(웃음). 내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위층까지 사무실을 확장했어요. 강의실도 만들었고요. 강의실은 외부에도 오픈할 생각이에요. 이건 사회 공헌이라기보다 직원들이 보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는 것과 함께 다른 사람들을 잘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강의실을 만들어 직원들이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이제 핸드스튜디오 직원이 40명이 됐거든요. 이 멤버들을 두 팀으로 나눴어요. 기획팀, 개발팀 이런 식으로 나눈 게 아니라 각 팀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따로 있게끔 이요. 같은 핸드스튜디오긴 하지만 두 회사로 나눈 느낌이지요. 이름도 새로 정하고 일하는 층도 다르고 복지와 시스템도 다르게 진행될 겁니다.

아무리 직원복지를 신경 쓴다 해도 막상 일을 하면 업무 스타일이 달라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성격 유형검사를 했고 각자의 기질로 팀을 나눴습니다. 업무중심적인 친구들과 관계중심적인 친구들을 따로 엮어 준 거지요.

두팀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말씀인데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관리는 대표를 포함한 이사 4명이 하고 있어요. 사실 이들은 리더이기도 하지만, 각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전문가들이거든요. 프로젝트의 경우엔 몇 점짜리 프로젝트라는 가산점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 팀들이 와서 입찰하는 방식이지요.

선의의 경쟁인 거군요. 본격적으로 복지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현 복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요? 매출이 어느 정도 되면 탁아소를 만들겠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계획하고 있는 복지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는 개인의 삶을 회사가 커버해주자는 생각이에요. 보통 공적인 복지를 하고 집단의 효율성에 대해 동기부여를 하잖아요. 그것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직원의 삶에 ‘관여’하고 싶은 거예요. 간섭이 아니라 지원으로요. ‘결혼하면 천만 원’ 같은 정책도 일부러 더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탁아소는 매출과 상관없이 다음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바로 진행할 계획이고요.

핸드스튜디오 식구가 올해 상반기에만 5명이 결혼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에 대한 고민이 생기겠지요. 그래도 탁아소는 아이들이 좀 자라서 가는 곳이잖아요. 그 전에 영유아를 키우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삼가작통법이라고요(웃음). 한, 두 살 자녀가 있는 직원을 엮어줘서 두 가족의 아내나 남편이 보모와 함께 교대로 돌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세 사람을 엮을 수 있다면 3일에 한 번만 돌보면 되겠지요.

보모를 구하는데 보통 200만원이래요. 좋은 분은 300만원이 넘고요. 한 직원 당 한 분을 지원하는 건 힘들겠지만 두세 명을 묶어 지원하면 직원에게도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도 무조건 진행할 생각입니다.

복지 혜택도 회사의 매출과 상관관계가 있을 텐데, 혹시 정해놓은 비율이 있나요?

매출의 80% 정도를 직원 급여나 복지로 씁니다. 회사엔 20%만 남깁니다.

비율이 낮지 않네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도 두렵지만, 저희 직원들의 복지만큼은 ‘망할지라도’예요.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엔 늘 오늘 당장 우리가 망했을 때 일어날 현상들이 떠다니고 있어요. ‘나는 빚이 있나, 누가 찾아와 딱지를 떼나.’ 이런 것들이요. 회사 지출에 대한 기준이 이 부분이에요.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은요. 보통 벤처가 3년 이상 지속되는 게 어렵습니다. 특히 IT 쪽은 더 하지요. 수익을 내고 투자를 받으며 10년이 넘어가는 회사는 훨씬 적을 겁니다. 저희도 그 확률에 포함돼 있고요. 핸드스튜디오가 5년 뒤에 아니, 내일 당장 없어질 지라도 후회 없이 좋은 회사 했다고 자부할 것 같습니다. 이 생각이 앞에 말씀드린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고 있고요. 물론 없어지면 안 되겠지요(웃음).


