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핀란드 어린이 공부방 엿보기

핀란드 어린이 공부방 엿보기
[중앙일보] 2010년 05월 20일(목) 오후 04:11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박형수]











주한 핀란드 참사관 비르따넨 씨의 4살박이 막내딸 사라의 방 모습. 사라는 방에 있는 가구들 중에 분홍색과 빨강색으로 꾸며진 침대를 가장 좋아한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종합 평가 1위를 놓치지 않는 나라가 바로 핀란드다. 학생들은 사교육보다 공교육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얻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 사람들의 자녀 교육 방법은 대체 어떤 걸까.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비르따넨(서울 이태원동)씨를 만나 그의 자녀 교육관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자녀 교육에 애로 사항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지도하나
아이들 교육은 부인 피아의 몫입니다. 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대화하고 도와주는 정도죠. 고등학생인 두 아들은 외국인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을 한 곳에서 하면 익숙한 환경에서 차분히 공부할 수 있겠지만 여러나라를 다니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큽니다. 다양한 나라 사람을 만나고 그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값진 공부죠. 두 아이가 공부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같아 마음이 흡족합니다. 4살박이 막내딸 사라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합니다. 대체로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이지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Q 아이들의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아이들의 방 가구를 바꿔줬어요. 밴키즈라는 유명한 가구 업체의 도움을 받았죠. 다양한 브랜드를 놓고 고민을 했지만 밴키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친환경이라는 점이었어요. 가구에 쓰이는 목재를 오븐에 넣고 고열에 구워 유해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아이들 방 공기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집니다. 특히 사라는 나이가 어려서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가구를 만진 손을 입에 넣고 하는 데 밴키즈 가구로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럽에서도 아이들 방에 쓰이는 가구는 대체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요. 한국에서 질 좋은 가구를 만나 아이들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꾸밀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Q 바뀐 새 가구에 아이들도 만족스러워 하나
특히 막내 사라가 정말 기뻐합니다. 색상이 선명하면서도 디자인이 아름답고 실용적이라 어린 사라부터 고등학생 아들들까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죠. 방에 들어가면 왠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즐거워진다는 말을 자주 해요. 밴키즈가 주니어 가구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움직임과 생각을 잘 읽고 그것을 디자인에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에 들어 가면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상에 앉아서 보다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장소가 됐어요.

Q 교육을 위해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는 방법이 아니라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한국의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학원에 다니느라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죠.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을 충분히 놀고 자게 하는 게 교육의 가장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나중에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힘을 기르게 되는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교육만을 위해 뭔가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생활에서 느낀 기쁘고 슬펐던 것들, 화나거나 행복했던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애쓸 뿐입니다. 우리 집과 아이들의 방도 대화와 의사 소통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거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 / 사진 최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