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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반영비율 반토막 낸 대학들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반영비율 반토막 낸 대학들

[2018 대입서 영어 홀대 현실화]

한양대 25→10% 등 일제히 축소, 국어·수학·탐구영역 중요성 커져
전문가들 "한과목 절대평가에도 대학들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전과목 전환 땐 파장 엄청날 것"



올해 고3들이 치를 201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반영 비율을 일제히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영어가 절대 평가로 전환되자, 수능 영어 점수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반영 비율을 대폭 줄인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영어 반영 비율 축소는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들이 대학 입시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면서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수학·탐구영역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가 되면 원점수 기준(100점 만점)으로 90점 이상 맞으면 1등급, 80~89점은 2등급, 70~79점은 3등급을 받게 된다. 국어·수학·탐구영역은 종전대로 상대평가로 점수가 산출된다.

절대평가로 바뀌자 '홀대'당하는 영어

 



입시업체 유웨이중앙교육은 30일 "4년제 상위권 대학들의 2017·2018학년도 입시 전형을 비교 분석해보니 영어 반영 비율을 줄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2017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수능 영어를 인문계열 28.6%, 자연계열 20%씩 반영했지만 올해는 각각 16.7%, 11.1%로 반영 비율을 줄였다. 한양대도 전년 대비 영어 반영 비율을 10~15%포인트 줄였다. 경희대·한국외대·건국대·동국대도 적게는 5%포인트에서 많게는 20%포인트씩 감축시켰다〈〉.

일부 대학은 영어 영역을 일정 비율 반영하던 방법에서 등급에 따라 가산점이나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아예 전환했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국어·수학·탐구영역은 일정 비율을 반영하되, 영어영역은 1등급을 받으면 감점하지 않고 2등급부터 0.5점씩 감점한다. 고려대는 영어영역 2등급 1점, 3등급 3점, 4등급 5점 등으로 점수를 깎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소장은 "절대평가 체제에서 서울대, 고려대 지원자들은 영어영역 성적이 대부분 1등급일 것"이라며 "2등급부터 감점하는 방식은 입시 결과에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영어영역을 비율로 반영하지 않고 등급별로 가산점을 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 전형에서 188개 교는 영어 영역을 비율로 반영하고, 서울대·고려대 등 19개 교는 가·감점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하면…

이처럼 대학들이 영어 반영 비율을 대폭 줄인 것은 절대평가가 되면서 상위 등급을 받는 학생이 크게 늘어나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입시 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최근 분석 결과, 상대평가이던 작년 수능 영어에서는 2만4244명이 1등급을 받았지만, 수능 점수를 절대평가로 환산해 보니 1등급이 두 배 가까운 4만2867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절대평가에서는 대학이 학생들의 영어 성취도를 제대로 분간할 수가 없다"면서 "수험생들의 노력을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선 변별력을 상실한 영어보다는 상대평가로 치는 다른 과목을 더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공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는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중3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전 과목을 영어처럼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상대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 김경범 교수는 "수능이 전 과목 절대평가로 바뀌면 결국 변별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전 과목 1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걸고 다른 전형 요소를 통해 학생들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최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으로 뽑는 정시 전형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학생부 위주로 선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중·하위권 대학들은 수능이 전 과목 절대평가로 되더라도 일정 부분 수능 전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