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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

내 자녀 크면 뜰 만한 직업은? 유전상담·탄소배출권중개 ‘유망’

내 자녀 크면 뜰 만한 직업은? 유전상담·탄소배출권중개 ‘유망’
기사입력 2014.02.10 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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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고졸 출신 송우석 변호사는 ‘변신의 귀재’다. 판사를 그만둔 그는 법무사의 전유물이었던 부동산 등기 업무를 변호사도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자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로 개업해 대박을 터뜨린다. 이후 다른 변호사들이 부동산 등기업으로 몰리자 이번엔 조세 전문 변호사로 변모해 또다시 탄탄대로를 달린다. 1980년대 고도성장기의 부동산 광풍과 자산 급증이란 시대 흐름을 읽고 관련 제도 변화까지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방정식이다.

시대에 따라 흥하고 쇠하는 게 ‘직업’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평생직장은 물론, 평생직업도 없는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요구되는 경쟁력이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뜰 만한 산업이나 직업을 미리 내다보고 관련 직무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이유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한국고용정보원 등 전문기관들이 전망하는 미래 유망직업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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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도 빨라져 직업 안정성↓

유망직업 맹신 말고 참고만 해야


해상변호사, 숲치료사, 빅데이터 전문가, 건물에너지평가사,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 기업 컨시어지, 유전학 전문 상담사, 소셜미디어 관리 전문가 등등….

최근 각계에서 발표된 ‘신(新)직업’ 또는 ‘미래 유망직업’들이다. 교육부(2014 미래의 직업세계)와 고용노동부(신(新)직업 100여개 발굴 육성 추진방안), 한국직업능력개발원(10년 후 유망직업 20), 포브스(2014년 유망직업 12) 등 각종 기관들이 미래에 뜰 것으로 제시하는 직업들은 해마다 수백 개에 이른다. 조사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 현업 종사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난 직업, 국내에선 드물지만 선진국에선 활성화된 직업, 현업 종사자들이 향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응답한 직업 등 제각각이어서 서로 겹치기도 하고 차이가 나기도 한다.

미래 유망직업을 예측하려면 먼저 직업이 새로 생겨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기술 발달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는 경우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발자 시대’가 열린 게 대표적인 예다. 앱 개발자, 웹 디자이너는 물론 온라인 마케터, 사이버 경찰, 빅데이터 전문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장 보편화된 독일에선 가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청소·관리해주는 업체가 흔한데, 향후 국내에도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기존 직업에서 세분화·전문화되는 식이다. 부동산 등기·세무 전문 변호사로 진출한 앞의 ‘송변’ 사례를 보면 된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흐름을 반영한다. 홍보대행사나 컨설팅 회사보다 전문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관리해주는 ‘평판 관리 전문가(Reputation Manager)’,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에 특화한 ‘SNS마케터’ 등이 좋은 예다.

셋째, 선진국에서 먼저 활성화된 직업이 국내에 도입되는 경우다. 타투이스트(문신사), 원격진료코디네이터, 카이로프랙터(척추교정사), 이혼플래너 등이 해당한다. 이들은 관련법이 미비해 음성적으로 활동하다가 시장 수요가 늘고 현업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합법화돼 시장이 급팽창하는 수순을 밟는다.

넷째, 서로 다른 영역의 직업이 합쳐진 ‘융합형’ 직업이다.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레크리에이션치료사(음악·미술·레크리에이션+심리치료), 의료일러스트레이터(해부학+미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이버 경찰(IT보안+경찰)도 융합형 직업의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자신이 기존에 전문성을 가진 직무에서 다른 직무를 익혀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한다.

유망직업이라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해외에선 유망직업이지만 문화적·법적 차이로 인해 국내에선 뜨기는커녕 도입조차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

가령 이혼플래너의 경우, 미국·일본 등에선 결혼식처럼 지인들을 초청해 ‘이혼식’을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겨난 직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 이혼을 드러내놓고 하는 문화는 아니어서 여전히 생소한 직업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원격진료코디네이터’도 원격진료의 법적 허용을 놓고 최근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것이 신직업으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미래 유망직업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참고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유망직업은 현재 기준에서의 전망일 뿐,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는 불과 6개월 후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은 “10년 전 정보검색사가 유망직업 1순위로 소개됐으나 지금 이 말에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망직종으로 알려지면 지원자가 몰리면서 경쟁이 심화돼 수익구조가 악화되기 때문”이라며 “예측 자체가 잘못되거나 추상적인 경우도 있는 만큼 진로를 탐색할 때 각종 전망을 과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유망직업은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동적이고 유기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직업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계속 개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