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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15년전과 한글→영어 표기만 달라”…고교등급제·본고사 우려


“15년전과 한글→영어 표기만 달라”…고교등급제·본고사 우려



[한겨레] 내신 절대평가제 영향

내신 영향력 약화 불가피

대학입시 변별력 위해

본고사 유사한 전형 가능성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발표한 성취평가(절대평가)가 2014년 전국 고등학교에 도입되면 이때 고1 학생(현재 중1)이 대학에 가는 2017학년도 대학 입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학들이 내신 부풀리기를 빌미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을 추진할 경우 2017학년도가 사실상 3불 폐지 원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입시 명문고 내신 불이익만 해소 이번 절대평가 도입의 최대 수혜집단으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9등급 상대평가제는 학생이 만점을 받아도 만점자가 1등급 구분선인 4%보다 많을 경우 1등급이 아닌 2등급을 받았다. 시험을 쉽게 내 ‘수’를 남발하던 과거 절대평가의 ‘내신 부풀리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 때문에 실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린 외고나 자사고에서는 만점을 받고도 2~3등급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2014년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만점자가 아무리 많아도 모두 A학점을 받을 수 있게 돼 ‘내신 불이익’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과 같이 내신 반영 비율이 커서 일반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여온 전형에서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교과부가 성취도(A·B·C·D·E)와 함께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함께 기재하기로 한 것도 외고와 자사고에 유리하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대학들은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갖고 산출한 표준점수(표준점수=원점수-평균/표준편차)를 활용할 텐데 그렇게 되면 비슷한 성적대의 학생들이 모여 있어 표준편차가 작은 자사고가 유리하다”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내신을 반영하는 전형에 우리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수준별 수업을 하고 고교 다양화를 명분으로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등 입시 명문고를 양산하는 등 서열화를 조장해 온 정부가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런 식의 절대평가는 입시 명문고의 내신 불이익만 해소해 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계삼 경남 밀성고 교사는 “성취평가가 일부 상위권 학생과 부유층을 위한 조처라는 비판을 면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려면 내신 위주로 뽑는 인원이 대학 입학 정원의 절반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고교등급제, 본고사 부활 우려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해도 대학이 학생을 1등부터 줄세워 차례로 뽑는 한 같은 A학점에도 어느 학교 출신인가를 기준으로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고교등급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대전 대성고 교사)는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이를 활용해 표준편차가 작은 외고 학생들의 내신 등급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며 “이런 방식이 외고, 자사고는 물론 같은 일반고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는 데도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법원은 지난 7월 고려대의 이런 내신 보정 방식이 고교등급제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유성룡 티치미 대학진학연구소장은 “사실상 교과부가 고교등급제 실시를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통해 일부 우수한 고교를 거르고 나머지 고교의 내신 성적은 사실상 반영하지 않아 내신이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신 무력화는 본고사 부활과 직결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내신이 변별력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전형요소 하나가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며 “내신이 없어지면 대학별 고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내신이 무력화하고 교과부가 수능마저 쉽게 출제한다면 논술이 옛날의 본고사 수준이 돼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현 중1부터 고교내신 절대평가특목·자사고 쏠림 부채질 우려



[한겨레] 교과부 새 평가방안 발표

현행 9등급 방식→A·B·C·D·E·F 6단계로

성적표엔 석차 대신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


올해 중학교 1학년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제도가 현행 9등급의 상대평가에서 6단계의 절대평가로 바뀐다. 학교 안에서의 지나친 등수 경쟁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내신 부풀리기’가 이뤄지면서 내신이 무력화하고 상대적으로 대학 입시에 유리해진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뼈대로 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시범 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된다.

방안을 보면, 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성적 표기가 현행 ‘석차 9등급’ 방식에서 6단계(A·B·C·D·E·F)의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학년·과목별로 상대적 서열(석차)에 따른 등급을 매기는 게 아니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년 6월께 발표하는 교과목별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이 어느 정도 수준의 성취를 이뤘는지 평가해 성취도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다만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제공해 학생의 성적 분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여전히 파악할 수 있다.

또 ‘F’를 받을 경우 해당 과목을 다시 이수하도록 하는 ‘재이수제’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14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F’는 빼고 5단계로 평가한다.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은 “서열 위주의 상대평가는 반 친구들 사이의 협동학습을 저해하고, 학습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실습 비중이 높은 전문교과를 배우는 점을 고려해 내년 1학기부터 바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현재 ‘수·우·미·양·가’와 석차 표기를 병행하고 있는 중학교 역시 내년부터 석차를 삭제하고, ‘A~F’ 성취도 점수와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절대평가 자체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특목고-자사고-일반계고-특성화고로 층층이 서열화한 현재 상황에선 대학 입시에서 내신이 무력화하면서 상대적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특목고와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자율권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내신 부담에서 벗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고교 내신 절대평가, 특목고ㆍ자사고에 유리?

