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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소논문은 '고교생 수준으로'… 자율동아리 '양보다 질'

소논문은 '고교생 수준으로'… 자율동아리 '양보다 질'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시대…

대학 관계자가 말하는 소논문·자율동아리에 대한 오해

 

김종연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서울 지역 사범대 또는 전국 교대 국어교육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 2학년생 정지원(가명)양은 지난해 교내 과제연구대회 출품을 위해 한 한국 현대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소(小)논문을 썼다. 정양은 “사범대·교대에 수시전형을 통해 합격한 선배들이 소논문이 어느 정도 합격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하고 컨설팅 업체에서도 필수라고 얘기해 준비하게 됐다”며 “실제로 써 보니 학업 역량과 전공적합성을 드러내기엔 소논문만 한 게 없는 것 같아 올해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서울의 한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박현준(가명)군은 동아리 네 군데에 소속돼 있다. 1학년 때 가입한 정규 동아리인 연극·뮤지컬 동아리와 봉사 동아리, 지난달 친한 친구 3명과 함께 만든 수학·과학 교과 관련 자율동아리 등이다. 박군은 “서울 주요대 이공계열 학과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업 역량과 전공적합성은 물론 열정도 드러내기 위해 여러 자율동아리에 가입하고 조직도 했다”며 “선배들도 그렇고, 학원에서도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해 많은 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2학년 때 자율동아리 가입 수를 늘렸다”고 했다.

 

도움 받은 소논문, 역효과 날 수도

전공적합성 드러낼 동아리 선택

'대입(大入) 학생부종합전형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비(非)교과 활동의 트렌드로 꼽히는 소논문과 자율동아리에 대한 고교생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소논문 작성과 여러 자율동아리 참여 경험을 학생부·자기소개서 등에 담아 합격했다는 선배들의 사례가 소문을 타면서다. 입시 컨설팅 업계의 '불안 마케팅'도 한몫했다. 현재 위의 두 학생 사례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 사이에선 '소논문·다양한 자율동아리는 필수'라는 게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 상황. 하지만 정작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소논문 작성 경험이나 다양한 자율동아리 참여 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아주 큰 오해"라고 지적한다. 이유가 뭘까. 각 대학 입학처장·입학사정관들을 통해 고교 현장에 번지는 소논문과 자율동아리에 대한 오해를 풀어봤다.

오해 1_ 소논문 덕에 합격한 사람이 있다?

소논문은 고교생이 희망 학과·전공과 연계된 주제를 탐구한 다음, 해당 결과물을 논문 형태로 작성하는 20쪽 안팎의 보고서를 말한다. 조사·연구를 통해 공부한다는 뜻의 R&E(Research and Education)로도 불린다. 5~6년 전 일부 특목·자사고가 정규 교과 과정과 방과 후 활동에 R&E 수업을 도입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일반고로도 확산하면서 고교 현장 전반에 유행하고 있다.

'소논문 열풍'이 불면서, 현재 고교생·학부모들은 '대입 필수 스펙'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평가자'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소논문이 합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은 수험생의 큰 오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논문 덕분에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응빈 연세대 입학처장도 "소논문의 경우엔 지원자의 서류에 기재된 활동 중 하나로 평가할 뿐, 소논문 자체의 내용이나 실적 등은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소논문 관련 내용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기준에 맞지 않고 적용할 수도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A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담긴 소논문 관련 내용을 보면, 많은 학생이 석·박사 수준에 해당하는 연구 주제와 탐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 테두리 안에서 이뤄낸 학생의 학업 역량과 전공적합성,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것인데 그 테두리를 넘어선 고교생 이상 수준의 결과물을 내세우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은 "평가자 입장에선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전문적인 글쓰기를 경계하게 마련이다. 선례를 보면 소논문의 경우엔 전문가 혹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던 사례가 많았다. 고교 교과 과정 내에서 교사의 확인을 거친 게 아니라 외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소논문이라면, 오히려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소논문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B대학 입학사정관은 "다만 소논문이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하고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판단했다면, 반드시 고교 교과 과정과 연계해 주제를 정하고 고교생 수준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오해 2_ 자율동아리, 다양한 경험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개 해라?

최근 유행하는 자율동아리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 대학이 원하는 적극성·자기주도성·전공적합성 등을 보여주려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교내 정규 동아리 외에 여러 자율동아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동아리는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모임이다.

김경숙 사정관은 "어쩌면 이미 만들어진 정규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보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학생끼리 자율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원자들이 이 같은 의도로 한두 개 자율 동아리에 집중했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급급해 여러 개의 자율동아리를 조직해 단편적인 활동을 한 사례만 나열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고교생들은 여러 동아리에 참여할 만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내신 관리, 수능 대비 등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한 동아리 가짓수가 많아도 평가자 입장에선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요즘 우후죽순 생기는 특정 교과 자율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특정 교과 자율동아리는 학업 역량과 교과 연계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이어서 최근 확산하고 있다. 서울 B대학의 다른 입학사정관도 "교과 자율동아리 회원 수를 보면, 두세 명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열에 아홉은 친한 친구들끼리 졸속으로 조직해 목표나 방향 없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차라리 교과 심화 학습을 하는 방과 후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C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동아리 활동의 핵심은 양보다 질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러 동아리에 적을 두고 단편적인 경험을 하는 것보다 전공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동아리 한 곳을 선택 혹은 조직해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자주 전개해 깨달음을 얻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