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따뜻한 삶의 이야기

오리

  자동차 서비스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이 회사의 부품 창고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울적해진 그를 달랠겸 창고 옆에 오리를 키울 수 있는 작은 수영장을 만들었다. 수영장이래야 꼬마들이 물장구나 치며 놀 만한 크기의 널찍한 물통이었다. 그리고나서 퇴근하기 전에 오리 농장에 달려가 청둥오리 한 마리를 사서 물에 넣었다.
  다음날 아침, 밤새 안녕할 것을 기대하며 출근해 보니 오리가 물통 속에서 죽어 있었다. 깜짝 놀라 오리를 이리저리 뒤척여 봐도 짐승에게 물린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수영이 '전문'인 오리가 물통 턱을 기어올라 오지도 못하고 30cm정도밖에 안 되는 얕은 물에 빠져 죽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결국 오리 농장에가서 주인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농장 주인은 그것도 몰랐느냐는 듯이 말했다. "이 오리는 오리 농장에서 부화하고 키운 오리입니다. 그래서 수영을 할 줄 모르지요. 게다가 이 오리는 어릴 때부터 물속에 집어 넣지 않았기 때문에 깃털에 기름이 분비되지 않아 물에 잘 뜨지도 못합니다."
  외모가 오리라고 모든 오리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삶이다.      - 물에 빠져 죽은 오리 /양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