항간에는 ‘그렇게 하면 안 망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히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스스로도 갈등이 있을 때가 있지요.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철학적 기준입니다. ‘지금 노력해서 다음에 무언가 이루자, 지금 라면 먹지만 나중에 행복하게 해줄게.’ 라는 회사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천 원을 나누지 않는데 과연 내일 일 억 원을 나눌 수 있을까요?

회사가 성장하려면 이익을 남겨두고 재투자해야 하는 건 저도 잘 압니다. 회사는 올해만 참으면 내년에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행복이 미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 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최대한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이 행복하도록 하자는 게 핸드스튜디오의 철학이거든요.

오늘 나누지 못하면 내일도 나눌 수 없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핸드스튜디오는 탄탄한 복지만큼 관련 홍보도 적극적인 느낌입니다. 때문에 ‘한국의 구글이다.’부터 ‘그러다 망하진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오는 건데, 그런 시선들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네, 맞습니다(웃음). 그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대표로서 ‘이걸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고요. 하지만 의도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복지 관련한 부분은 남이 손가락질 하더라도 계속 푸시 하도록 하거든요. 물론 그 부분이 회사 매출에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기업문화 발전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피드백이 오는 것 같아요.

핸드스튜디오의 복지 관련 홍보는 회사를 널리 알리기 위함이라기 보다 다른 의미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점인 건가요?

핸드스튜디오를 향해 보내주시는 수많은 성원과 기대를 몸소 느끼면서 저희는 꽤 많은 분들이 한국 기업문화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사의 문화 개선에 그치기보다 실험하고 도전하며 성공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기로 했지요. 한국 기업문화 개선의 가능성을 실증적 사례로 증명하고 제시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타 조직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자극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복지가 좋은 만큼 직원들이 성과에 대한 압박감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핸드스튜디오의 퇴사율은 어떤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2013년도에 세 사람이 퇴사했습니다. 그 중 두 사람은 ‘미안해서’라고 퇴사 이유를 밝혔어요. 저희 직원들은 업무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높습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 만족이 안 되면 힘들어 하더라고요. 작년에 그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회사가 해결해 주기는 어려울듯 싶습니다. 부담을 덜어주려면 퀄리티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으니까요.

자부심이 높은 이유는요. 저희는 직원이 어떤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에 대한 어떤 오더도 없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끔 하지요. 회사에서는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중간 평가는 있습니다. 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냉철하게 피드백 하고요. 이런 과정이 본인과 잘 맞으면 좋아하고 부담스러우면 견디지 못합니다.



코뉴는 1년 동안 잘 자생했습니다. 컨텐츠 사업이기 때문에 이름을 알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돈을 많이 벌진 않았지만 적자를 보진 않았어요. 적자를 보지 않았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놀라워요(웃음). 외주 프로젝트도 했고 파트너도 늘어가고 있고요.

지난해까지 코뉴는 100% 핸드스튜디오의 자회사였습니다. 올해 1월부로 그 주식을 박동진 이사가 가져갑니다. 그의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핸드스튜디오에서 독립시키는 거지요. 이유는 1년 동안 굶어 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웃음). 이젠 자회사가 아니라 형제 회사입니다. 독립시키는 게 원래 의도였고 그렇게 돼 뿌듯합니다.

