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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평등의 그림자' 짙어진 대한민국

'불평등의 그림자' 짙어진 대한민국

사교육에 부담감 느끼는 아이 vs 사교육 외면 못하는 엄마
더이상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그저 건강하게 자라만 달라고 말하는 부모를 보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학습과 학습지·학원·영어과외 등 다양한 유형의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학부모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이 당연해지고, 아이가 무엇이든 잘하길 바라는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커졌을 지를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아이만 뒤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점점 더 경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집안 형편과 부모의 능력에 따라 아이들의 기회가 달라지는 ‘불평등의 그림자’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인식을 살펴봤습니다.

하루 24시간이 빠듯하게 흘러가는 것은 비단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아이들의 입에서도 “바쁘다”, “여유 없다”, “시간이 없다”와 같은 볼멘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과 대기업으로의 취업이 인생의 최대목표가 되면서,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감은 이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까지 내려왔다.

물론 한국사회의 교육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인식과 현재의 사교육 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는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일부 개인의 노력으론 바꿀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교육이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일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 둔 기혼여성 10명 중 6명 "사교육 필요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 및 경기도 기혼여성 1020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자녀 사교육’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 어머니 10명 중 6명(61.5%)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현재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초등학생의 사교육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초등학생 사교육이 아예 필요 없다고 바라보는 학부모는 6.8%에 불과했다. 사교육의 필요성은 현재 사교육을 하고 있는 학부모(62.7%)가 그렇지 않은 학부모(38.5%)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가계소득과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자녀가 3명 이상으로 많거나,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사교육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는 특징을 보였다.

초등학생 사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에서도 사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학부모의 목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65.9%가 요즘은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공교육을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을 만큼 초등학생의 사교육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 사교육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82.2%에 이른다는 점에서, 영어 교과목의 사교육이 얼마나 성행하고 있을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전체 73.7%가 아무것도 안하고도 공부를 잘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바라봤으며, 사교육을 받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 같다는데도 67.4%가 공감했다. 가계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 없이 공부를 잘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며, 사교육을 하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 같다는 믿음이 강한 모습이었다.

◆65.9% "사교육 안하면 공교육 따라가기 어렵다"

반면 자녀가 3명 이상 많은 가정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도 공부를 잘하는 일이 흔치 않고(64.8%), 사교육을 받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 같다(56.8%)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을 보여, 형제가 많을 경우 사교육 보다는 가정 내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사교육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전체 73%가 사교육은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앞으로 줄어들 것 같진 않다고 바라본 것이다. 가계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보다 강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자신의 자녀가 뒤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키는 중요 원동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어머니 10명 중 6명(58.9%)이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데 동의했으며,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사교육을 적게 하면 왠지 불안하다는 의견도 10명 중 4명(41.4%)에 달했다.

자녀의 교육문제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의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도 10.5%로, 결코 적다고만은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강남 및 목동 지역으로의 이사를 고려하는 초등학생 학부모가 많았다. 또한 내가 자녀에게 시키고 있는 사교육은 학구열이 높은 지역의 아이들이 받는 사교육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전체 84.1%에 달한다는 점에서 초등학생 자녀의 사교육을 지금보다 늘릴 학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물론 사교육을 비롯 전반적으로 과열된 교육시스템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79%가 교육 때문에 시달리는 자녀가 안쓰럽다고 응답했으며, 한국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자녀를 외국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학부모도 전체 65.5%에 이르렀다. 또한 10명 중 4명(40.9%)은 다른 자녀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나도 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94.9%가 초등학생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을 만큼 초등학생들의 사교육은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의 학습습관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46.6%·중복응답)와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라는 바람(46.1%) 때문이었다. 또한 △자녀의 특기 및 적성 개발을 위해 도움이 되고(39.8%) △미리 해두면 중·고등학교 때 편하며(31.1%) △잠재력 개발을 위해 도움이 된다(30.2%)는 시각도 상당했다.

