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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

어른 따라잡는 우리의 비밀병기는 ○○○!

어른 따라잡는 우리의 비밀병기는 ○○○!

이경민 기자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識途)'는 옛말이 있다. 연륜의 도저한 지혜를 가리킬 때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말이 언제나 들어맞는 건 아니다. 신민준(서울 충암중 1년) 초단은 바둑계의 거장 최철한(28) 9단과의 접전 끝에 값진 1승을 올렸다. 김수경(17·대구 남구 대명동)양은 연(年)매출 7억여 원 쇼핑몰의 '사장님'이다. 이주진(한국디지털미디어고 2년)군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이하 'MS')가 정식 후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다. 각자의 관심 분야에서 어른 못잖게 맹활약 중인 '실력파 10대' 3인의 비밀병기는 무엇일까.

신민준군의 비밀병기는 집중력│"바둑에 도움 된다면"…식단·체력도 꼼꼼 관리

지난달 12일 오후 1시, 한국기원(서울 성동구 홍익동). 신민준 초단과 최철한 9단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2013 새로운 물결, 영재 vs 정상 바둑대결’(바둑TV 주최, 한국기원 주관) 주요 대국 중 하나였다. 오후 4시, 3시간여 ‘침묵의 전쟁’ 끝에 최 9단이 돌을 던졌다. 신 초단의 두집 반 차 승리였다.

“(대국) 상대는 제가 직접 정했어요. 저와 경기 방식이 비슷한 듯 다른 최 사범님과 꼭 한번 맞붙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바둑판 앞에 앉았는데, 막상 대국이 시작되니 승부욕이 발동했어요.”

백이현 인턴기자
신군은 인터넷 바둑 마니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바둑의 매력에 빠졌다. 바둑에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대국에 나설 때마다 ‘조금만 더’를 되뇌곤 한다. 요즘은 집중력 강화를 목적으로 오래달리기·권투 등 체력 단련에도 열중하고 있다. 아침마다 연어 샐러드를 챙겨 먹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어는 ‘오메가 3이 풍부해 두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재료. 자투리 시간엔 수시로 기보 책을 들여다보고 도장에선 프로 기사들의 대국을 복기한다. 나이답지 않게 철저한 자기관리다.

신군의 올해 계획은 바둑리그 본선 진출. “20대 땐 세계대회에서 수상하고 싶어요. 30대가 가기 전 국내 기사 랭킹 1위에 올라야죠. 꾸준히 성장할 제 모습,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김수경양의 비밀병기는 대담성│'나홀로 창업' 1년 만에 하루 매출 200만원 급성장

김수경양은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 ‘빅토리아 가르손느’(www.garconne.co.kr)의 CEO다. 총 5명인 직원은 모두 20대 중·후반으로 그보다 한참 연상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그에게 깍듯이 존대한다. 그는 새 직원이 입사하면 ‘예전 회사 사장에게 존댓말 쓴 것처럼 내게도 말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선언한다.김양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 건 지난해 2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집안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후 ‘나라도 뭐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덜컥 일을 벌였다. 인터넷 창업 커뮤니티 ‘내가게’(cafe.daum.net/negage) 등을 들락거리며 모은 정보로 쇼핑몰을 열었다. 불과 1년 만에 ‘하루 200만원 매출’의 알짜 업체로 키워냈다.(빅토리아 가르손느는 오는 20일 개업 1주년을 맞는다.)

그의 정규 학력은 중 3에서 ‘일단멈춤’ 상태다. ‘학교에선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며 자퇴를 결정한 것. 요즘 그는 ‘시장’이란 현장을 학교 삼아 못다 한 공부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사무실이 있는 대구를 벗어나 매주 한 차례씩 서울로 ‘출장’을 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최신 상품을 발 빠르게 들여놓는 신속성이 빅토리아 가르손느의 최대 경쟁력이거든요. 언젠가 꼭 제 전용 건물을 살 거예요. 화장품 사업도 해보고 싶고요. 세계 시장에도 진출해야죠. 그 후엔 어려운 사람 돕는 일에도 앞장설 생각이에요. 저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부터 장애우까지 사회적 약자를 두루 돌보는 사업가가 되겠습니다.”

김승완 기자
이주진군의 비밀병기는 추진력│실력으로 공모전 톱10…MS 지원받으며 승승장구

지난해 3월 30일 MS 주최로 소프트웨어 기술경진대회 ‘이매진컵(Imagine Cup)’ 한국 스페셜라운드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참가자가 91개 프로젝트를 선보인 가운데 상위 10개팀 명단이 호명됐다. 그 중엔 이주진군이 포함된 고교생 팀 ‘프레직(Fregic·‘fresh’와 ‘logic’의 합성어)’도 있었다. 10개 중 8개가 성인 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신선한(fresh) 논리(logic)’로 무장한 이들의 수상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이군 역시 이후 MS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어엿한 앱 개발자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이군도 김수경양처럼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한 번도 전자기기를 사본 적이 없을 정도. 그런 그에게 ‘앱 개발용 MS 최신 기기 무상 지원’ 은 최고의 혜택이다. 요즘 그는 올해 이매진컵 출전 준비와 PC·스마트폰 운영 체제 ‘윈도8’용 앱 개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공부 습관을 관리하고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열람할 수 있는 교육용 앱 설계를 시작했다.

“IT 전문가가 꿈인 또래 대부분이 스티브 잡스(1955~ 2011)를 롤모델로 꼽더라고요. 근데 전 별로예요. 너무 일찍 돌아가셨잖아요. 전 오래오래, 건강하게 앱을 개발하고 싶습니다.”(웃음)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이해나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