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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연주가의 길 포기… 선생님 격려로 교사 꿈 키워 "無스펙·인생의 굴곡이 오히려 장점 됐죠"

연주가의 길 포기… 선생님 격려로 교사 꿈 키워 "無스펙·인생의 굴곡이 오히려 장점 됐죠"

김종연 기자
손경수 (서울 성남고 3년)

맛있는공부는 특별한 스펙 없이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역전 비책'을 소개한다. 첫 회는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입학을 앞둔 손경수군의 사례다. /편집자

손경수군은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합격생(입학사정관제) 중 여러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우선 고교 시절 내내 교내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하나도 없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동아리 활동 역시 전무하다. 하지만 그에겐 '스펙'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있었다.

손군은 중학생 시절 전문 기타연주가가 되기 위해 각종 대회나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배고픈 음악가'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다 기타를 놓기로 결심했다. "한번은 함께 기타 공부하는 형이 밥을 사주겠다며 집(경기도 양주시) 근처로 저를 불렀어요. 그런데 형의 통장 잔고에 1000원도 남아 있지 않아 결국 제가 밥을 대접하고 돌아왔죠. 그 날 이후 뮤지션의 길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됐어요. '내가 가난을 극복할만큼 음악을 사랑하는가?'하고 자문하게 되더군요."

연주가의 길을 포기한 고 2 당시 담임선생님이었던 이지은 성남고 사회교사는 손군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상담 땐 '너는 할 수 있다' '나는 네 편이다' 등의 위로를 건넸다. 덕분에 손군은 놀라운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 1학년 때 4.7등급이었던 손군의 성적은 2학년 1·2학기에 각각 3.2등급, 2.4등급으로 상승하더니 3학년 1학기 땐 1.3등급까지 올랐다. 교무실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질문하고 학교에 밤늦게까지 남아 공부한 덕에 거둔 성과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손군에겐 '교사'라는 꿈이 생겼다. 그는 "학생 하나가 바뀌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꿈 잃은 학생을 도와 기적을 만드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범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나사('나는 사범대생이다'의 줄임말)'라는 동아리도 만들었다. 나사 회원들은 약 2개월동안 토론과 시범 강의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누군가를 가르칠 요량으로 문제와 읽을 자료 등을 만들었어요.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직접 구성한 적도 있고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교사 일이 제게 맞다는 걸 깨달았죠."

위 내용이 기입된 자기소개서를 본 입학사정관은 면접 때 가장 먼저 "음악을 하다가 공부로 접어든 학생을 처음 봤다"며 말을 건넸다. 상장 하나 없이 진정성만으로도 입학사정관의 이목을 끈 것. "무(無) 스펙이 오히려 제겐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면접에서도 실적이나 전공적합성에 관한 딱딱한 대화 대신 제 인생 얘기가 주로 오갔으니까요. '학교 현장에선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의 마음에 공감해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이게 합격의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