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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외고-자사고, 서울大 진학 늘고 해외大 진학 줄었다

외고-자사고, 서울大 진학 늘고 해외大 진학 줄었다



[동아일보] 本報- ㈜하늘교육

해외大진학실적 분석


《수도권 외고와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졸업생 중 서울대 진학자는 늘어난 반면 외국 대학 진학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입시 전문 업체 ㈜하늘교육이 고양외고를 제외한 서울 경기지역 15개 외고와 전국 5개 자사고(하나고는 졸업생 없음) 졸업생들의 외국 대학 진학 실적을 분석한 결과 외국 대학 진학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조사 학교 졸업생 중 외국 대학 진학자는 총 424명으로 서울대 344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서울대 합격자는 지난해 331명에서 13명 늘었고 외국 대학 진학자는 490명에서 66명이 줄었다.》

美 아이비리그 12명 줄어

91명


민사고, 졸업생 22% 보내 1위


외고 학과별 선발시스템 변수

전공따라 나라별 분산 가능성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곧바로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국내 대학을 거쳐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풍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대에서 특기자 전형 등을 통해 이들을 선발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비리그, SAT 부정 영향 없어

조사 학교에서 다트머스대 브라운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학생은 지난해 103명에서 91명으로 줄었다. 코넬대 합격자가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펜실베이니아대 21명, 브라운대 10명, 컬럼비아대 8명, 다트머스대 7명, 예일대 4명, 프린스턴대 3명, 하버드대 2명 순이었다. 서울외고는 아이비리그에 3명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학교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임 이사는 “100명 선이 무너졌지만 2008학년도 70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라며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교별로는 민족사관학교가 33명을 합격시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위(37명)였던 대원외고는 32명을 아이비리그에 보냈다. 3위는 13명을 보낸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였다. 한영외고(6명), 대일외고 서울외고(각 3명), 이화외고(1명)가 뒤를 이었다.

졸업생 대비 아이비리그 합격자 비율에서도 민족사관학교가 22%로 1위를 차지했다. 대원외고는 졸업생의 7.6%, 용인외고는 졸업생의 3.7%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했다.

○민사고 5명 중 3명 해외로

민족사관학교는 올해 88명이 외국 대학에 진학했다. 이는 입학 당시 모집 정원 180명의 58.7%다. 지난해에도 민족사관학교는 정원 대비 해외 대학 진학률(45.3%)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용인외고도 민족사관학교와 같은 숫자를 외국 대학에 보냈지만 모집 정원(350명)이 더 많아 진학 비율(25.1%)은 낮았다. 대원외고는 조사 학교 중 가장 많은 95명을 외국 대학에 진학시켰고 입학 정원 대비 비율(22.6%)도 20%를 넘겼다.

조사 학교 중 대원외고, 한영외고, 이화외고, 서울외고, 용인외고, 경기외고, 안양외고, 민족사관고는 서울대보다 외국 대학 합격자가 더 많았다.

반면 지난해 60명을 외국 대학에 진학시킨 한영외고는 올해 29명을 보내는 데 그쳤다. 한영외고에서는 “희망자 전원을 외국 대학에 합격시킨 것이다. 희망자가 적어 합격자도 적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도 48명에서 19명으로 줄었다.

외국 대학별로는 캘리포니아대에 지난해와 똑같은 186명이 합격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워싱턴대 69명 △뉴욕대 62명 △라이스대 47명 △일리노이대 40명 △코넬대 33명 △듀크대 에머리대 각 31명 △노스웨스턴대 29명 △미시간대 23명 등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에는 10위에 일본 와세다(早稻田)대가 포함됐지만 올해는 미국 대학이 휩쓸었다.

○“아이비리그, 외고보다 자사고 유리”

임 이사는 “앞으로 외국 대학 진학에는 외고보다 자사고가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고에서 학과별 선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외국 대학 진학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자사고 중에서는 민족사관고를 제외하면 포항제철고가 8명으로 외국 대학에 졸업생을 가장 많이 합격시켰다. 같은 재단인 광양제철고에서도 3명이 합격했다. 임 이사는 “두 학교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서 곧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해진다”며 “학교에서도 기숙사를 짓기로 확정하는 등 우수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하나고와 포항제철고가 양대 명문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포항제철고에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국 대학 진학 실적이 더욱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 아직까지는 외국 대학보다 국내 대학 진학이 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임 이사는 “외고에서 학과별로 학생을 모집하면서 국내 대학 진학에 불리한 학생이 몰릴 확률이 높아 외고에서 외국 대학 진학 준비반을 늘릴 개연성이 높다”며 “전체적인 외국 대학 진학자 수는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때도 아이비리그 진학자는 줄어들 수 있다. 우수 학생이 외고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임 이사는 또 “학과별 선발 시스템으로 미국 대학 중심에서 다른 국가로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외고 학생들이 자기 전공 언어에 따라 언어에 맞는 나라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美대학 합격 이렇게 준비▼

《미국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지원할 전공을 미리 결정하고 그에 맞게 봉사활동이나 에세이 등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치대진학 고려해 의료봉사

서울국제고 졸업예정 김지혜 양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뉴욕대 등 14곳에 합격한 김지혜 양(19·서울국제고 졸업 예정·사진)은 중학교 3학년 때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연계하는 ‘치대 연계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에 대한 입학 정보를 수집해본 결과 전공과 관련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김 양은 3년간 주말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여름방학 때는 경희대 치과대학에 무작정 찾아가 교수 심부름부터 시작해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양은 “에세이 작성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에세이는 나를 다른 학생과 얼마나 다르게 드러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어서 고2 때부터 꼬박 5개월 동안 에세이 작성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美 쇠고기 파동 논문 발표



일외고 졸업 김종훈 군

펜실베이니아대에 입학 예정인 김종훈 군(19·대일외고 졸업·사진)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커뮤니케이션학에 관심을 가져왔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2학년 때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본 언론의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해 약 2년간의 조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해 청소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봉사활동은 세 가지(장애우 목욕봉사, 무료 진료봉사, 저소득층 자녀 학습지도)를 3년간 꾸준히 했다.

김 군에게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에세이였다. 그는 “SAT나 AP 등 시험 준비 때문에 에세이를 여름방학 때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면 11월 마감되는 수시 지원까지 시간이 빠듯하다”며 “되도록 3학년 초부터 주제를 잡고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축구 동아리 3년 활동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 이현석 군


이현석 군(19·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사진)은 캘리포니아공대와 시카고대에 합격했다. 계속 과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이 군은 3년 동안 로봇축구 동아리 대표를 맡았고 친구들에게 물리를 가르쳐주는 멘터 역할도 했다. 2학년 때는 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꾸준히 관심 있었던 분야를 앞으로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성적 외에 전공과 관련된 독창적인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