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무장한 그녀들 ‘남 부럽지 않다’
[중앙일보 이봉석.변선구] 치열한 기술개발과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나고 있다. 기술로 승부를 겨루는 중소기업들의 단체인 이노비즈협회(인증기업 수 1만2440개)에는 여성 CEO 580명이 있다. 올 들어서만 70명이 늘었다. 고가의 수입 장비를 국산화한 기업, 자체 금형기술로 골프채를 생산하는 기업, e-러닝 시장의 선두주자도 있다. 국내에서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업체는 117만 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숙박이나 음식업에 몰려 있다. 여성 기업인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납기일을 잘 지키고 품질관리를 잘 한다고 한다. ◇부품 국산화에 앞장선 ‘코아옵틱스’=“1억5000만원짜리 미국 제품을 국산화해 단가를 400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프리즘필름의 핵심 부품인 ‘마스터 롤’을 국산화한 코아옵틱스의 정윤정(37) 사장. 그는 2001년 창업 때부터 끊임없는 연구개발 끝에 이런 결실을 거뒀다. 이 제품은 이달부터 월 20대씩 생산된다. 정 사장은 직원 교육에 열심이다. 외국인을 회사로 초빙해 매일 아침 영어·일어 등을 배우게 한다. 덕분에 직원들 외국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기술교육도 야무지게 한다. 정 사장은 “기술평준화가 회사의 장기 발전을 가져온다”며 “후배에게 기술 전수를 안 하는 선배들은 따끔하게 혼낸다”고 했다. 영업력 확대를 위해 얼마 전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을 이사로 영입했다. 대원외고 출신인 정 사장은 대학 1학년 때 이스라엘 키부츠 생활을 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영어·프랑스어·일어를 할 줄 안다. ◇골퍼들의 핸디를 줄여주는 ‘미립기술’=주혜순(47) 사장의 하루는 정신없이 바쁘다. 지방 출장을 두 번 가기도 한다. 요즘 사업 확장을 앞두고 연일 강행군이다. 개발한 지 3년 된 경사면 골프연습기 ‘스윙닥터’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때문이다. 골프 연습 때 발판으로 사용하는 이 도구는 비탈진 곳에서의 골프 샷을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게 해 준다. 스크린 골프장이 인기를 끌면서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 사장은 “골퍼들이 스윙 연습 때 골프공 바구니에 발을 올리고 샷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뛰어난 금형 설계 기술로 ‘피날레’ 브랜드 골프채를 생산한다. ◇e-러닝 개척자 ‘애듀미디어’=애듀미디어는 11년 된 매출액 30억원의 작은 기업이지만 e-러닝 시장의 개척자다. 최옥헌(42) 사장은 1997년 영국 롱맨 출판사의 국내 프로그램 개발과 판매권을 따내며 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인터넷 확산으로 원격교육이 성행하면서 교육시스템과 솔루션을 방송통신대 등에 납품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교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아카데미에 간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솔루션을 수출했다. 최근에는 2000억원대 ‘전자매뉴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 사장은 “기업들이 해외에 제품을 판 뒤 설치와 애프터서비스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며 “전자매뉴얼만 있으면 제품 설명을 위해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글=이봉석 기자 ◇이노비즈 기업=이노비즈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Business)의 합성어. 창업한 지 3년 이상 된 기업들로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업체에 부여하는 자격이다. 중소기업청이 인증하며 자금 조달, 정책사업 참여, 수출 등 면에서 우대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