초등학생 1·2학년의 경우 특기나 적성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사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초등학교 6학년은 중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대비 목적(52.8%)이 사교육을 하는 매우 중요한 이유였다. 또래 친구들보다 학습성적을 더 높게 받기 위해(19.2%)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많이 해당되었다. 그밖에 자녀 체력 증진을 위해 시키거나(17%), 주위에서 다 하고 있어서 사교육을 하는(14%) 경우도 존재했다.

◆초등학생 사교육은 '방과후 수업'이 대부분…고학년은 과외 비중 '高高'

사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들은 방과후 수업(66.4%·중복응답)과 학습지(52.3%)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는 △온라인 학습(29.9%) △보습학원(24.6%)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22.3%) △개인과외/레슨(18.9%) △그룹과외·레슨(14.3%) △공부방(13.4%) 순으로 사교육 참여가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방과후 수업과 학습지를, 초등학교 고학년은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과 개인과외·레슨, 그룹과외·레슨을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사교육 유형별로 주로 학습하는 과목은 조금씩 달랐는데, 방과후 수업에서는 보통 △체육(22.6%·중복응답) △컴퓨터·IT(19.9%) △창의 과학(18.4%) 등 아이들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는 비교과 과목을 많이 배우는 모습이었다. 반면 학습지는 수학(66.6%)과 국어(55.9%) 과목의 공부를 위해 많이 활용되었다. 온라인 학습과 보습학원을 통해서는 영어와 수학을 많이 배웠으며,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은 주로 영어(78.7%) 과목의 공부를 위해 많이 다니고 있었다.

◆월 평균 초등학생 사교육 비용 약 44만원

사교육은 교과에 상관없이 대부분 학교수업이 끝나는 평일에 이뤄졌다. 다만 온라인 학습의 경우에는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초등학생의 자유시간은 적은 수준이었다.

사교육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1일 평균 자유시간은 보통 1~2시간(23.8%) 내지 2~3시간(31.1%)이었으며, 많아 봤자 보통 3~4시간(21.4%)에 머무르고 있었다. 현재 지출되는 사교육 비용은 월 평균 43.9만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녀가 고학년일수록, 가계소득이 많을수록 사교육 비용이 높아지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였다.

자녀 숫자가 적을수록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 비용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지역별로는 역시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동 지역(59만원)의 사교육 비용 규모가 가장 컸다.

이러한 사교육비 수준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적게 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학부모의 55.5%가 다른 집보다는 적게 하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다른 집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41.4%였다. 특히 다른 집보다 사교육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라는 주장은 소득이 적고, 자녀가 많은 학부모에게서 많이 나왔다. 반면 다른 집보다 사교육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는 평가는 3.1%에 불과했다.

초등학생에게 가장 잘 맞는 사교육 유형으로는 △개인과외·레슨(36.9%·중복응답) △학습지(34.7%) △방과후 수업(29.3%)을 많이 꼽았다. 개인과외·레슨은 초등학교 6학년 어머니(45.4%)가 주로 적합한 사교육이라고 생각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어머니들은 와 방과후 수업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에 반해 초등학생 자녀에게 잘 맞지 않는 사교육의 유형으로는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42.4%·중복응답)과 온라인 학습(38.3%)을 많이 꼽았다. 향후 자녀에게 가장 시키고 싶은 사교육은 개인과외·레슨(46.3%·중복응답)이었다. 특히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바람이 강했다. 그 다음으로는 △그룹과외·레슨(29.9%) △온라인 학습(24.1%) △공부방(20.5%) △보습 학원(19.9%) 순으로 자녀에게 시켜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개인과외/레슨으로 가르치고 싶은 과목은 수학(39.5%·중복응답)과 영어(38.6%)였으며, 그룹과외·레슨은 논술(39.8%)과 영어(34.6%) 과목의 수요가 높은 편이었다. 또한 온라인 학습과 공부방은 수학 과목(온라인학습 26.6%·공부방 36.4%)을, 보습학원은 영어(31.1%)와 영어 이외의 외국어(28%)의 학습을 많이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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