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따뜻한 삶의 이야기

승훈이의 바른 마음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 윷놀이를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승훈이가 대표로 문방구에 가서 윷을 사오라고 하고, 승훈이에게 천 원짜리 한 장을 줬습니다. 잠시 후 윷을 사서 돌아온 승훈이의 손에는 조금 전 제가 줬던 천 원짜리가 그대로 들려 있었습니다.
"승훈아, 돈은 드리지 않고 그냥 윷만 가지고 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승훈이가 대답했습니다.
"거 이상하네. 분명히 돈을 드린 것 같은데...."
"낮에 세뱃돈으로 받은 돈을 드린 것 아니니?"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세뱃돈 남은 것을 세어 보렴."
"전부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문방구에 다시 가서 돈을 받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
승훈이의 대답이 대견스러워 승훈이를 따라 나섰습니다. 문방구에 도착한 다음 한 발 뒤에서 승훈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습니다.
"아저씨, 조금 전에 제가 윷을 살 때 돈을 드렸나요?"
"글쎄, 손님이 워낙 많았으니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이 돈 받으세요. 저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그래요."
승훈이는 들고 있던 천 원짜리를 아저씨에게 드렸습니다. 문방구를 나오면서 저는 승훈이의 손을 꼭 잡아 줬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그것도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승훈아, 아빠가 업어 줄께."
"왜요""
"그냥 업어 주고 싶어서."
몇년 전보다 한결 무거워진 승훈이를 업고 밤길을 걸으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승훈이의 이 바른 마음이 일평생 변치 않게 지켜 주십시오."
                                            -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 이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