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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여성 학군단을 우리 학교로” 전국 女大들 ‘전쟁’

“여성 학군단을 우리 학교로” 전국 女大들 ‘전쟁’

경향신문 | 박성진 기자·사건팀 | 입력 2010.08.26 15:41 | 수정 2010.08.26 16:0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여성 학군사관후보생(ROTC)을 배출할 수 있는 단 한곳의 여성 학군단 설치를 놓고 전국 여자대학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 7개 여대 가운데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광주여대 등 6개 대학은 '여성 학군단을 설치하고 여성 ROTC를 선발하겠다'는 신청서를 이미 냈거나 마감일인 27일까지 낼 예정이다.

이들 대학들은 경쟁 대학을 의식해 신청서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을 만큼 학군단 설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여성 학군단 설치 학교로 지정되면 '국내 유일의 여성 학군단이 있는 우리 학교로 오세요'라는 식으로 대학광고를 낼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안보관련이나 국가관 수업도 하고 있다"며 "여성 학군단 설치와 관련해 굉장히 의욕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선정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12일 여자대학 학군단 시범대학 선발 공고를 내고 이들 대학의 학사담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설명회에도 이들 6개 대학이 참가했다.

국방부 인사복지실 관계자는 "여성이 대학 졸업 후 남성보다 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직업군인이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여대가 여성 학군단 제도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대생 뿐 아니라 그 부모들도 여성 학군단 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도 "여대들이 여성 ROTC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학교의 인지도와 취업난 해소 등 다양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학군단을 설치하는 여대 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여성 학군단 설치를 희망하는 여대 중 1개 대학(30명)과 서울·경기·충청·영남·호남·강원 지역에서 이미 학군단을 갖고 있는 대학 중 6개 시험대학(30명)을 선정해 자유경쟁으로 여성 후보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여군 장교가 되려면 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 졸업 후 여군사관에 지원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국방부는 심사를 거쳐 다음달 15일 1개 대학을 여성 학군단 설치 대학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학군단 설치 대학으로 선정된 학교는 다음달 16일부터 10월 22일까지 재학생들의 지원서를 받아 11월 30일 합격자를 발표하게 된다. 합격자는 내년 1월 초부터 3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여성 학군사관 후보생의 선발기준과 교육훈련, 임관 후 진로 등은 남성 후보생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후보생으로 선발되면 3~4학년 때 학기 중 매주 4시간(총 175시간)씩 군사교육을 받고, 12주(4회) 입영훈련도 받는다. 대신 졸업과 함께 장교로 임관하는데, 학군사관 의무복무기간은 2년 4개월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시험적용 결과를 분석해 우수인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여성 학군사관 후보생 제도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당초 2014년부터 ROTC 후보생 모집을 권역별로 개편하면서 여성 ROTC 제도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4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여성 ROTC 선발에 대해 질문하고 김 장관이 가능하다고 답하면서 여성 ROTC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8년 기준으로 83.8%에 달해 남성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같은 해 기준으로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은 40.6%에 이른다. 여군은 5560여명으로 전체 병력 가운데 3% 수준이지만 2020년에는 1만1606명으로 늘어 전체 병력의 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군 장교는 현재 2900여명으로 전체 군 장교의 4% 정도 수준이다. 육군의 경우, 여군 장교는 해마다 190명 모집에 800명 가까이 몰려 4대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공군 여성 부사관 후보생 경쟁률은 2007년 6.8대1에서 지난해 17.6대1로 크게 높아졌다.

여군 입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 내에는 '여군 동아리'와 '입대준비 스터디'가 늘고 있다. 대전 한남대에선 2004년부터 여군을 지망하는 여대생들이 모여 시험 정보를 교환하고 체력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부산 동의대에서는 지난 4월 여군 입대를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을 '여자 명예 ROTC' 동아리로 승격해 지도교수와 동아리실도 배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이 동아리는 매주 두 차례 동의대 학군 후보생과 함께 국군도수체조, 제식훈련, 달리기, 구기운동 등의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가산점이 주어지는 외국어, 전산, 무도 관련 각종 자격증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학군단 신청과 별도로 지난 1학기부터 '여군 학사장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해 학생들의 시험준비와 체력 훈련을 돕고 있다.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의 남편은 현역 육군 소장(사단장)이다. 대구 영남대도 2005년부터 '여군장교 육성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미군은 ROTC 제도를 1961년 도입했고, 1973년부터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 박성진 기자·사건팀 longriver@kyunghyang.com >

 

사진 : http://cafe.naver.com/tendog/23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