 
`고교내신 절대평가' 문답풀이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제도를 절대평가(성취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학교의 성적 표기 방식은 내년부터 바뀐다.

새 제도의 취지와 세부 내용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성취평가제를 왜 도입하나.

▲상대평가는 비교집단 내의 서열로 성적을 산출한다. `너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에 따른 석차 9등급제는 경쟁을 부추기며 등수에 의해 학생을 평가한다. 절대평가에서는 남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이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한다. 토론식 수업,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행 등 최근 강화하는 창의ㆍ인성 수업을 활성화하려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

-- 성적 표기는 어떻게 바뀌나.

▲성취도를 `수-우-미-양-가'로 표기하던 것은 `A-B-C-D-E-(F)'로 바뀐다. `석차/재적수'로 쓰던 것은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로 변경된다.

고교 학생부에는 석차등급을 빼고 6단계 성취도를 적는다. 현행처럼 원점수와 과목평균ㆍ표준편차는 병기한다. 현행 고교 학생부에 수학 성적이 `1(532)'이라면 수강자수가 532명이며 본인의 석차등급은 1등급이라는 의미다. 앞으로는 A(532)로 바뀐다.

중학교 학생부는 `수ㆍ우ㆍ미ㆍ양ㆍ가'를 `A-B-C-D-E-(F)'로 변경한다. 석차를 빼고 고교와 마찬가지로 원점수, 과목평균ㆍ표준편차를 병기한다. 현재 영어 성적이 `수, 30/286'였다면 성취도 `수'이며 286명 중 30등이라는 의미다. 내년부터는 `A(286)' 표시와 함께 95/78(12)라는 숫자가 표기된다. 286명이 본 시험에서 성취도가 A이며 원점수 95점, 과목 평균 78점, 해당 과목의 표준편차는 12점이라는 뜻이다.

-- 교과목별 학업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이란.

▲성취기준이란 교육과정에 제시된 목표에 따라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능력 또는 특성이다. 평가기준이란 이를 세분화해 학생들이 성취한 정도를 몇 개의 수준(예, 상ㆍ중ㆍ하)으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의 일차방정식 영역에서는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성취기준이 제시된다. 여기에서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공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상), `점과 직선 사이 거리의 뜻을 말할 수 있다'(하) 등의 평가기준이 도출된다.

-- A부터 F까지 성취수준의 의미는.

▲성취율 90% 이상인 A는 내용 영역에 대한 지식 습득과 이해가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B(우수), C(만족할 만한 수준), D(다소 미흡한 수준), E(미흡한 수준), F(최소 성취수준에 미달하며 별도의 교육 없이는 다음 단계의 교수 학습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움)로 나뉜다.

--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이 2014학년도인 이유는.

▲2014학년도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과 새 교과서가 적용된다. 도입 전까지 시범운영 등을 해본 뒤 미비점을 보완해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 1995년에 도입했던 절대평가처럼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할 수 있을텐데 대책은.

▲과거 절대평가 당시에는 원점수와 과목평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후 제도를 보완했고 교육 환경도 많이 변화했다.

원점수/과목평균ㆍ표준편차를 병기하고 출제의 난이도, 성적 분포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 특정 학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각 학교는 정보공시를 통해 성적 현황 및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교과목별로 성취도별 기준 성취율과 성취도별로 부여 가능한 비율 및 학생분포 현황도 공개한다.

시도 교육청도 학업성적 관리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성적 부풀리기 등이 우려되는 고교는 학사감사 등을 실시한다. 부실 학교에는 기관 주의ㆍ경고 등 행정 조치를 하고 포상ㆍ재정지원ㆍ연구학교 지정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 과도한 성적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교원은 성적 관련 비위로 간주해 징계 적용을 강화하겠다.

-- 성취평가제를 하면 특목고ㆍ자사고 학생이 유리해지지 않나.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제가 도입되지만 원점수/과목평균ㆍ표준편차가 함께 제공된다. 현재 대학에서 확대되는 입학사정관제는 특목고에 유리한 전형 요소(토익, 토플 등)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특목고ㆍ자사고 학생이 일률적으로 유리해진다고 볼 수 없다.

또 학교별 교육과정 운영이 다양화ㆍ특성화되면 대학이 학생의 잠재력, 소질, 이수 교육과정 등의 질적인 요소를 더 고려해 학생을 뽑을 수 있다.

대학도 지역균형선발, 사회적 배려대상자 선발, 입학사정관제 등 농어촌, 중소도시 일반고 학생들의 진학 기회를 보장하는 입학 전형을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 치러진 2012학년도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선발 비율은 서울대 64.7%, 연세대 25%, 고려대 22.8% 등이다. 전형도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ㆍ기회균형선발, 고려대ㆍ이화여대의 학교장 추천전형, 서강대의 학교생활 우수자 전형, 성균관대의 지역리더육성 전형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