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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다른 길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강한 의지로 이겨내"

"다른 길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강한 의지로 이겨내"

최연소 변호사 합격 손빈희
최연소 타이틀 2인을 만나다

인생은 짧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최연소’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부여한다. 대개 누군가가 최연소로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말은, 남보다 빨리 더 많은 것을 이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찍부터 선행학습을 서두르고, 좀 더 일찍 학교를 졸업하거나 명문대에 입학하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서두르는 것만이 정답일까. 그 대답을 듣기 위해‘최연소’타이틀로 유명한 2인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손빈희|"최연소 타이틀을 욕심내지 마세요"

최연소 변호사 합격 손빈희 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늘 경계

최연소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손빈희(23)씨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홈스쿨링을 통해 14살 때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2006년 부산외대 법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3년 만에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국제 변호사를 목표로 2006년 동아대 로스쿨에 입학했으며, 올해 1월 변호사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동기들은 모두 취업한 상황이지만,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의 템플(Temple) 대학교 로스쿨로 유학을 간 상태다. 늘 '최연소'의 길을 걸었지만, 그는 아직도 이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최연소를 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고요. '최연소'라는 타이틀보다 어린 나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만날 때마다 오기와 끈기로 이겨냈던 과정이 훨씬 더 제게 중요합니다. 남보다 일찍 과정을 마친 것에 대한 과도한 주목도 버거워요. 오히려 저를 '쉬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들려 편하지 않을 때가 잦기 때문이죠."

어릴 적 홈스쿨링과 검정고시를 선택한 것은 오롯이 그의 선택이었다. 열살 무렵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떠난 중국 유학길에서 큰 대륙을 여행하는 동안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고, 정규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홈스쿨을 하는 내내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내가 과연 잘하는 것일까'와 같은 의문과 결과에 따른 책임감이 머릿속을 채웠다.

"홈스쿨이나 검정고시를 염두에 둔 학생이나 부모님이 있다면 환상을 거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분명히, 혼자 공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당사자의 경우, 심적인 부담감과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의지가 강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연소 법무사 정보경
남보다 일찍 맛본 대학생활과 로스쿨 재학시절을 그는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간'으로 기억했다.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아 상식 부분에서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았고,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언니 오빠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그는 "부족함을 알기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연소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칫 자만에 빠질 수 있음을 늘 경계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경|"무조건 빨리가 능사가 아니다"

최연소 법무사 정보경 하루 5시간만 자며 독하게 공부

정보경(25)씨는 23살의 나이에 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고졸 출신의 최연소 법무사다. '살아있다면 저질러라'의 저자이자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다.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와 아이돌 가수에 푹 빠져 시간을 흘려보냈다.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친구들이 공부에 대한 관심이 식는 수능 날부터였다. 정씨는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지원 가능한 대학을 나와서는 사회에 나가서 경쟁력이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 대신 그가 찾은 곳은 신림동 고시촌. 그는 1년에 한 번뿐인 법무사 자격시험에 좀 더 일찍 합격하고자 법무사 양성 학원을 찾았고, 그 길로 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법무사 합격 평균연령은 41세. '대학 졸업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하루에 5시간 이상 자지 않으며 독하게 공부했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 다니며 미팅도 하고 싶고, MT도 가고 싶었죠. 하지만 저는 '모든 일에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으며,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는 도전한 지 3년여 만에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법무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동기들보다 열 살 이상으로 어린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사무실을 차리고 법무사사무소대표라는 직함을 얻었지만, 주변에서는 20대 초중반의 여성이라는 시각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지금은 많이 융통성이 생기고 요령도 익혔지만, 처음에는 주변의 무시에 많이 속상했다"며 "오히려 사회에 빨리 나오는 것이 성공의 척도라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무조건 빨리하고, 마치는 것이 좋은 것이라 믿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장단점은 분명히 있어요. 청소년 여러분도 무조건 빨리를 외치기보다 그 나이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과 추억도 소중한 것임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