회사에 두 명의 미성년자 개발자를 채용했습니다. 이선재, 박소희 개발자 두 사람을 채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사람의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사실 실력만 놓고보면 두사람이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에요.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는 내부 평가가 있습니다. 실력보다는 내공이 약하다고 하죠. 대학 4년 졸업한 학생이 아무리 공부를 안했다고 해도 쌓이는 내공이 있는데요. 두 사람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그럼에도 두 사람을 식구로 맞이한 이유는 다소 복합적입니다. 게중에 한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두 사람을 통해 기존 멤버들이 좋은 선배가 되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어요. 우리 회사는 인원이 갑자기 늘었어요. 여기에 모인 34명 중에 10명을 제한 24명은 여기가 첫 직장입니다. 우리회사는 실장들 빼고는 직급도 없고, 이름뒤에 ‘님’자를 붙이는 등 평등한 구성을 취하고 있죠. 물론 이것은 좋은겁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나 전문분야에서 선배가 돼는 경험을 못한다는 것은 아쉬웠어요. 수직적 조직체계를 꼭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 체계에서도 배울 수 있는 덕목이란 게 있어요. 다음으로 넘어가는 목표라던지, 그런 것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중간한 나이나 경력이 아닌 누가 생각해도 후배라고 느낄 수 있는 아예 어린 친구들을 선택했습니다. 기존 멤버들에게 선배로서의 역할을 경험해 보라는 것이죠.

두 사람이 들으면 조금 섭섭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요?

그럴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가 가진 가치가 그 친구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일단 한 식구가 되면 미워도 고와도 끝장을 봐요. 일단 뽑았으면 능력과 상관없이 똑같이 대하고, 애증을 가지고 가족이라 생각을 합니다. 회사가 가족이 된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이 친구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핸드스튜디오의 2014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올해부터는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흔히 핸드스튜디오를 스마트TV 앱 회사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스마트TV만 하는 회사는 아니거든요. 일년 반 전부터 컨버전스 사업으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예컨대 작년 CES 때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제품을 론칭했는데요. 3년 전 최초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핸드스튜디오가 함께 했습니다. 삼성의 컨버전스 사업은 저희가 담당하고 있지요. 핸드스튜디오의 서비스는 휴대폰과 TV를 연계하는 것 뿐 아니라 온갖 웨어러블 서비스와 붙일 수 있습니다. UX나 디자인, 개발도 컨버전스 비즈니스에 더 최적화 돼있습니다. 앱을 하나 만들더라도 모바일에 기본으로 붙이고 있고 게임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컨버전스 비즈니스로 포지션을 잡고 있었고 외부적으로도 그렇게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핸드스튜디오가 걸어갈 길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조금 특이하게, 보통 스타트업처럼 하나의 비즈니스로 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무엇을 이루자는 꿈으로 만든 회사가 아닙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뭐든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했지요. 그렇다보니 스마트TV가 됐든 컨버전스가 됐든 사업 아이템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의 주요 아이템이 바뀌어도 내부적으로 보이지 않는 힘이 아무도 가치갈등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참 좋아요(웃음). 모든 직원들이 항상 다음 아이템을 찾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오가고 있지요. ‘저희 다음엔 저거 하는 것 어때요?’ 하면서 말입니다. 앞으로도 빨리 움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 년 반 전, 컨버전스 하면 모바일과 TV를 붙이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는 그때 이미 세탁기, 에어컨과 붙이고 있었거든요. 작년 CES 때 삼성이 컨버전스 사업으로 자전거와 연계한 것을 메인으로 했는데 그때도 저희가 진행했고요. 컨버전스 사업으로 3-4년 정도 보고 있고 다음으로 보고 있는 게 웨어러블 센서입니다. 이 주요 골자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자기자랑 같은데요. 핸드스튜디오가 복지로 많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이룬 성과가 약해진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저희 업계에서 컨버전스, 스마트TV나 홈 관련 컨퍼런스가 열리면 저희 직원들이 연사로 나가거든요. 대기업의 주요 프로젝트도 담당하고 있고요. 업계에서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데 외부적으로는 많이 묻혀 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더 잘 성장하고 능력이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대표로서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핸드스튜디오의 발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공 전 강의실 전경

핸드스튜디오표 복지

결혼지원금 천만 원, 출산지원금 천만 원(자녀 수 제한 없음), 출퇴근 시간 자유, 조식·중식·석식 제공, 육아휴직 2년, 여름·겨울 5일씩 휴가, 3개월마다 3일 휴가, 매월 1일 휴가, 연 2회 15만원 상당 백화점상품권 제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