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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울고 부둥켜안고, 세 번 절하고, 발 씻겨준 졸업식

 

'울고, 부둥켜안고, 꽃다발 안겨주고,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서 손에 쥐어 주고, 거기다가 세 번이나 절하고 발까지 씻겨 주고.'

9일 오전 경남 창원 태봉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졸업식' 풍경이다.

태봉고의 특별한 졸업식 풍경

전국 첫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가 올해 두 번째로 4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안학교답게 졸업식도 특이했다. 이 학교는 사흘 동안 '졸업 주간'을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으며, 졸업식이 마지막 행사다.

 

 

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졸업생들이 선생님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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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이 입장하자 재학생과 교사들이 부둥켜안았다. 졸업장은 여태전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단상에 올라가 졸업생한테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상장을 수여했으며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각자 다른 상명으로 시상했다. 태봉대상, 공로상, 봉사상, 선행상, 예술상, 동아리상, 행복상 등이다.

"학생회장직을 훌륭하게 역임하여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3년 동안 성실히 출석체크 하였다"고 졸업생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또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학교 방송과 영성 관련해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발적인 농사 활동으로 학교의 대안적 가치 향상에 기여했다"고, "연극 동아리 장으로 연극부를 잘 이끌었다"고, "후배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모습이 타의 모범이 되었다"고, "분리 수거에 힘썼다"고 해서 표창장과 장학금을 받는 졸업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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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여태전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졸업생한테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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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졸업생들이 단상에 올라가 있는 교사들한테 3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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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태전 교장은 졸업생 학부모인 백세리씨와 장학금 후원을 해온 ㈜한국야나세 우영준 회장한테 감사패․기념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것을 느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회고사, 송사, 답사가 이어졌다. 여태전 교장은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여기 태봉에서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는 교훈을 실천하면서 살았다"며 "여기서 우리는 많이 웃고, 울고,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3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여 교장은 "여러분들은 돈과 권력과 명예로서 사람을 짓밟거나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 어떤 부와 권력과 명예를 얻느니, 차라리 '위대한 평민'으로서 사는 게 백번 낫다"고 강조했다.

정다훈(재학생) 군은 울먹이며 송사를 읽었다. 정군은 "우리 학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게 무슨 공동체이냐 이게 무슨 가족이냐'라고들 하지만, 그럼 우리가 가족이 아닌 이유는 어디 있느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같이 일어나, 같이 씻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학교를 가서, 방에 들어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잠에 든다, 그런 우리를 보며 느꼈던 건, '부모와 자식으로 태어나야 가족'이라라는 개념보다는 '그 시간이 기쁘든 슬프든 쌓아왔던 시간과 추억을 함께 회상하며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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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재학생 정다훈 군이 송사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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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졸업생 홍명지 양이 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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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지(졸업생) 양은 답사를 통해 "3년간 오해로 인해 울기도 했고 서로 상처도 받았다"며 "그러나 같이 살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배웠다. 많은 일들을 함께 겪고, 작은 시도와 노력이 있었기에 서로를 의지하는 끈끈한 우정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양은 "이제야 드는 생각은, 내가 이때까지 힘들다고 툴툴거린 시간과 장소, 잘 맞지 않던 친구들까지 전부 내 것이 되어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소중히 할 것을, 조금만 더 아껴 줄 걸 하는 생각에 아쉬움은 더 커져 간다. 하지만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재학생들은 단상에 올라가 "졸업 노래"를 불렀고, 이어 선배한테 큰절을 했다. 앞서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단상에 올려보내 놓고 큰절을 세 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은 세수대야에 물을 떠와 교사들한테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을 진행했다. 이 학교는 입학식 때는 교사들이 입학생한테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한다. 입학 때는 교사들이 학생한테, 졸업 때는 졸업생이 교사한테 발을 씻겨주는 것이다.

태봉고는 2010년 3월 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학교로 개교했다. 이번 졸업생 45명 가운데 1명은 해외봉사, 3명은 취업, 33명은 진학, 3명은 유학, 5명은 진로모색한다. 이날 졸업식장 정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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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졸업생들이 재학생과 교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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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여태전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졸업생한테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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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여태전 교장이 졸업생 학부모인 백세리씨한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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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여태전 교장이 한국야나세 우영준 회장한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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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재학생들이 '졸업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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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공립 기숙형 대안 고등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제2회 졸업식을 열었는데, 졸업생들이 선생님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하고 있다.
ⓒ 윤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