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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부호화를 통한 데이터전송`… 생소한 지문에 수험생 당혹

부호화를 통한 데이터전송`… 생소한 지문에 수험생 당혹

전문가 "국어 41번, 최고난도"…이육사詩, 교과서·EBS에 없어
올해도 시험지 꽉 채운 긴 지문


◆ 2018 수학능력시험 / 문제유형 분석 ◆

'허프만 부호화'에서는 발생 확률이 높은 기호에는 비트 수가 적은 부호를, 발생 확률이 낮은 기호에는 비트 수가 많은 부호를 할당한다.'(국어 홀수형 38~42번 지문)

'환율이나 주가 등 경제 변수가 단기에 지나치게 상승 또는 하락하는 현상을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고 한다.'(국어 홀수형 27~32번 지문)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지문 일부다. 올해 수능에서도 최근의 수능 흐름을 반영하듯 독서유형에서 국어영역의 변별력을 형성할 수 있는 문제가 집중됐다. 특히 부호화를 통한 데이터 전송에 대한 지문에서 출제된 홀수형 41번 문항(3점)은 현장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이 꼽은 최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김용진 동국대 부속여고 교사는 "채널 부호화와 선 부호화의 기술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풀 수 없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이번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41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에 따르면 독서유형에서의 변별력 확보는 최근 이어지는 추세다. 특히 A3용지 시험지 기준으로 한 단 반만큼 차지하는 긴 지문은 지난해 수능부터 등장했다. 이번 27~32번 문항에서 환율정책에서의 오버슈팅 현상을 다룬 지문이 길이 한 단 반을 차지했다. 정용관 커넥츠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수험생들은 대체로 경제 지문에 약하다"며 "'보기'와 관련지어 경제 상황을 추론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측정하고 있어 제시문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문제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4~7번 문항은 이번 수능에서 새롭게 등장한 유형이다. 화법유형과 작문유형을 합쳐서 만든 문제로 교과서에 기초한 교수학습 내용을 반영했다. 학생들이 '허생의 처'라는 작품을 읽고 토의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글 쓰는 과정을 문제화해 '토론할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토론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문학 부분에서는 이육사의 시 '강 건너간 노래' 지문이 학생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재근 유웨이중앙교육 국어영역 수석연구원은 "해당 작품은 교과서나 EBS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독해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학영역에서는 전통적인 고난도 문제인 20·21·29·30번 문항이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했다. 그러면서도 큰 틀의 개념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쉽게 풀 수 있도록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임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수능 수학영역 가형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는데, 특히 변별력을 가르는 문항인 20·21·29·30번 이외에 27번의 난도마저 높아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까다로운 시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30번은 가·나형을 막론하고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우연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수학 가형 30번의 경우 함수의 극대·극소 및 삼각함수 그래프의 성질을 파악해야 하므로 전반적인 함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기 판곡고등학교 교사는 "계산이 아니라 큰 틀에서 개념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게 익숙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제였다"며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 학생 사고력 증진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